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angible Cultural Heritage of Asia and the Pacific

필리핀, 살아있는 무형유산의 목록 작성에 총력 기울이다

필리핀 군도는 적어도 8개 부족의 발상지이며, 여기에서 400여 개 하위 부족으로 확장됐다. 각 부족은 공통의 전통, 관습, 신앙에 따라 구분되지만 이들 하위 부족 사이에서도 복잡다단한 변형이 발생한다. 그 결과 필리핀은 시간이 흐르면서 끊임없이 변화하는 다양한 문화를 지니게 됐다. 사실 문화의 무형적 측면에서 보면 어떤 것은 잊히고 사라졌는가 하면 또 어떤 것은 돌이킬 수 없게 되고 많은 것이 기록되지 못한 채 남아 있는 등 대부분 의식하지 못한 사이에 계속 진화해 왔다.

2003년 협약 이전의 무형유산 보호체계

필리핀 문화의 물질적 표현이 더욱더 이해하기 쉬워짐에 따라 필리핀의 법률과 정책도 이의 보전과 보호에 맞춰 제정됐다. 비록 필리핀의 관련법이 ‘무형유산’이라는 용어를 명시하지 않았지만 이 개념을 포함하고 있는 구체화된 문화법이 이미 있다. 예를 들면 국가문화예술위원회(NCCA; National Commission for Culture and Arts) 설립을 정한 공화국법 제7356호는 “국가의 역사 및 문화유산을 보호하고 증진”하며 “필리핀의 활발한 문화 주류의 일부로서 다양한 창작물과 전통문화를 보전하고 통합”하는 정책을 수립하고 이행할 것을 밝히고 있다. 공화국법 제8492호에 따라 수립된 국립박물관 체계는 “각 집단의 민족지학을 규명하고 민족학을 수립하며, 후대를 위한 기록유산을 목적으로 필리핀 내 다양한 민족 연구를 수행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사람들은 전시장에 전시된 유물이나 공예품을 보고 감탄하겠지만 이러한 물건들이 만들어지기까지의 전 과정과 거기에 스며든 지식은 작품 창작자의 기억 속에만 남아 있다. 문화유산의 옹호자들이 스페인 식민지 시대의 교각을 파괴하는 것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높이지만, 사라져 가는 성가영창을 살리자는 속삭임은 거의 들리지 않는다.

2003협약 체제 하의 예비목록 작성

유네스코 인류구전 및 무형문화유산 걸작선언은 전 세계의 살아 있는 전통문화 가치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데 도움이 된 시의 적절한 프로그램이었다. 이후 무형유산 개념은 2003무형문화유산보호협약에서 구체화됐다. 협약은 각국에 무형유산 국가목록을 작성하고 관련 보호 활동을 권장하는 걸작선언의 요구 내용을 재차 강조하고 있다.

필리핀의 협약 비준 3년 후, 필리핀의 문화예술 관련 정책 제정 및 조정 기구인 NCCA는 구전 전통 및 표현, 사회 관습, 의례, 축제 등 가장 취약한 분야들을 다룬 민족지학 문헌을 활용해 무형유산 목록 작성 작업에 착수했다. 전문가 한 명이 단독으로 작업을 수행한 결과 233개 종목의 예비목록이 작성됐지만, 솔직히 말해서 이들 종목으로 2003년 협약에서 5개 영역으로 명시된 광범위한 분야를 모두 충족시킬 수 없었다. 그러나 이 작업은 국가 무형유산 분야가 발전하는데 중요한 도약의 발판이 됐다.

예비목록이 작성되기 전에 ‘요약목록 양식’이 개발되고, 여기에 더 상세한 정보가 수록됐다. 관련 기록은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하는 등 체계를 갖춘 구조 속에 통합됐다.

문화재 등록대장의 작성과 시범 프로젝트

2009년에는 공화국법 제10066호 ‘국가문화유산법’이 통과됐다. 이 법률의 의무 조항 가운데 하나가 바로 유 · 무형 문화재로 정의된 국가문화재의 목록을 작성하는 것이다. 이 법이 무형유산의 개념을 공인했기 때문에 유형문화재와 무형문화재는 법상 동등한 기반을 갖는다.

국가목록인 필리핀문화재등록대장(PRECUP; Philippine Registry of Cultural Property)은 지역 공동체와 국가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문화재 목록이다. 이와 관련하여 북부 루손(Luzon) 섬 아브라(Abra) 주에서 시행된 시범 프로젝트는 다른 주의 모범 사례로 활용됐다. NCCA와 아브라 주 정부는 지역 연구자, 공동체의 원로, 연행자들과 공동으로 협력하여 이들이 속한 주의 중요 문화재를 발굴 및 지정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시행했다.

NCCA의 무형유산분과는 아브라 주 등록대장에 등재된 무형유산 종목에 대한 더 많은 정보를 수집하고자 기록팀을 구성했다. 이 팀은 이트네그(Itneg) 족과 일로카노(Ilocano) 족 2개의 주요 종족으로 이뤄진 아브라 주의 여러 지방자치단체에서 연구조사를 수행하고 종목별로 다양한 형식을 기록하고 자료를 확인하였다. 등록대장을 제출한 이트네그 족은 11개 하위 종족 집단으로 구성돼 있으며, 기록팀은 일로카노 족의 무형유산도 기록에 포함시켰다.

시범 프로젝트가 시행되는 동안 필리핀 각 지역의 담당 부서에 의해 더 많은 무형유산 종목이 기록됐다.

NCCA 내에 무형유산 분과 구성

NCCA는 국가문화유산법에 규정된 무형유산 관련 업무뿐만 아니라 2003 협약 이행을 감독하기 위해 무형유산분과를 두었다. 이 분과는 현지 무형유산을 기록하기 위해 연구팀을 조직하고, 팀에서는 무형문화 행사의 과정과 결과 모두를 포함해 기록한다. 합당한 사회문화 맥락 속에서 연행되는 무형유산 종목만 기록되기 때문에 기록을 목적으로 상연되는 활동은 제외된다.

NCCA는 이 분과를 통해 지방정부 분과, 교육기관, 지역 공동체, 연행자들을 네트워킹하고 조율하며 그들과 협력함으로써 국가의 무형유산 목록 작성 사업에 그들의 참여를 촉진한다.

필리핀 무형유산 목록, 피나그물란 발간

필리핀 문화재등록대장이 문화유산 보호에 매우 중요하다고 사료되는 목록을 전제로 한다면, 필리핀 무형유산 목록은 무형유산 종목의 현황과 생명력까지 포함하고 있어 더욱 상세하고 폭이 넓어진다. 현재까지 무형유산 목록에는 367개 종목이 등재됐다. 이들 종목 가운데 일부는 NCCA와 ICHCAP가 2013년에 공동으로 발간한 ‘필리핀 무형유산 목록, 피나그물란(Pinagmulan)’이라는 책에 소개됐다. 하지만 이들 종목을 전부 기록하려면 한 평생이 걸려도 다 못할 만큼 방대하기 때문에 이 책에 소개된 무형유산은 전체 가운데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번 출판물은 이곳의 살아 있는 전통문화 기록 및 보호가 반드시 이뤄져야 하고, 그렇게 할 수 있음을 보여 준 유형의 증거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