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angible Cultural Heritage of Asia and the Pacific

해녀들의 물질기술과 민속지식

전세계적으로 한국과 일본에만 존재하는 해녀(海女)는 제주여성의 상징적 존재며, 그들의 잠수작업은 제주 전통 생업으로서 대표성을 띤다. 해양문명사적인 관점에서 보면 해녀는 잠수기술을 익히고 조수를 이용하는 등 생태에 대한 지식체계를 전승시켰으며, 물옷과 도구제작, 해녀노래와 무속의례 등 독특한 해녀문화를 창조했다. 한편 해녀문화는 여성으로서 기계장치 없이 맨몸으로 바닷물 속에 들어가 해산물을 캐는 잠수 기술과 작업 경험에서 축적된 민속지식, 생업에서 파생된 문화현상에 관한 것들이다.

해녀의 물 속 작업을 ‘물질’이라고 하는데 이는 고도의 기술을 요한다. 숨을 참고 수심 15m의 물 속에서 1분 이상 작업하는 ‘초인적’이라 평가되는 물질 기술은 자신의 몸이 적당한 수압과 산소량을 감지하고 수면까지의 거리를 가늠하여 잠수 시간을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 “물질은 목숨을 걸고 하는 작업이다. 물 밖으로 나올 때는 숨을 남겨서 나와야 한다. 전복이 보이더라도 나올 시간을 넉넉히 두어야 한다”고 가르친다. 완숙한 해녀가 되기 위한 몸 기술은 작업 경험과 체험에서 얻어진 살아있는 기술인 셈이다.

어장의 숙지

해녀의 민속지식 중에서 바다 지형에 관한 이해는 어장을 발견하여 어로활동을 성공적으로 하기 위한 전략으로서 필요하다. 해녀는 물 속에 들어가서 암초와 같은 바다 지형뿐만 아니라 바다 환경에 적응해서 해산물이 있는 장소를 감각적으로 익히고 자신이 작업하는 장소를 인지한다. 해녀는 10세 경부터 물가에서 물 헤엄을 배우고 16세가 되면 기술을 익혀 해녀가 된다. 해녀 사회에서는 능력별로 상 · 중 · 하가 있어서 30세 혹은 40세 이상이 되면 어장 지형을 완전히 숙지하고 암초와 같은 지형물의 특성을 터득하여 전복과 같이 중요한 해산물이 있을 만한 곳도 가늠할 수 있다. 그래서 깊은 물 속, 오랜 시간 잠수하여 많은 양의 해산물을 따올 수 있고 바다어장에 대한 지식도 완벽히 알 수 있다.

조수(潮水)의 이용

해녀의 작업은 보통 물찌라고 하는 조수간만의 차에 의해 결정된다. 지역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제주시에서는 ‘조금’부터 ‘여섯물’(음력 7~14, 23~29일)까지 작업한다. 이 기간은 조수간만의 차가 적어 조류의 흐름이 작업을 방해하지 않는다. 해산물을 발견하고 물질했을 때 정확한 장소에 잠수할 수 있고 또 물 위로 올라왔을 때 짚는 테왁과 해산물을 담는 용구인 망사리가 조수의 흐름에 휩쓸리지 않아 해산물을 쉽게 넣을 수 있다.

해산물의 종류 및 수확 시기

해산물의 채취 시기는 산란기를 피하고 해산물의 생태적 특성을 고려하여 채취 시기를 결정하고 있는데, 이는 해녀의 경험에 의한 생산 지식의 결과이다. 예를 들면 소라의 금채기는 6월부터 9월까지이며, 전복은 10월부터 12월까지이다.

공동체 조직과 바다 어장의 이용

해녀공동체의 상징과도 같은 ‘불턱’은 바닷가에 돌담을 쌓아올려 바람을 막고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옷을 갈아입던 곳이다. 이곳은 해녀 사이의 정보 소통의 장소일 뿐만 아니라 상호 협력을 재확인하고 의사 결정과 물질 학습이 이루어지던 장소이다.

어촌계의 규약, 해신당과 같은 무속의례도 해녀공동체를 존속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한다. 규약에는 해녀회 구성과 운영, 채취물의 채포 및 금채에 관한 사항, 바다 어장의 어업권, 경계 지정 등이 포함되어 있다.

제주시 우도를 둘러싼 해녀 어장의 경우, 각 리마다 어촌계가 있고 그 어촌계에 속한 자연부락은 동별로 바다어장을 관리하며 각 동에는 책임자가 있어 해산물을 공동으로 모아 판매한다.

두 개 마을이 공동으로 작업하는 공동 바다를 통해서는 일정한 어장을 지정하여 사회사업에 동참한다. 학교 재건을 위한 학교바다, 학교 운영비를 마련했던 기성회바다, 청년회 자금 마련을 위한 청년바다, 마을 이장활동비를 마련하기 위한 이장바다가 규약으로 정해져 있다.

해녀의 전통 어업기술과 지식은 해녀문화를 생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작업의 위험에 따라 생겨난 잠수굿과 해신당의 무속의례, 공동체를 이끌어가던 불턱, 해녀들의 정서를 노래로 표현한 해녀노래 등도 중요한 무형문화유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