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angible Cultural Heritage of Asia and the Pacific

일상 속 무형유산을 꽃 피우다: 국립무형유산원 체험교육 프로그램

무형유산은 말 그대로 형태가 없는 문화유산을 말한다. 건축물이나 유물과 같은 유형유산은 원형 그대로를 보존하는 자체만으로도 후대에 전할 수 있는 기본 조건이 되지만 무형유산은 보존 대상을 특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무형유산 범주에 해당하는 종목을 지정한 후에 그 기와 예능을 실현할 수 있는 사람을 인정하여 보존·전승한다. 따라서 무형유산을 보존하는데 있어 핵심은 사람에서 사람으로, 이전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무형유산의 기와 예능을 전승(傳承)하는 데 있다.

한국에서는 <무형문화재 보전 및 진흥에 관한 법률>이 2015년에 제정되었는데, 여기에는 교육과 관련해 주목할 만한 것이 있다. 바로 기존 도제식 교육만으로는 전승이 단절되는 것을 막기 어렵기 때문에 공교육 체계 내에서도 무형유산 전수교육이 가능하도록 법제화 하였다는 점이다.

무형유산 전승체계 구축을 위해서는 교육의 확산이 매우 중요하다. 무형유산을 향유할 수 있는 안목을 높이고 일상생활 속에 무형유산이 자연스럽게 자리 잡기 위해서는 다양한 교육이 활발하게 실시되어야 한다. 국립무형유산원에서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일반 시민, 특히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무형유산 체험교육과 진로탐색캠프를 운영하는 동시에 지역 시민을 중심으로 시민공방과 토요공방을 진행하고 있다.

본문에서는 2018년에 진행했던 교육내용을 살펴보고, 그 과정에서 얻은 성과와 앞으로의 과제를 공유하고자 한다.

관련 프로그램

무형유산 체험교육

무형유산 체험교육은 2014년 국립무형유산원이 개원한 이래 일반 시민, 특히 초·중등 학생을 대상으로 꾸준히 실시하고 있다. 매년 3월 또는 4월에 시작되는데, 체험교육 담당자는 어떤 장르와 종목의 무형유산을 교육할 것인지 결정하고 해당 종목 전승자를 강사로 배치한다. 체험교육 강사는 매년 국가무형문화재 20여 개 종목 전승자 중에서 선발되는데, 국립무형유산원이 운영하는 ‘무형유산 교수역량 강화 과정’ 수료자들을 강사로 활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2018년에 무형유산 교수역량 강화 과정을 수료한 종목 전승자는 그 이듬해에 체험교육 강사로 참여한다. 국립무형유산원에서는 양성한 강사들을 전국 시·도 교육청과 협력하여 일선 초·중등학교 방과 후 교사로도 활동할 수 있도록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무형유산 체험교육은 단순히 체험활동으로 그치지 않는다. 그 목적이 무형유산 향유계층을 확대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해당 종목의 의미와 가치에 관한 이론교육을 체험교육에 접목시킨다.

무형유산 체험교육은 시민들에게 무형유산의 가치를 확산시킬 뿐만 아니라 전승자들에게는 교육활동의 기회를 부여한다. 이 과정을 통해 무형유산 전문 교수법이 개발되는 등 무형유산 교육 체계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무형유산 진로탐색캠프

무형유산 진로탐색캠프는 1박 2일 또는 2박 3일 커리큘럼을 통해 학생들이 무형유산을 체험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무형유산 분야에 관한 진로를 소개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운영한다. 참가자들은 주로 15세 안팎의 어린 학생들로, 대부분 무형유산에 대해 거의 무지하거나 생소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캠프에 참여해 다양한 무형유산 종목을 직접 체험하고 공부하는 과정에서 스스로 재능을 발견하는 계기를 얻기도 한다.

캠프에 참여한 모든 학생들은 3~4개 종목의 무형유산에 대해 기초교육을 받은 다음 그 중 한 가지 종목을 선택하여 심화교육을 받을 수 있다. 이외에도 무형유산을 주제로 하는 게임, 퍼즐 맞추기와 같은 기획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무형유산에 흥미를 느낄 수 있다.

