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angible Cultural Heritage of Asia and the Pacific

인권으로서의 문화유산

문화유산은 인간의 존엄성 및 정체성과 밀접하게 관련되는 것으로, 각 개인과 공동체의 문화 정체성과 그 발전을 가능하게 하는 자원들을 구현해낸다. 이를 통해 개인과 공동체는 자신의 인간다움을 표현하고, 존재에 의미를 부여하며, 세계관을 확립하고 자신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외부의 힘에 맞설수 있게 된다. 문화유산은 과거, 현재, 미래를 연결하는 매개체로서, 과거로부터 물려받아 오늘을 사는 사람들이 소중하고 가치 있는 것으로 여겨 미래 세대에 전해주고 싶어 하는 것들이다.

문화 그 자체와 마찬가지로 문화유산은 역동적인 변화과정 속에 그 동안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발전시켜온 가치체계, 신념, 지식과 전통’을 필연적으로 반영하고 있으며, ‘살아있는 전통의 문화적 생존과 정체성의 토대로서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모든 유형문화유산은 그것을 이해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방식에서 무형적 측면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문화유산에 대한 접근과 문화의 향유권은 한 공동체와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정체성을 확인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가 된다.

이는 동시에 몇 가지 매우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즉, 누가 문화유산을 정의할 것인가, 보호받을 가치가 있는 문화유산은 무엇이며 누가 그것을 결정할 것인가, 어떤 개인이나 공동체가 문화유산을 향유하고 그것에 의미를 부여할 책임을 맡을 것인가, 그리고 개인이나 공동체, 심지어 국가가 동일한 문화유산에 대해 관심을 보이고 소유권을 주장함으로써 해당 문화유산에 대한 이해관계가 충돌할 경우 어떻게 갈등을 해소할 것인가 하는 질문들이 그것이다.

정책결정은 항상 권력과 불가분의 관계를 갖는다. 권력의 격차는 문화유산의 정의에 기여할 개인과 단체의 역량에 심대한 영향을 미친다. 인권으로서의 문화유산 접근권과 향유권은 공동체와 사회의 전 구성원들, 특히 아무 힘이 없는 사람들조차도 정책결정에 동등하게 참여할 기회를 갖는 것을 의미한다. 관련 공동체의 사전 고지에 입각한 동의 등 공동체의 효율적인 참여는 여러 가지 이유에서 매우 중요하다. 즉 서로 다른 역사적 기억과 경험을 지닌 사람들은 문화유산에 대한 해석이나 보호해야 할 문화유산이 무엇인가에 대한 견해가 다를 수밖에 없다. 또한 문화유산은 필연적으로 인권에 부합하지 않는 과거의 행위나 관습을 포함하고 있다. 이러한 것들은 현재의 문화유산에 대한 이해와 공동체의 열망과 배치될 수도 있다. 따라서 전 공동체의 실질적인 참여가 있어야만 인권에 합치하는 문화유산전승이 이루어질 수 있다.

세계화, 경제자원의 남용, 관광산업의 장려 그리고 개발사업 등은 문화유산에 대한 권리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으며 사람과 문화유산 간의 단절을 강화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사람들, 특히 공동체가 문화유산의 지정 · 해석 · 개발을 둘러싼 정책결정 과정에 유의미하게 참여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한 문화유산에 대한 접근권과 향유권은 정치, 종교, 경제 혹은 어떠한 신체적 장애와도 상관없이 자유롭게 이루어져야 한다.

국가는 국내외의 정책결정 과정에서 항상 주요 역할을 수행한다. 내부적으로 문화유산을 선정하고 인정하는 일은 늘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다. 지배적인 공동체의 문화적 상징은 미화되기도 하고, 다양한 문화유산에 대한 교육 내용이나 정보가 왜곡될 수 있으며, 과거의 특정 측면이 지나치게 강조되거나 축소될 수도 있다. 이는 개인이나 공동체를 주류 공동체 혹은 사회에 강제로 동화시키는 것일 뿐만 아니라 문화적 다양성을 훼손하는 일이 된다. 국가가 특정 공동체의 문화유산을 국가의 상징이나 보물로 홍보할 때에는 공동체의 동의를 얻어야 함은 물론, 그를 통해 공동체가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2003년 무형문화유산보호협약에 명시된 ‘관련 공동체, 단체 그리고 개인의 무형문화유산’을 존중하기 위해서는 ‘보편적 가치’보다는 ‘특정 공동체를 대변하는 문화유산이 갖는 의의’에 무게중심을 두어야 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박물관과 도서관, 기록보관소 등에서 문화유산을 전시하고 보관할 때에는 원(原)공동체의 동의를 반드시 받아야 하며, 문화유산을 연행할 때에도 해당 유산에 대해 원공동체가 부여한 해석과 의미를 존중해야만 한다.

신중한 정책수립을 통해 자신들의 문화유산에 접근하고 관리 · 향유할 수 있는 공동체의 권리를 훼손시키는 부적절한 문화유산 활용을 막아야 할 뿐만 아니라, 창조성과 예술의 자유, 문화교류를 과도하게 억압하는 엄격한 보호조치도 방지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문화권리 분야의 특별보고관으로서 나의 임무는 문화 보존에 관한 것이 아니다. 나의 관심은 개인이건 집단이건 모든 사람에게 인류번영을 위한 문화 다양성을 지속적으로 창출할 기회를 제공할 환경을 확보해나가는 데 있다. 문화 향유권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스스로 의미를 부여한 모든 문화유산에 접근할 수 있고 그것을 누릴 수 있는 권리이며, 나아가 새로운 문화유산을 지속적으로 재창조하고 다시 방문하고 재해석할 수 있는 자유를 얻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