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angible Cultural Heritage of Asia and the Pacific

첸나이 축제를 통해 보는 문화 발전

2011년 6월 미국 뉴저지에 사는 IT 전문가인 친구 벤키테쉬 크리슈나나(Venkitesh Krishnana)가 타밀 나두(Tamil Nadu)주의 수도인 첸나이(Chennai)를 방문하겠다고 알려왔다. 그가 문화적 풍성함을 자랑하는 첸나이를 방문할 예정인 12월 중순은 지역 달력에서 가장 신성시되는 아홉번째 달인 마르가지(Margazhi)에 해당된다.

축제 기간인 이 달에는 첸나이에서 1,500개 이상의 음악회, 무용발표회가 열리는데, 이는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축제일 것이다. 이 연례행사는 음악과 무용이 수백 명의 공연예술가들과 수천 명의 애호가들에게 친숙한 삶의 방식임을 새삼 일깨워 준다. 나아가 이 축제는 미국에 거주하는 나의 친구처럼 다양한 생활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문화적, 미적 근원을 재활성화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일부 사람들이 ‘오늘날의 음악가들이 전통을 홀대하고 상업적 성공에 연연하는 세태에서 전통음악의 황금기는 끝났다’고 탄식하는 반면, 다른 이들은 남인도 고전예술 양식이 부흥의 과정에 있으며 축제 기간 중의 새로운 열광적 참여는 이를 반영한다고 믿는다. 개인적으로 필자는 상업화된 문화 영역에 침투한 전통예술의 약화와 퇴보현상에 대한 심각한 우려가 존재한다는 점에서 이는 논쟁의 대상이라고 생각한다.

올해로 첸나이의 음악축제는 85년간 지속되어 왔다. 1927년 당시 인도국가의회가 주도한 민족주의 운동은 현재의 첸나이인 마드라스(Madras)에서 범인도회의를 개최하였으며, 정치집회와 함께 열린 이 행사는 인도 최초로 전국적인 규모로 개최된 음악회의였다. 최근 들어 정치색이 다소 약화되었으나 오늘날 마르가치 음악축제는 사회정치적 재활성화를 반영하는 지속적 현상이라 할 수 있다.

마드라스 축제는 남인도의 카르나틱(Carnatic) 음악과 무용의 변화를 반영하는 하나의 거울이다. 카르나틱 음악의 쿳체리(kutcheri : 연주 구조) 양식은 지난 100년 간 발전과 때로는 쇠퇴를 겪으며 유지되어 왔다. 원래 한 달 간 벌어졌던 이 축제는 점차 연장되어 현재는 두 달 간 계속된다. 올해 축제에는 1,500여 무대가 연출되었으며 카르나틱 음악과 남인도 무용으로 이루어진 장관을 제공하였다.

첸나이 축제는 세계에서 가장 큰 문화행사이며 아마도 우드스탁(Woodstock) 축제보다 큰 규모이다. 그럼에도 시민들과 참가 예술가들 대부분은 이 축제의 규모를 충분히 의식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의 사회학적 원인은 축제를 위해 3천만 루피 이상의 경비가 소요됨에도 불구하고 이 축제가 사회구성원들 중 소수집단이 향유하는 고전예술양식만을 대상으로 하는 점에 있다고 본다.

한편 전례없이 많은 수의 외국인 인도음악 애호가들이 참여하게 된 이유는 인터넷을 통한 음악 아카이브의 접근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는 다양한 소셜 네트워크 단체를 통해 많은 사람들과 공유되고 있다. 음악자료들의 저장과 유포는 카르나틱 음악의 지형에도 적잖은 변화를 가져왔다. 과거와 달리 올해에는 많은 연주회가 인터넷을 통해 방영되어 전세계 시청자들의 호응을 받고 있다.

나아가 축제 기간 중 개최되는 수많은 워크숍과 세미나는 카르나틱 음악과 남인도 무용의 미래를 형성하는 수많은 공연을 보충하는 역할을 한다. 나의 친구가 “불과 두 달 동안 미래의 발전을 느끼고 싶다면 12월과 1월에 첸나이를 방문하라”고 알려온 것도 이런 이유에서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