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angible Cultural Heritage of Asia and the Pacific

전장의 무형문화유산: 전시국제법이 보호해 줄 수 있을 것인가?

최근 뉴스에서 심상찮게 들리는 유적 파괴는 전세계를 경악케 한다. 하지만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세계유산뿐만 아니라 무형문화유산 또한 훼손되고 있어, 이러한 상황을 인지하고 경각심을 가지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무형유산에 대한 위협은 유적 파괴와 같이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으나 결국 재앙적 결과를 가져올 것이기 때문이다.

전쟁은 인류의 소중한 문화유산을 무분별하게 파괴한다. 예컨대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시리아 알레포 시내 전통시장인 ‘쑥(Souk)’과 서아프리카 말리공화국의 도시 ‘팀북투(Timbuktu)의 고대 무덤’은 문화유산 파괴의 생생한 사례이다. ‘쑥’과 ‘팀북투 고대 무덤’의 파괴과정은 분쟁의 단계에 따라 다른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쑥은 적대적 대치 상황에서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파괴되었고, 팀북투 고대 무덤은 여러 번의 전투상황에서 점진적으로 파괴되었다. ‘쑥’의 경우, 알레포(Aleppo) 지역이 적의 수중에 떨어지자 전통시장 쑥에서 적대행위가 나타났고, 그 결과 다른 곳보다 제일 먼저 파괴되었다. 또한 알레포 시민들이 전승해 온 조상들의 많은 문화적 표현과 기예가 ‘쑥’과 더불어 소멸되었다. 한때 팀북투(Timbuktu) 고대 무덤이 파괴된 사건은 국제형사재판소(International Criminal Court, ICC)의 가장 중요한 판결 대상 중 하나였다. 말리 사람들은 고대 무덤이 파괴되면서 무형문화 측면에서 큰 영향을 받았는데, 바로 해당 지역에서 이루어지던 의식들까지 금지되었기 때문이다. 파괴된 유형문화유산인 무덤과 더불어 무형유산의 표현 요소들이 억압당하면서 무형유산이 상당부분 사라졌다. 이러한 사례들은 유무형의 인류 문화유산이 복합적으로 손실된 대표적인 사례이다. 특히 무형유산은 지역, 문화, 분쟁의 전개에 따라 피해 범위가 넓어진다.

다양한 분쟁을 여러 단계로 나누고 구분하고 그 속에서 유형유산과 무형유산을 구분하는 것은 무력분쟁 상황에 놓인 문화유산 보호를 위한 규범에서도 발견된다. 여러 법률체제를 살펴보면 이러한 구분은 상당히 많으며 현실적으로도 엄연히 존재한다. 한 국가는 조약을 비준함으로써 전쟁이 발발했을 때 조약을 준수하고 그에 따른 문화유산 보호 의무를 진다는 점에 동의한다.

문화유산 보호의 역사

유사 이래 전쟁은 언제나 있었고, 전쟁이 발발할 때마다 이를 억제하려는 시도 역시 지속되어 왔다. 인류는 공동체의 삶을 안전하게 유지하기 위해서 법 규범이 필요하다는 점을 항상 느껴왔다. 토지관리, 생활에 밀접한 의례, 이 밖에 전시 상황에서도 규범이 필요했다. 규칙으로 시작된 법의 토대는 점차 구체화되었다. 특히, 신성한 성이라는 정신적 영역을 보호하는 법 규범은 수백 년에 걸쳐 여러 국가에서 나름의 방식으로 변형되고 발전했다.

각종 정신적 영역을 보호하는 규범들은 자주 위반되기도 했지만 인류의 역사와 함께 존속했고, 인류가 규범을 존중하기 시작하면서 전인류의 문화적· 정신적 유산의 보존에도 기여할 수 있게 되었다. 이 규범들은 주로 사람들의 기념식 참여를 보장하고 보호하기 위해 신성지역 성소 인근에서의 전투와 전쟁을 금지한다. 이러한 규범은 장소, 의례, 지역, 의식 및 의식을 수행하고 참여하는 사람들에게 초점을 맞춘 것으로 미래의 무형문화유산 보호를 위해 필수적이다.

