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angible Cultural Heritage of Asia and the Pacific

훙두안 지역의 푸눅, 한 해 농사 마무리하는 줄다리기

필리핀 이푸가오(I f ugao) 주 훙 두안(Hungduan) 지역의 하파오(Hapao), 방(Baang), 눙울루안(Nunguluan)이라는 세 개의 공동체에는 통칭 훠와(huowah)로 알려진 세 가지 의례행사가 있다. 이 행사는 주로 가을걷이가 끝난 후 치러진다. 푸눅(Punnuk)은 특히 하파오강 유역에서 벌어지는 요란스런 줄다리기로, 세 개의 의식 가운데 가장 마지막에 행해진다.

푸눅을 하기 전에 두무팍(dumupag: 수확을 주도하도록 지정된 가족으로, 이들은 대대로 계단식 경작지를 소유하고 있는 전통의 부자 계층인 카당얀에 속한다)의 집에서 바키(baki)와 이눔(inum)이 열린다. 이 두 의식은 의례에 정통한 뭄바키(mumbaki)가 주재하며, 뭄바키는 풍년을 가져다 준 신과 오늘날 두무팍 세대에게 계단식 경작지를 물려준 조상들에게 감사를 드리는 영가를 부른다.

바키는 점술 의례로, 여기에는 닭이나 종종 돼지 같은 동물의 희생이 따른다. 희생된 동물의 담즙이 신이나 조상들의 영혼에 공물로 바칠 만한 것인지 검사한다. 그 담즙이 마포드(maphod, 매우 좋다)로 결정되면 마을의 원로는 높은 논둑에 올라가 큰소리로 넓게 펼쳐진 계단식 경작지 너머 마을을 향해 이튿날 푸눅이 열리게 될 것이라고 선언하고 마을 사람들에게 의식 준비를 하도록 한다.

바키가 끝나면 두무팍이 다양한 크기의 항아리 세 개에 곡주를 담아 이눔이 열릴 장소로 가져간다. 기도의 영가가 불리는 가운데 뭄바키는 큰 항아리부터 하나씩 열어 컵을 담근다. 뭄바키가 먼저 작은 항아리에 담긴 가장 좋은 술을 맛보고 나면 다른 사람들이 큰 항아리의 술부터 모두 돌아가며 맛을 본다. 흥겨운 마을 잔치의 소란은 공동체의 주민들에게 이튿날 푸눅이 열리기 전까지 밤새도록 떠들썩한 잔치에 참가하라는 신호다.

푸눅은 키나악(kina-ag)과 파키드(pakid)로 이루어진다. 키나악은 줄다리기에 쓰이는 것으로, 잘 말린 볏짚을 단단히 채워 넣어 아에(a-e)라고 불리는 덩굴식물로 단단히 매어서 만든 것이다. 이는 둥근 고리나 인간의 형상과 비슷하다. 파키드는 키나악을 잡아끄는 도구로, 아토바(attoba)나무 묘목이다. 파키드의 가장 적당한 길이는 5m, 둘레는 10cm다. 주변의 어린 나무로 커다란 갈고리를 만들어 파키드 아래쪽을 장식한다. 이 아랫부분은 줄다리기를 할 때 키나악을 단단히 걸어서 끌어내는 부분이다. 모든 재료를 모아 키나악을 만드는 일은 남자들의 협동 작업으로 이루어진다.

푸눅을 하는 날이 되면 참가자들은 3개 무리로 나뉘어 전통의상을 입고 눈히푸카나(nunhipukana) 또는 하파오강이 합류하는 주변 삼각주 일대까지 행진한다. 이 세 무리는 서로 다른 방향(하파오는 동쪽, 방은 남서쪽, 눙울루난은 북서쪽)에서 덤불과 논두렁을 헤치며 눈히푸카나까지 행진해 온다. 행렬이 강가에 가까워질수록 장난기 어린 욕설이 오가는 등 분위기는 점점 더 고조되고, 마침내 눈히푸카나에 먼저 도착한 두 편이 줄다리기 의식을 하기 위해 서로 마주보고 선다. 참가자들은 뭉고파(munggopah)를 암송한다. 뭉고파는 신에게 의식의 성공적인 거행과 공동체의 건강 및 행복을 위해 신에게 축복을 청하는 기도문이다.

기도가 끝나고 키나악을 강에 던져 넣으면 상대편은 재빨리 파키드로 그것을 쳐서 갈고리로 낚아챈다. 강의 물살이 세면 경쟁하는 두 편에 속하지 않은 연장자 가운데 한 사람이 파키드로 키나악을 건져 올린다. 줄다리기가 시작되면 강둑에 몰려든 공동체 구성원들은 자기편의 승리를 염원하면서 열띤 응원전을 펼친다. 키나악을 끌어낸 편이든 아니든 키나악이 자기편에 가까우면 그 팀이 이기는 것이다. 이긴 편은 나머지 한 편과 줄다리기 한판을 더한다. 푸눅은 파키드가 너무 튼튼할 경우 키나악을 다 소진하거나 참가자들이 모두 지칠 때가지 계속된다. 승수가 많은 팀은 푸눅뿐만 아니라 전체 수확기의 승자임이 선언된다. 전통 신앙에 따르면 승자들은 그해 내내 풍요롭고 곡식창고가 그득하게 된다고 하여 승리한 편은 크나큰 행복감을 누린다. 반대로 진 편은 흉작을 막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

경기가 끝나고 승자가 선언되면 그 후 사용된 키나악은 강물 속에 던져 넣어 물살에 쓸려가도록 한다. 강 하류에 사는 공동체들은 이를 보고 하포, 방, 눙울루난 지역의 수확이 모두 끝났음을 알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