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angible Cultural Heritage of Asia and the Pacific

인도네시아 발리: 화장의식, 자연에서 와서 자연으로 돌아가기

인도네시아 발리의 힌두 공동체에서는 다양한 통과의례가 연행되고 있다. 가장 복잡하고도 독특한 것 중 하나가 바로 응아벤(ngaben) 혹은 펠레본(pelebon, 화장의식)이라고 불리는 장례의식이다.

원초적이고 상징적인 응아벤

발리 힌두 신앙에 따르면 인간을 구성하는 모든 것은 자연에서 빌려온 것으로, 이는 판카 마하부타(panca mahabutha)라고 하는 다섯 가지 주요 요소로 분류할 수 있다. 다섯 가지 주요 요소는 페르티위(pertiwi, 대지, 고체), 아파(apah, 물, 액체), 테자(teja, 불, 에너지), 바유(bayu, 공기) 그리고 아카사(akasa, 에테르, 허공)이다. 보통 인간의 육신은 자연을 비추는 거울이며 아트만(atman, 영혼)을 통해 활기를 얻는다고 믿는다.

사람이 죽으면 자연에서 빌려온 구성 요소들은 자연으로 다시 돌아간다. 그래야만 영혼이 하늘로 갈 수 있다. 자연으로 돌아가는 가장 빠른 방법은 바로 이 요소들을 불태우는 것이다.

응아벤은 망자(대부분은 가족 중 가장 연장자)에게 행하는 가장 마지막 의식이기 때문에 다소 난해하고 복잡하며 비용이 많이 든다. 1970년대 이전에는 응아벤을 치르기 위해 농부들이 땅을 파는 일이 드물지 않았다. 여전히 부유층에서는 응아벤을 성대하게 치르지만, 종교당국이 내린 지침에 따라 일반적으로는 간소하게 치르고 있다.

부유한 가족은 구성원이 죽으면 사망 직후 응아벤 의식을 바로 행할 수 있다. 마을의 성직자나 승려와 같은 종교 지도자가 사망한 경우에도 이런 방식의 응아벤을 치른다. 그러나 응아벤을 치를 여유가 없는 가족의 경우에는 사망 직후 우선 망자를 매장한 뒤 가족들이 충분한 돈을 모으면 그때 유골을 수습하여 화장한다. 말이 유골을 수습하는 것이지 대부분 망자를 상징하는 백단향나무로 만든 인형으로 대체 한다.

응아벤은 기본적으로 망자의 가족이 모든 비용을 감당하는데, 비용부담을 줄이기 위해 마을이나 친척, 혹은 씨족 단위로 합동 화장식(응아벤 마살, Ngaben massal)을 하기도 한다. 망자의 가족 구성원들은 응아벤 의식을 함께 준비하며 비용을 분담할 수 있다. 이렇게 하면 망자들 모두에게 필요한 물품을 만들면서도 한 가족이 부담하는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이는 발리에서 가장 보편적인 응아벤 관습이다.

 복잡한 과정

기본적으로 모든 응아벤 과정은 동일하다. 주로 두 단계로 구성되는데, 하나는 육신을 태우는 것이고 두 번째는 영혼의 몸을 태우는 것으로, 니예카(Nyekah)라고 불린다. 이는 사람이 세 개의 층위, 즉 물리적 육체, 영적 육체, 그리고 불멸의 영혼을 가지고 있다는 믿음에 기초한다. 첫 번째 단계에서 물리적 육체을 태우고 두 번째 단계는 영적 육체를 태움으로써 불멸의 영혼이 하늘로 돌아가 세상에 다시 태어나기 전에 보상과 벌을 받도록 한다.

응아벤은 망자의 몸을 씻는 것으로 의식을 시작한다. 정화의식은 복잡하고 정교하며 상징으로 가득하다. 신체의 모든 부분과 관련되어 있으며 앞으로 다시 태어나면 각 부분들이 어떻게 되었으면 좋겠다는 기원을 담고 있다. 예를 들어 눈 위에 거울을 놓는데, 이는 앞으로 다시 태어나면 망자가 눈이 맑아지기를 기원하는 것이다. 시신을 덮는 데 사용하는 카장(kajang)이라는 하얀 옷에는 각각의 부족을 상징하는 성스러운 문구가 쓰여 있다.

응아벤에서 가장 특이한 부분은 와다(wadah) 혹은 바데(bade)라고 하는 화장 탑이다. 5층, 7층, 9층, 11층 등 탑의 층수는 각 부족이 정할 수 있는데, 이 탑은 집에서 묘지로 시신을 운구하는 데에 쓰이는 운구 가마이다.

묘지에서도 독특한 형태를 발견할 수 있다. 바로 파툴랑간(patulangan)이라고 불리는 불타는 관이다. 관의 형태와 색은 부족마다 다른데, 흰색 황소, 검은 황소, 붉은 사자 그리고 코끼리 머리를 한 물고기의 형태가 일반적이고, 가장 등급이 높은 것은 용(nagabanda)의 형상이다. 이 관은 너무 무거워서(때로는 12톤이 넘는다) 집에서 묘지까지 옮기려면 사람 수백 명이 함께 들어야 한다. 파툴랑간을 옮기는 독특한 광경은 발리를 찾는 관광객에게 커다란 볼거리이다.

시신을 화장하고 난 후에는 유골을 수습하여 재로 만든 다음, 어린 코코넛 열매에 재를 담아 바다나 강으로 간다. 그 곳에서 특별한 의식을 치르고 재를 뿌리며 첫 번째 단계를 마친다.

두 번째 단계인 니예카에서는 바다에서 영혼을 불러내 불태운 다음 재를 바다나 강에 뿌린다. 그리고 다시 망자의 영혼을 사원으로 데려갔다가 가족사원에 모셔둔다.

사원에서는 특별한 의식을 통해 길일을 택하여 영혼을 불러내고 바니얀(banyan) 잎으로 만든 인형 위에 앉힌다. 첫 번째 단계와 마찬가지로 인형을 불태워 그 재를 어린 코코넛에 담은 뒤 바다에 가져가 뿌린다. 영혼의 몸을 씻어냄으로써 영혼을 정화하는 것을 상징하는 의식이다. 그 후 정화된 영혼을 다시 불러 준비된 인형 위에 앉히고 많은 사원을 순례한다. 대부분은 발리의 어머니 사원인 베사키(Besakih) 사원을 방문한다. 순례에서 돌아오면 영혼은 가족 사원에 안치된다. 비로소 영혼의 상태는 인간의 영혼에서 “우주의 빛”, 즉 인간 위에 존재하는 생명인 데바(deva) 혹은 베타라(betara)로 변화된다. 후손들은 신성한 날이나 길일을 택해 이 베타라에게 경의를 표한다.

철학적으로 보면 화장은 자연에서 빌려온 것을 다시 돌려주는 과정이지만, 현실에서 이는 발리에서 찾아볼 수 있는 가장 복잡한 종교의식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이 의식은 공동체에서 누군가가 가진 힘이나 특권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