또한, 국립무형유산원이 있는 전주의 문화유산을 활용하는 탐방 프로그램도 실시하고 있다. 예를 들어 전주 한옥마을 안에 있는 경기전과 전동성당을 답사하고, 전주천에서 물고기를 잡으며 다양한 체험을 한다. 이 과정을 통해 처음에는 학교 선생님 또는 부모님 손에 이끌려 반강제로 참여한 학생들도 스스로 재미를 느끼고 늦은 밤까지 실기 연습을 하기도 한다. 교육의 마지막 일정으로는 캠프 기간 동안 배우고 연습한 무형유산을 직접 시연하는 결과발표회를 가지는데, 예를 들어 택견을 배운 학생들은 친구들 앞에서 택견 시범을 보이고, 탈춤이나 검무를 배운 학생들은 짤막한 공연을 선보인다. 교육기간 중에 직접 배운 공예기술로 간단한 작품이나 소품을 만들어 전시를 하기도 한다.

무형유산 시민공방

시민공방은 공예·기술 분야를 위주로 무형유산에 대한 일반인들의 이해를 높이고자 개설된 입문교육 프로그램이다. 무형유산을 직접 체험하고 향유하는 기회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전승자로의 유입 계기 또는 그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목적이다.

시민공방은 국립무형유산원이 소재한 전주시 또는 전라북도 지역 시민들에게 매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생업에 종사하는 시민들이 주로 참여하기 때문에 퇴근 시간 이후인 저녁 시간에 수업을 진행한다. 교육은 무형문화재 전승자인 이수자들이 맡아 진행한다.

2018년에는 소목장, 침선장, 그리고 사기장을 주제로 각각 16주 동안 운영되었다. 소목장 교육에서는 서안(書案, 책을 얹어볼 수 있는 작은 상) 만들기를 진행했다. 침선장 수업 중에는 남자 아이가 입는 저고리와 바지를 만들었다. 사기장은 전통문양을 활용해서 다기 세트를 만드는 수업이었다. 참가자들은 이수자들의 수준 높은 지도를 통해 작업 난이도가 높지 않은 작품을 직접 만들어 봄으로써 전통공예의 기술을 체험하고 배울 수 있었다.

 무형유산 토요공방

무형유산 토요공방은 국가무형문화재 공예분야 보유자(인간문화재)를 초대해 장인이 걸어온 삶과 작업 세계를 들어보는 대담 프로그램이다. 일반 시민이 참여하기 쉬운 휴일(토요일) 오후에 개최한다.

대담의 진행은 주로 해당 분야 연구자 또는 전문 아나운서가 맡고, 여기에 관련 분야 학생들이 함께 참여한다. 객석에는 사전에 참여를 신청한 20여 명의 일반 시민들이 앉아 대담을 경청한다. 특히 시민공방 참가자들이 자리해 그 동안 배운 전통기술과 관련한 인간문화재를 직접 만나보고 실연을 참관하는 기회를 가진다.

2018년에는 총 4회에 걸쳐 인간문화재 보유자 박문열(두석장), 최유현(자수장), 구혜자(침선장), 김정옥(사기장)을 초빙하여 대담을 나눴다. 회당 20~30명 정도의 관객이 참여하였으며, 페이스북을 통해 대담을 생중계하여 많은 사람들이 온라인으로 시청할 수 있도록 하였다.

앞으로의 과제

한국에는 ‘귀 명창’이라는 단어가 있다. 명창은 소리를 잘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명창’이라는 말 앞에 ‘귀’를 붙인 ‘귀 명창’이란 즉 명창이 내는 소리를 구별해서 들을 줄 아는 귀를 가진 사람을 뜻한다. 무형유산 체험교육은 바로 이러한 ‘귀 명창’을 확산시키는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다. 뛰어난 장인이 만든 작품과 높은 경지에 오른 공연 예술이 있어도 그 가치를 알아주는 이들이 없으면 의미가 퇴색하기 마련이다. 귀 명창이 많을수록 명창은 실력을 더욱 갈고 닦을 수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무형유산 체험교육은 더욱 활성화 되어야 할 뿐만 아니라 체계적인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교육을 수행하는 강사의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필수조건이다. 더불어 제대로 무형유산을 가르칠 수 있는 교재 개발을 서둘러야 한다. 그 동안 무형유산은 변변한 교재 없이 구전심수(口傳心授) 방식으로 교육하였지만, 체계적인 교육을 위해서는 반드시 수준 높은 교재를 구비해야 한다.

또한, 무형유산 교육은 학교 교육을 중심으로 하는 공교육 체계와 연계해야 한다. 국민들에게 교육하지 않은 무형유산은 온전히 전승될 수 없거니와, 국민이 모르거나 관심 밖에 있는 무형의 유산은 그 생명력을 잃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전승자와 일반 시민들이 무형유산에 대해 함께 배우고 공유할 때 비로소 살아있는 문화유산으로 전승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