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angible Cultural Heritage of Asia and the Pacific

초다양성 사회의 무형유산 보호

오늘날 전 세계 인구의 반 이상이 도시에 살고 있다. 도시 인구가 다종다양해짐에 따라 초다양성은 더 이상 싱가포르, 방콕, 그리고 뭄바이와 같은 거대도시만의 특징이 아니게 되었다. 유럽 역시 초다양성이 야기하는 신구 문화관습의 충돌, 그리고 여러 형태의 긴장과 갈등을 겪고 있는데, 이는 사회적 정체성과 사회적 공간을 공유하고 있는 현상의 반영으로 볼 수 있다(Vertovec, 141). 네덜란드 로테르담에는 최소 160여 가지의 다양한 민족적 배경을 가진 이주민들이 살고 있는데, 이들은 모두 자신들의 무형유산을 지닌 채 이주해왔다. 다양한 민족이 공존하는 초다양성의 사회에서 무형유산이 공동체 건설 그리고 더 나아가 지속가능한 발전에 기여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가 있다.

지나이 루이(Jinai Looi)는 싱가포르에서 태어나 로테르담에서 성장하여 현재 로테르담 서크뤼스카데(West-Kruiskade)에서 요리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아시아 요리 전문가인 지나이는 그녀의 성장 배경을 활용하여 네덜란드에서 인기가 많은 채식을 아시아 음식과 결합한 비건 아시아(Vegan Asian) 요리 강좌를 제공한다. 지나이는 그녀의 요리교실을 ‘제6의 행복(het Zesde Geluk)’이라고 부르는데, 이는 부, 행운, 장수, 기쁨 그리고 성공을 일컫는 중국의 오복(五福)에서 온 말이다. 서크뤼스카데에 새롭게 스며든 다양성의 물결 속에서 여섯 번째 행복의 맛은 아시아 음식을 의미할 것이다.

지나이의 요리교실은 서크뤼스카데에 국제성을 부여하는 데에 크게 기여했다. 서크뤼스카데거리 곳곳에는 다양한 음식문화가 존재하는데, 63번지에서는 클랑 키우 완(klang kiew waan)과 카드 메드 무무앙(kad med mumuang)과 같은 태국 음식을, 근처 베트남 식당 포에서는 인기 있는 쌀국수를 만나볼 수 있다. 여기서 좀 더 올라간 거리에는 인도 음식을 파는 페퍼 트레일(Pepper Trail)과 터키 음식점 일리아(Ilya)가 기다린다. 리아드와 사피르(Ryad and Safire)는 모로코 음식점이다. 이 거리에 없는 음식점이라곤 전통 네덜란드 음식을 파는 곳뿐이다.

사회적 기억 만들기

 서크뤼스카데는 수많은 중국 상점 때문에 제2차 세계대전 이전부터 차이나타운으로 불렸다. 매년 2월마다 중국 춘절행사를 보기 위해 수많은 관광객들이 서크뤼스카데를 찾는 것은 놀랄 일도 아니다. 게다가 전 세계 수많은 이주민들이 유입되면서 서크뤼스카데는 다채로운 문화축제가 열리는 곳이 되었다. 최근에는 힌두축제인 디왈리(Diwali)가 인기를 끌고 있다. 카리브 해에서 온 이주민들은 노예제 폐지를 기념하는 케티 코티(keti koti, 사슬 끊기) 축제를 해마다 개최한다.

파리나 런던과 같은 또 다른 초다양성 도시들에서도 로테르담과 같은 분위기를 확인할 수 있다.이주 역사가인 모니카 잘츠부룬(Monika Salzbrunn)은 파리 벨레비유(Belleville) 구역에서 로테르담과 유사한 문화 다원주의 축제의 경향을 목격했다. 유럽 최대의 거리축제로 알려져 있는 런던 노팅힐 카니발, 그리고 카리브 해 특성이 강해 터키 혹은 모로코 출신 로테르담 시민들로부터 사랑 받는 로테르담 여름 축제 등은 매우 인기가 높다. 이와 같은 흥미로운 축제들은 초다양성 시대의 사회적 기억을 만들어내는 무형유산의 표현으로 해석될 수 있다.

