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angible Cultural Heritage of Asia and the Pacific

한국의 무형문화유산에 나타난 여신의 성격

다신교인 한국의 무속이나 민간신앙에는 여신이 많다. 아기에게 생명을 주는 삼신은 할머니신이다. 삼신할머니는 아기가 무사히 태어나고 자랄 수 있도록 돕는다. 바람의 신은 영등할머니이다. 며느리에게 못되게구는 영등할머니는 제멋대로 부는 바람의 변덕스런 성격을 반영하고 있다. 산신은 남성 위주의 사회가 되면서 남신으로 바뀌었지만 원래는 여신이었다. 어미산, 할미산의 명칭이 아직 남아있다. 수신 역시 용궁아기씨라고 부르는 여신이다. 제주도 신화에 의하면 선문대 할망이라는 여신이 제주도를 만들었다고 하니 제주도의 창세신도 여자인 셈이다. 생명의 주체로서 여신을 숭상한 것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여신이 지배적인 특성은 한국문화의 무형문화유산에도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 하지만 인격신으로 바뀌면서 변화가 보인다. 중요무형문화재로 유명한 하회별신굿탈놀이는 마을수호신인 김씨 서낭을 위로하기 위해 벌인 것이다. 김씨 서낭은 열다섯 살에 죽은 여인이라고 한다. 어린 나이에 죽어 그 한을 달래기 위해 동민들이 제를 올리고 탈춤을 추는 것이다. 유네스코의 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강릉단오제 역시 여신을 모신다. 국사여서낭신으로 추앙되는 인물은 정씨 여인으로 호랑이에 물려 죽었다고 한다. 강릉시민들은 해마다 단오굿을 하여 여서낭의 비참한 죽음을 위로한다.

한국 무형문화유산에 등장하는 여신들은 인격신의 경우 생전에 한이 많은 존재들이다. 대부분 기록된 역사는 성공한 집단의 입장을 반영하고 있다. 하지만 민중들은 축제나 굿을 통해 실패한 사람들의 삶을 기억해 냄으로써 역사의 균형을 잡는데 그 주인공들이 대부분 여신인 것은 한국 문화의 특징이라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