전쟁이 발발했을 때 우선적으로 적용 가능한 최초의 전시 국제법 조약들은 이러한 규칙들을 성문화시켰다. 1907년 헤이그협약은 두 번에 걸친 세계대전에서 효력을 발휘했다. 이 협약에는 문화유산에 해가 되는 모든 행위를 금지하는 조항은 없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산 보호에 기여한 바가 컸다. 뉘른베르크재판소(Nuremberg Tribunal) 역시 문화유산 보호 조항 위반을 전쟁범죄로 처벌했다.

이후 전시국제법은 이후 1949년 제네바협약(Geneva Conventions)으로 발전했다. 제네바협약은 무력분쟁 중 인류를 보호하기 위한 법이다. 1977년 수정의정서(Additional Protocol)는 국내분쟁을 비롯하여 모든 무력분쟁 시 보호대상을 ‘인류의 문화적·정신적 유산’까지 확대했다. 제네바협약 이후 체결된 1954년 ‘무력분쟁 시 문화재 보호를 위한 헤이그협약(Hague Convention for the Protection of Cultural Property in the Event of Armed Conflict)’ 역시 무형유산 보호에 기여했다. 보호 대상의 범위가 유물이나 건물 등 유형적인 유산을 초월하여 무형유산적 요소들과 관련된 지역과 중심지로 확대되었다. 1999년 2차 의정서(Second Protocol)는 이러한 간접적 보호대상을 구체화했다. 다른 조약들 역시 뒤이어 채택되었다. 1966년 유엔의 국제인권규약(UN International Covenants on Human Rights)은 두 개의 문화권리 보호 조항을 포함시켰다. 전시국제법에 속하지는 않지만 이론적으로는 항시 적용가능한 기준 중 일부는 전쟁이 일어났을 경우에 한해 적용될 수 있다. 이후 1972년 유네스코 세계유산협약(World Heritage Convention)과 2003년 무형문화유산보호협약(2003 Convention for the Safeguarding of the Intangible Cultural Heritage)과 같은 유네스코의 문화협약이 체결되었다.

무력분쟁 시 어떤 국제법이 무형유산을 보호할 수 있을 것인가?

과거 수십 년간 대부분의 무력분쟁은 내부갈등이거나 문화적, 정신적, 혹은 민족적 성격을 띤다. 문화유산은 그 속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왜냐하면 분쟁상황에서 하나의 상징으로서 문화유산의 파괴는 종종 ‘문화청소’라고 하는 전쟁행위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상대의 정체성, 존엄성, 존재를 상징하는 유산이 공격의 대상이 된다. 인류 역사상 이러한 사례는 무수히 많다.

적대행위가 무형문화유산을 공격대상으로 할 때 유형문화재와는 달리 다양한 법률조항을 위반하게 된다. 가장 최근의 경우로 북부 콜롬비아의 에테 엔나카(Ette Ennaka)인들과 관련된 사례를 꼽을 수 있다. 이들의 문화유산은 긴 내전으로 폐허가 되었다. 게다가 그들은 강제이주와 학살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었으며 광대한 영토에 산재해 있는 수많은 신성지역 성소들에서 중요한 무형문화유산 종목을 상실할 위험에 처해 있었다. 예로부터 그들의 선조들은 신성지역 성소들을 순례하며 전통약제 지식을 포함한 조상들의 지혜를 세대 간에 전승해왔다. 그렇다면 어떤 법이 이러한 전통 보호에 적용될 수 있을까?

우선적으로 적용해야 할 법체계는 바로 전시국제법이다. 하지만 이 법이 불명확하고 불완전하기 때문에 주어진 상황에 더 정확하게 맞는 다른 기준들, 즉 2003년 협약이나 1966년 유엔국제규약과 같은 규범들을 재정비하는 것이, 국제사법재판소(International Court of Justice, ICJ)의 판결에 따르겠지만, 원론적으로는 가능하다.