초다양성

현재 초다양성을 주제로 한 논문들이 꽤 많이 나와 있다. ‘초다양성’은 영국 사회학자 스티븐 버토벡(Steve Vertovec)이 10년 전 처음 만든 용어로, 서유럽 지역 대도시 대부분에서 발견되는 새로운 사회적 현상을 잘 반영하고 있으며 문화 다원주의라는 오래된 개념을 대체하는 것이다. 문화 다원주의는 지배적으로 우세한 민족 그룹 하나와 두 세 개의 소수민족(네덜란드의 경우 1960-70년대 네덜란드에 들어온 터키, 스페인 그리고 모로코 출신의 이주 노동자들)이 서로 대적하는 상황을 가리킨다. 하지만 1990년대 이후 전 세계로부터 난민이 대량 유입되면서 상황은 완전히 바뀌었다. 현재 로테르담에는 특정 민족 집단의 주류화 없이 160개 이상의 소수민족들이 공존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대도시들이 새로운 그리고 전례 없는 사회경제적 도전에 직면해 있음을 보여준다.

초다양성 현상이 유네스코, 그리고 무형유산 보호에 시사하는 바를 알기 위해서는 앞서 언급한 유네스코 세계 문화 보고서, 특히 초다양성의 새로운 문화적 역동성에 대한 스티븐 버토벡의 연구를 참고할 수 있다. 초다양성을 무형유산과 직접 연결시킨 연구는 많지 않지만 ‘서크뤼스카데 무형유산의 다양성(Diversity of Intangible Cultural Heritage in West-Kruiskade)’을 인류 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에 등재하려고 준비 중인 서크뤼스카데연맹(Alliance West-Kruiskade), 그리고 로테르담의 사례를 다룬 알버트 반 데어 제이덴의 글을 찾아봐도 좋을 것이다.

초다양성 도시의 무형유산과 관련하여 다음의 세 가지를 주목해 볼 수 있다.

  1. 초다양성 도시에서는 이주민들이 본래 갖고 있었던 사회적 관습들 위에 국제적인 문화적 관습들이 새로이 형성된다.
  2. 이렇게 축적된 문화적 관습들은 초다양성 도시의 새로운 무형유산을 구성한다. 서크뤼스카데에서 열리는 대중 축제들로부터 이를 확인할 수 있다.
  3. 초다양성 도시 사람들은 ‘자신 고유의’ 민족적 뿌리에서 정체성을 찾지 않는다. 오히려 다양성 그 자체에서 정체성을 발견한다. 서크뤼스카데의 문화적 정체성은 바로 이 다양성이다.

사업가 모델

서크뤼스카데는 시 정부가 주도하고 사업가들이 지원하는 매우 흥미로운 사례이다. 다른 초다양성 도시들과 마찬가지로 서크뤼스카데는 약물 남용, 실업률 및 범죄율 상승과 같은 각종 사회경제적 문제를 겪었지만, 사회 통합을 위해 무형유산과 사업가 모델을 효과적으로 활용하여 로테르담을 대표하는 지역이 되었다.

무형유산의 보호를 위해서는 다양한 구성원들이 각자의 역할을 잘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때 다양한 문화적 관습을 유럽에 들여 온 이주자들은 무형유산의 보유자로 볼 수 있다. 흥미로운 것은 상당수의 개인과 집단들이 무형유산의 수호자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는 점이다. 서크뤼스카데에서는 지나이 루이, 구노 츠바케(Guno Zwakke) 그리고 프레드 피츠-제임스(Fred Fitz-James)와 같은 가게 주인이나 사업가들이 그 역할을 맡고 있다.

