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angible Cultural Heritage of Asia and the Pacific

처용무 : 자연의 순환으로 복을 부르는 춤

처용무는 다섯 사람이 다섯 가지 색깔의 옷을 각자 입고서 큰 가면을 쓰고 추는 한국의 전통 춤이다. 처용무의 다섯 가지 색깔 옷은 파란색, 빨간색, 노란색, 검은색, 흰색의 겉옷을 말한다. 이 다섯 가지 색은 처용무라는 춤의 특성을 표현하는데 아주 중요한 요소다. 다섯 가지 색상의 옷은 한국의 오랜 전통 사상인 오행(五行)을 표시하기 때문이다. 옷을 모두 착용한 처용무 무용수는 마지막으로 처용가면을 착용한다. 이제 처용무를 춤출 준비가 완료되었다.

처용가면의 모양은 한 가지로 동일하다. 하지만 그 모습이 지닌 의미는 처용의 옷 색깔만큼 중요하다. 인자한 할아버지가 너털웃음을 짓고 있는 모습은 꽤나 깊은 인상을 준다. 처용무에는 아주 긴 노래가 있었다. 내용은 처용가면의 모습을 자세히 설명한다. 가면에서 이마는 아주 넓다. 머리에 쓴 모자에는 복숭아 열매, 복숭아 나뭇가지, 모란꽃을 잔뜩 꽂았다. 눈썹은 산의 모습으로 울창하게 짙고 길다. 눈썹 아래 눈은 웃음을 머금고 있는데 이런 모습을 노래 가사에는 “애인이 서로 만난 듯한 눈”으로 묘사했다. 얼굴 바탕은 홍도화(紅桃花)처럼 붉은빛이다. 이빨은 하얗게 가지런하고, 턱은 앞으로 쑥 빠져 나온 모습이다. 옛날 사람들은 이런 가면의 모습을 복(福)이 가득하다고 생각했고, 태평한 세상을 부를 수 있는 상징으로 여겼다.

오색의 옷을 입고 처용가면을 쓴 다섯 명의 처용들이 일렬로 나란히 등장한다. 파란색 처용을 필두로 빨간색, 노란색, 검은색, 흰색 처용이 뒤따라 나오면서 매우 느린 수제천(壽齊天)의 가락에 맞추어 아주 느긋하고도 늠름하게 걸어 나온다. 다섯 명이 모두 무대 위로 등장하여 나란히 앞을 향해 서면 갑자기 오행의 색이 완연하게 드러난다. 한국의 전통 사상을 공부한 사람이라면 그들의 옷 색이 일정한 위치와 이동하는 움직임의 변화로 어떤 의미를 표현하고 있음을 알고 있다.

다섯 명의 처용은 오색이 상징하는 자연을 모방한 춤을 춘다. 파란색은 봄, 빨간색은 여름, 흰색은 가을, 검은색은 겨울을 각각 상징한다. 노란색은 사계절을 모두 제어하고 간섭함을 나타낸다. 사계절은 검은색의 겨울부터 차례로 노란색과 관계를 맺으며 돌아간다. 이것은 사계절이 빠르지도 않고 느리지도 않게 계속 일정한 속도로 순환하는 모습을 뜻한다. 이러한 자연의 순환은 너무 뜨거운 여름의 기운도 결국은 기울고, 너무 추운 겨울도 때가 되면 물러간다는 의미를 나타낸다. 사계절이 각자의 힘을 잘 표현하면서 적절히 시간의 순환을 잘 이루면 마침내 농사는 풍작을 이루게 되고, 풍작은 사람들을 풍요롭게 하여 나라를 부강하게 하고 태평하게 한다.

처용무는 이처럼 자연의 순환을 묘사하고 있어서 매년 말 나례(儺禮) 행사 때 추었다. 관아나 궁중의 연회에서도 한바탕 신명나게 놀며 잔치를 끝내는 춤이었다.

처용무는 879년 신라 헌강왕 설화가 담긴 ‘삼국유사’라는 책에 근거를 두고 있다. 처용은 동해 용왕의 아들이다. 처용은 사람의 모습으로 헌강왕과 함께 경주로 들어왔고, 신라의 관원이 되어 예쁜 색시를 만나 혼인했다. 그때 처용의 아내를 탐낸 역신(疫神: 천연두 신)이라는 녀석이 처용이 외출한 틈을 타서 몰래 집 안으로 들어가 아내 옆에 누워 있었다. 처용을 시험하려는 것이었다. 그런데 처용이 들어와서 그것을 보고 화도 내지 않고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니까 역신은 오히려 처용에게 무릎을 꿇고 사죄했다. 처용의 덕에 감복했다는 역신은 처용의 모습이 그려진 그림만 봐도 그 집에는 들어가지 않겠다고 굳게 약속한다. 이 때문에 연말에 처용의 그림을 그려서 문에 붙여 두는 풍속이 생겼고, 그것으로 역병을 예방하는 효과를 기대했다. 이 풍속을 기초로 처용무는 처음에 1명이 추다가 2명이 추게 되었고, 다시 5명이 추게 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섯 명이 추는 춤은 조선시대에 더욱 활성화되어 지금까지 전승되고 있다. 현재 처용무는 한국의 중요무형문화재 제39호로 1971년에 지정되었고, 2009년에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으로 등재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