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angible Cultural Heritage of Asia and the Pacific

한국의 무형문화유산 목록 작성 경험

무형문화유산 목록 작성의 시작

일제강점기, 한국전쟁 등 격랑의 근현대사를 헤쳐 온 한국은 문화유산을 보존·전승하기 위하여 1962년 문화재보호법을 제정하였다. 이 법은 ‘무형문화재’를 법적 개념으로 규정하고 국가문화재로서 지정·보호하는 조항이 포함되어 있다. 유네스코가 무형문화유산보호협약을 채택(2003년)하기 40여 년 전 무형문화유산 보호를 위한 법적 시스템이 구축되었던 것이다.

문화재관리국(현 문화재청)은 법 제정 이후 문화재위원회(제2분과, 1962. 5)를 개최하고 ‘중요무형문화재’ 종목 지정을 위한 추진 방향을 정하였다. 그리하여 ① 각 도의 무형문화재 및 민속자료 수집, ② 외국의 문화재 지정 및 보존 사례 조사, ③ 각 도의 무형문화재 지정 대상 보고 등을 실시할 것을 의결하였다. 또한 기초조사 추진을 위해 분야별 관계 전문가를 위촉하고, 해당 분야별 분류항목을 연구하였다. 그 후 1962년 7월부터 한국 최초의 ‘무형문화재 실태조사’가 시작되었다.

국가는 실태조사 결과에 따라 지정 · 보호해야 할 대상을 선정하고 이를 지방자치단체(시 · 도지사)에 통지, 보완 자료를 제출받았다. 1964년 2월 문화재위원회 위원의 조사가 추진되었다.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문화재위원회는 종묘제례악(제1호) 등 7종목의 중요무형문화재 지정을 의결하였고, 1964년 12월 최초의 중요무형문화재 지정이 관보에 고시되었다.

1970년 개정된 문화재보호법에 지방자치단체의 조례에 의해 지정되는 지방문화재의 지정 조항이 신설되었다. 지방지정 무형문화재는 지역적 특수성을 기반으로 하여 무형문화유산의 보호에 기여하게 된다. 1971년 8월 제주도 ‘해녀노래’의 지정을 필두로 각 지방자치단체별로 지방 무형문화재를 지정하였다.

2011년 현재 국가지정 중요무형문화재는 114종목(세부종목 포함 126종목), 지방지정무형문화재는 414종목이다. 각 분야별 국가지정, 지방지정 무형문화재는 <표1>과 같다. 국가지정, 지방지정 모두 공예기술 분야가 많은 수를 차지하고 있으며 음악, 놀이와 의식분야가 그 뒤를 따른다.

무형문화유산 목록 작성 절차

한국의 중요무형문화재는 종목 지정과 보유자 인정으로 전승 기반을 형성한다. 중요무형문화재의 종목 지정과 보유자 인정은 유사한 절차를 통해 이루어진다. 지정 절차는 문화재청장 직권이나 지방자치단체(시도지사) 혹은 민간단체의 추천으로 시작된다. 추천된 종목은 관계 전문가가 종목의 타당성 여부, 지정의 가치 여부, 현장조사 여부 등을 검토한다. 간혹 대상 종목의 대표성 점검을 위해 전국 현황조사나 별도의 학술조사연구를 진행하기도 한다. 이러한 검토·조사·연구 성과 등을 바탕으로 문화재위원회는 대상 종목에 대한 현장조사 추진 여부를 검토 · 결정하고 그 결과에 따라 문화재위원을 포함한 관계 전문가의 현장조사가 실시된다. 문화재위원회가 현장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지정을 검토하여 그 대표성을 인정받으면 문화재청은 지정 예고(관보 공고)하고 30일간의 의견 수렴 기간을 거친다. 이후 문화재위원회는 합의된 대상 종목의 국가지정에 대한 심의를 진행한다. 문화재청은 국가지정의 가치가 있다고 인정된 대상 종목을 지정 고시(관보 고시)하고 지정 사항을 소관 지방자치단체 등에 통지한다. 이로서 한 종목의 국가지정 중요무형문화재가 탄생하게 된다.

국가지정 중요무형문화재의 연도별 지정 추이는 <표2>와 같은데, 정치적·사회적·경제적 급변기에 많은 종목이 지정되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1964년 중요무형문화재가 처음 지정된 후 약 25년 동안 79%의 종목이 지정되었는데, 아마도 급격한 변화에 대응하여 한국 고유의 문화를 확보·유지하고자 하는 대처방법의 하나가 아니었나 생각된다.

이렇게 지정된 중요무형문화재는 전승시스템 마련을 위한 전승활동 지원3)과 기록 보존(영상 및 도서), 정기조사를 통해 전승실태를 관리한다. 특히 국가지정 중요무형문화재의 기록 보존은 현재 97%가 완료된 상태이며, 기록의 표준화를 위해 『무형문화재 기록화 가이드북』(2010)도 발간되었다.

무형문화유산 목록 작성의 새로운 시작

한국은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보호협약을 문화재보호법에 근거한 무형문화유산 전승·보호 시스템을 재점검할 기회로 인식하였다. 그래서 무형문화유산보호협약을 현장에 적용하기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의 무형문화유산 법제화를 추진 중에 있으며, 공청회 등을 통해 다양한 이해관계자, 전승자, 공동체 등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아울러 국가의 중요무형문화재 목록, 지방자치단체의 지방무형문화재 목록 외에 제3, 제4의 무형문화유산 목록의 필요성이 제기되어 별도의 국가목록을 작성하고 있으며, 집단지성(collective intelligence)에 의한 ICHPEDIA(http://www.ichpedia.org)도 운영하고 있다.

한국은 무형문화유산에 대한 총체적 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앞서 살펴본 중요무형문화재 지정을 위한 1964년 이래의 실태조사와 1969년 이래의 한국민속종합조사가 그것이다. 이 두 조사는 한국의 무형문화유산 전승·보호를 위한 학술적·제도적 토대가 되었는데, 국립문화재연구소 무형문화재연구실 연구원들이 이 조사의 실무진으로 참여한 바 있다. 이를 계기로 국립문화재연구소 무형문화재연구실은 21세기형 무형문화유산 목록을 확보하기 위한 ‘무형문화유산 자원조사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있다. 이 조사는 현재 한국에서 유지·전승되고 있는 무형문화유산을 대상으로 진행될 것이며 조사결과는 국가목록 작성의 학문적 근간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