우리는 이미 앞에서 중국요리교실을 운영하는 지나이 루이를 만나보았다. 프레드 피츠-제임스는 수리남 윈티(Winti) 의식에 대한 정보를 얻고 관련 물품을 구입할 수 있는 가게를 운영한다. 구노 츠바케는 매년 케티 코티 축제를 조직하는 ‘함께 하는 과거, 함께 하는 미래 재단(Foundation Shared Past Shared Future)’을 운영하는데, 이 재단은 로테르담 토착민과 이주민이 공유하는 역사의 인식 제고를 목표로 한다. 이는 상호 이해와 존중을 증진하고 현재와 미래에 다민족 사회를 강화하기 위한 것이다. 또한 로테르담 시 정부 공무원인 알리스 포르테스(Alice Fortes)는 ‘서크뤼스카데 무형유산의 다양성’을 인류 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에 등재하기 위해 여러 이해관계자들을 한 자리에 모아 영향력 있는 중재자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도전과제

 초다양성 도시에서는 무형유산의 보호를 어떻게 조직화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서크뤼스카데의 경우 시 정부가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업가들과 긴밀한 협조관계를 구축하여 조정자 역할을 수행한 덕분에 성공사례가 될 수 있었다. 어떤 면에서 이 사례는 무형유산 보호에 참여할 의지와 자금을 지닌 개인들이 무형유산의 수호자로서 시 정부와 협력한 윈-윈 모델이었다. 문제는 이러한 모델이 개인의 역할에 지나치게 의존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지나이 루이는 서크뤼스카데를 떠나 로테르담 내 다른 지역인 크랄링겐(Kralingen)으로 요리교실을 옮기기로 결정했는데, 이러한 상황에서 향후 누가 그녀를 대신할 수 있을지 의문을 남긴다.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보호협약에 명시되어 있듯이  ‘세계화와 사회 변화의 과정은[AvdZ: 초다양성 도시의 경우는 반드시] 공동체 간의 새로운 소통 환경을 만들어낸다.로운서크뤼스카데에 다양한 무형유산이 공존하게 된 것과 같이 초다양성 공동체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모든 민족 그룹이 참여할 수 있도록 가능한 한 개방성과 포용성을 갖추어야 한다.

또 다른 문제는 시 정부가 주도적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점이다. 서크뤼스카데의 경우 성공사례로 손꼽히지만 시 정부가 더 이상 관여하지 않기로 결정함에 따라 향후 어려움을 겪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네덜란드무형유산센터(Dutch Centre for Intangible Cultural Heritage)는 초다양성의 맥락에서 무형유산을 보호하기 위한 정책모델을 개발 중이다. 로테르담과 여러 초다양성 도시들 간의 비교연구를 통해 무형유산 보호를 위한 사업가 모델을 발굴할 계획이다. 네덜란드무형유산센터가 안고 있는 가장 큰 고민은 어떻게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할 것인지, 시 정부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그리고 기업인들은 어느 단계에 개입해야 하는지 등의 문제다. 박물관과 같은 문화유산 관련 기관에 요구되는 역할 또한 연구의 대상이다. 이를 바탕으로 네덜란드무형유산센터는 초다양성 도시의 사회문화적 난제 해결 및 성공요인에 관한 정책권고안을 준비 하고 있다.

참고문헌

https://unesdoc.unesco.org/ark:/48223/pf0000245999

http://books.openedition.org/gup/pdf/225

http://www.ijih.org/volumeMgr.ijih?cmd=volumeView&volNo=12

https://www.academia.edu/38139133/Intangible_heritage_as_dialogue_and_as_contestation._West-Kruiskade_Rotterdam_and_the_changing_face_of_memory_in_Jahrbuch_f%C3%BCr_Europ%C3%A4ische_Ethnologie_2017_Die_Niederlande_Dritte_Folge_12_2017_111-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