제네바협약과 수정의정서는 무력분쟁 상황에서 개인, 특히 그들의 생명과 신체의 보존, 존엄성, 종교의 자유를 보호하는 것이지 그들에게 생기를 불어넣어 주는 전통이나 집단을 보호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내부갈등의 경우는 더욱이 적용할 기준이 거의 없다. 그러나 유네스코 2003년 협약은 에테 엔나카의 무형유산적 요소들의 표현 보호와 관련하여 명확한 조항을 두고 있다. 11조는 협약 당사국이 무형유산 보호를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할 의무를 규정하고 있으며, 15조는 앞서 언급한 협약 당사국이 무형유산 보호를 위한 활동에 해당 공동체의 참여를 보장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에테 엔나카의 경우에는 이 조항을 적용하는 것이 가능하다.

한 공동체의 문화적 삶과 유산에 대한 접근은 표현의 자유, 집회와 이동의 자유 등을 요구할 수 있는 기본적인 권리와 마찬가지로 분쟁 중 이론적으로 적용가능한 규범이 있어야 하고, 관련 의식의 수행을 보장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전쟁과 같이 공공질서가 심각하게 혼란스러운 상황에서는 종교적 자유와는 달리 문화와 관련된 권한들은 제한되거나 심지어는 유보될 수도 있다. 1989년 ‘원주민과 부족민 관련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N°169(ILO Convention N°169 concerning Indigenous and Tribal Peoples)’의 다양한 조항들은 이러한 권리와 더불어 원주민들의 문화적, 정신적 관습을 지속할 권리를 담고 있다.

결론

무력 분쟁 시 무형유산에 적용할 수 있는 국제법을 간단하게 살펴봄으로써 무형유산 보호는 여러 가지 법 체제와 법률의 이행을 의미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무력분쟁 상황에서는 개인과 그들의 문화적·정신적 정체성과 존엄성의 존중을 보장하는 전시국제법이 우선적으로 적용된다. 무형유산 보호과 관련한 이러한 규정들 간의 간극을 메우기 위해서는, 물론 국제사법재판소가 판결하겠지만, 구체적 상황에 정확하게 들어맞는 조항의 재정비가 절실하다. 이는 주로 2003년 협약의 조항들, 특히 무형유산의 보호와 공동체의 권리를 보장할 국가의 의무를 담고 있는 조항과 관련되어 있다.

유네스코는 무력분쟁 상황에서 무형유산의 보호를 강화할 수 있는 법체계와 다양한 문화유산 관련법의 공동적용 가능성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왔다. 1954년 협약과 1972년 협약, 특히 최근의 2003년 협약 간의 동반상승 효과를 내기 위한 노력도 지속되고 있다.

무력분쟁 시 이러한 협약의 적용가능성은 마지막 2003년 협약 정부간위원회 세션에서도 계속 논의되었던 주제이다. 2015년 빈트후크(Windhoek)에서 2003년 협약의 적용 가능성에 대한 윤리적 원칙을 채택하고, 2016년 정부간위원회가 아디스아바바(Addis Ababa) 회의에서 무력분쟁을 포함한 위급상황에서 무형유산 보호 문제해결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기로 결정했던 경우가 그러한 예이다. 지난 2016년 12월 ‘무력분쟁시 문화재보호위원회(Committee for the Protection of Cultural Property in the Event of Armed Conflict)’는 2003년 협약과 동반상승 효과를 내기 위해 노력하기로 한 그 전 해의 결정을 재확인했다.

유사한 문제가 유엔에서도 제기되었는데, 2016년 유엔 총회 개최 전, 문화유산과 문화권리의 고의적 파괴에 대한 특별보고관(Special Rapporteur)의 보고서가 제출되었다. 이 보고서는 무력분쟁에서 무형유산에 가해지는 심각한 훼손에 대한 문제점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