Intangible Cultural Heritage of Asia and the Pacific

2003 유네스코 협약 하에서 무형문화유산의 목록작성

흔히 물질문화로 분류되는 유물과 예술품은 오랜 기간 동안 수집가들에게 유형학 및 분류학적 대상이 되어 왔다. 건축 및 도시 보존에 있어서 목록작성은 보존 가치가 있는 유적을 식별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2003년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보호협약은 이 문제에 대해 완전히 새로운 접근 방식을 요구하고 있다.

보호란 문화유산 종목들이 창조되고 배양되는 사회적 경험의 맥락에서 그것들을 보호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공공정책이다. 더욱이 보존기관이 추정하는 유산의 가치는 물론 지역문화에 의해 인정되고 문화적 역동성 안에 내재된 유산 가치도 부분적으로는 고려되어야 한다. 살아있고 변화 가능한 사회적 실천으로서의 무형문화유산에 대한 보호를 ‘생존성에 대한 보장’이라는 차원에서만 인식한다면 보호의 가치적인 판단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문화 보존 분야에서의 목록작성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개념적 문제들이 제기되어야 할 것이다.

문화는 사람들이 공유하는 경험에 의미를 부여하는 기본적인 밑그림을 제공한다. 전승 가치의 유무와는 관계없이 사회적 관습과 지식, 표현 방식은 특정한 시공간에 존재하는 특정한 사람들에 의해 창조되고 적용되어 발전되거나 망각된다. 문화는 삶의 방식과 관련되며 실재하는 인간들의 역사적 현재를 구성한다. 문화는 특정 문화사적 황금기를 회상하게 하는 과거 사건의 조각들이 아니다. 따라서 문화의 중요성은 문화가 형성되고 변형된 사회적 맥락에 바탕을 두고 있다.

이러한 관념은 다음과 같은 목록작성에 필요한 핵심 문제를 제시한다. 즉, 문화유산 종목을 지정하고 유산 목록에 등재하는 과정에서 고려해야 할 사실은 문화의 생산과 재생산에 필요한 물질적·지적 자원뿐만 아니라 그것들과 서로 연관된 실천이 특정 시간과 공간에 따라 변화한다는 점이다.

나아가 사회적 사실들은 적어도 다음의 두 가지 의미에서 찰나적인 순간의 기록이 아닌 변화하는 현실로서 목록작성에 반영되어야 한다. 즉, 사회적 사실들은 시간의 지속성을 함축하며, 변화 가능한 (고착되지 않은) 인간행위의 산물이라는 점이다. 이는 관련된 문화적 과정에 대한 조사를 통해 작성된 목록들에 반드시 날짜가 명기되어야 하며 목록이 지속적으로 갱신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목록작성은 사고 분류체계를 통해 입력된 사회적 현실에 대한 다양한 분류에서 유래한 결과이며, 이는 본질적으로 문화적인 편향성을 지니고 있다. 실제로 많은 비서구 사회들은 서양 사상이 수 세기 동안 해 온 것처럼 자신의 문화적 실천에 대해 이론을 세우거나 사회생활을 종교, 예술, 경제, 공공행사 등의 범주나 유형으로 구분하지 않는다. 기도와 주술이 사람들이 제의와 일상생활에서 행하는 행위들과 분리되지 않는 것처럼 노하우나 예술적 기술은 문화적 연행에 대한 다른 형태의 참여와 분리되지 않는다.

무형문화유산의 조사에서 중요한 것은 무형문화유산과 지역 및 자연 환경의 실제적, 상징적 연관성은 물론 무형문화유산의 사회적 정착과 사회심리학적 근원, 즉 자존감과 개인의 정체성, 귀속의식과 무형문화유산의 연계성을 밝히는 일이다. 이 점에서 목록작성은 법률적, 행정적 기준에 의해 강조되는 사항은 물론 현지조사에 의해 실증적으로 나타난 사실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유네스코 협약에 따르면 특정 사회집단에 의해 자신의 전승 재산으로 인식되고 현행 법률안에서 당국이 보호 대상으로 인정하는 문화유산 종목들의 지정과 기록을 위해 목록작성이 수행되어야 한다. 따라서 무형문화유산보호협약 이행에는 협약에 기초한 개념에 의해 표현되고 있는 요구는 물론, 특정한 국가적, 지역적 맥락에 부합하는 역사적으로 축적된 경험과 실질적 요구, 제약 및 가능성에 대해 적절한 대답을 제공하는 도구와 절차가 필요하다.

즉, 국제적으로 인정된 보호 활동 구축, 특히 목록작성을 위해서는, 1) 이러한 일반적 요소에 의거한 질문을 제기하고 2) 유산 창조의 주인공, 즉 소위 문화적 공동체들이 제기한 문제들을 효과적으로 조명하고 그들의 우선적 요구사항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는 방안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사실을 인지할 때, 무형유산 목록은 지역·국가·국제적 차원의 문화 및 정치적 차이를 중재하는 데 전략적으로 중요한 도구이므로 민족지학적·역사적 해석이 충실히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 따라서 목록작성 작업은 심층적인 민족지학 연구를 통하여 이루어져야 한다.

문화의 분류와 유산 관리는 전문적인 훈련이 요구되는 복잡한 지적 작용이다. 이 주제에는 협약이 요구하는 정책을 구상하는 것과 지역민들의 삶을 위한 정책의 결과에 대해 평가하는 것이 전략적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인류학자들 사이에서 논쟁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목록작성 작업은 무형문화유산보호협약에 명시된 대로 ‘지역 공동체, 집단, 개인을 최대한 참여시킴으로써’ 지역의 문화적, 정치적 문제와 요구에 부응해야 한다. 즉, 방법론적 문제에 관한 논의가 이론적 측면에 국한되어서는 안 된다. 물론 사회 이론과 인식론의 문제는 당연히 고려되어야 하나, 대표성 및 의사결정 등의 정책 문제는 그것이 제기된 구체적인 지역에서 정치적으로 대처, 해결되어야 할 것이다. 이는 목록작성의 중요한 측면으로서 무형문화유산 종목들의 전승 가치를 확인하고 현실적이면서 사회적으로 지속가능한 행동강령을 구상하는 데 안정적인 토대를 제공한다.

1) Antonio A. Arantes, ‘Heritage as culture’, T. KONO ed., Intangible Cultural Heritage and Intellectual Property: Communities, Cultural Diversity and Sustainable Development, Antwerp: Intersentia, 2009, pp. 51~76에서 발췌하여 재기고.
2) 안토니오 A. 아란테스 교수는 브라질 상파울로대학에서 이학석사를 마치고 영국 캠브리지대학교 킹스컬리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아란테스 교수는 사회인류학 전문가로서 비정부기구와 정부기구, 국제기구에 공공정책과 문화유산에 대한 자문을 하고 있다. 또한 유네스코에서 주최하는 전문가 회의 및 브라질과 모잠비크에서 시행중인 무형문화유산목록 작성 방법의 개발과 시행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3) 2003년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보호협약 2조(3).
4) Jack Goody, ‘Literacy and Classification: On Turning the Tables’, The Domestication of the Savage Mind, Jack Goody ed., Cambridge University Press, 1977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