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angible Cultural Heritage of Asia and the Pacific

키르기스 민족의 정체성, 마나스 서사시

키르기스 민족은 오랜 세월 동안 유목민으로 살아왔다. 그리고 유목 생활은 그들 삶에서 문화와 정신 향방을 결정하였다. 이는 키르기스 민속예술과 함께 특히 서사시에 얽혀 있는 내용들을 살펴보면 더욱 쉽게 알 수 있다. 키르기스 서사시의 핵심은 바로 마나스(Manas)다.

마나스는 8~9세기에 사야노알타이(Sayano-Altai)와 예니세이(Yenisei) 지역(현재 러시아)에서 기원하였다. 이 시기에 키르기스 민족은 자신들의 국가인 대 키르기스 카나트(Great Kyrgyz Khanate)를 건립하였다. 마나스는 키르기스 민족사의 기억을 담고 있으며, 역사를 하나로 통합함으로써 전 키르기스 민족의 바탕이 되는 민족 정체성을 형성하였다.

마나스는 키르기스에서만 연행된다. 내용이나 공연 형태는 투르크-몽골 민족의 다른 작품에는 나타나지 않는다. 세계 여타의 서사시와 달리 마나스는 무반주 음악으로 공연되며, 특이한 낭독 기법이 포함되어 있다.

마나스는 입만을 사용하여 공연하며, 구전으로 세대 간에 전승되어 왔다. 서사시의 전 내용, 구성, 등장인물, 그들의 이름은 기록으로 남아 있는 것이 아니라 모두 서사시 이야기꾼의 머릿속에 저장되어 있다. 모두 시로 이루어져 있는 마나스는 자그마치 50만 행에 이르며, 산문은 단 한 구절도 들어 있지 않다.

마나스는 또한 키르기스 민족의 관습과 생활 방식 정보뿐만 아니라 지리, 종교, 철학, 의학, 국제관계, 범 국가 놀이, 무기, 국가 체제 등 지식도 담고 있다. 이들 정보의 방대함에 비추어 볼 때 이 서사시는 수세기를 거치면서 발전해 온 키르기스인들의 생활이 집대성되어 있는 일종의 백과사전이라 할 수 있다.

마나스 이야기꾼, 마나스치(Manaschy)

마나스의 보호자이자 보유자는 마나스치라 불리는 이야기 영창자다. 그들은 기록하지 않고 마나스의 모든 내용을 암기한다.

마나스 이야기의 특징은 여전히 논리로 이해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이야기꾼들은 자신들이 마나스를 서사시 교본으로 배운 것이 아니라 자신들을 지배하는 어떤 신성한 힘에 의해 알게 되었다고 말한다.

마나스치는 서사시를 꿈의 한 형태인 아이얀(Ayan)을 꾸는 동안 알게 된다고 믿는다. 아이얀을 꿀 때 서사시에 등장하는 영웅들이 마나스치에게 다가와 사람들에게 마나스의 이야기를 널리 알려 달라며 축원을 내린다. 이를 따르지 않으면 질병이나 불임을 겪게 되고, 심지어는 죽음에 이를 수도 있는 고통을 겪게 된다. 이는 근대 마나스치들을 보면 분명해진다. 그들 가운데 많은 마나스치들이 과거 질병을 앓으면서 이야기꾼이 되었다.

서사시에 담긴 기본 개념

마나스 서사시의 기본 개념은 민족 통합, 독립투쟁과 관련이 있다. 이 서사시의 주인공은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마나스다. 마나스는 분열된 키르기스 민족을 통합하는 임무를 짊어지고 있었다. 민족을 재통일하기 위해 그는 외적과 싸워야 했을 뿐만 아니라 통합을 원하지 않는 민족 내 일부 부족들의 저항에도 맞서야 했다.

마나스 서사시는 전반에 걸쳐 투쟁과 영웅주의가 흐르고 있다. 우리는 이러한 일관된 흐름을 속국의 왕들과 벌이는 투쟁에서 뿐만 아니라 마나스가 이루어 놓은 통합 회복 과정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이 통합은 이후 그의 가족에 의해 파괴되었으며, 이 이야기는 마나스 3부작의 2부와 3부인 세메테이(Semetei) 및 세이텍(Seytek) 이야기의 중심을 이룬다.

마나스는 키르기스 민족의 독립과 국가 건립을 위해 한 발 한 발 전진할 때마다 신화 존재를 비롯한 많은 실제 역사상의 적, 예를 들면 칼마크스(Kalmaks)와 키타이스(Kytays) 등과 싸움을 벌였다.

마나스를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바로 이 서사시가 우리에게 지나간 역사에 대한 깨달음을 준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고대 키르기스 인들은 세계가 3개로 나뉘어 있다고 믿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서사시는 또한 고대 장례 의식을 치르는 과정에 관해서도 서술하고 있다. 서사시의 등장인물 가운데 한 사람은 자신의 시신을 날카로운 단검으로 긁어내고 남은 뼈를 발효시킨 암말의 젖인 쿠미스(koumiss)로 씻도록 하였다.

오늘날의 마나스

마나스의 중요성은 세계가 인정하였다. 1995년 제49차 유엔 총회는 키르기스의 국가 서사시 마나스 탄생 1,000주년을 기념하는 결의문을 채택하였다. 그리고 마나스는 2013년 인류무형유산 대표목록에 등재됨으로써 다시 한 번 세계의 인정을 받았다.

오늘날 서사시는 젊은 영창자들에 의해 살아 있는 구전 전통으로 계속 유지되고, 후대에 전승되고 있다. 마나스는 국가 정체성의 상징으로 키르기스 민족정신의 중요한 유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