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angible Cultural Heritage of Asia and the Pacific

유네스코 2003 협약에 나타난 성 평등과 무형유산

무형유산에 표현된 성 다양성은 최근 인권 가치로 여기고 있는 문화 다양성의 한 부분으로 바라봐야 하며, 이러한 이유 때문에 보호를 받아야만 한다. 그러나 우리가 알고 있듯 일부 전통문화의 관습이 평등, 차별금지라는 인권 원칙의 핵심과 양립할 수 없기 때문에 이는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성 평등의 필요조건이 유네스코 2003 무형유산보호협약의 틀 안에서 어떻게 충족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는 사실 상당히 중요하고도 복잡한 쟁점들을 제기한다. 이들 쟁점의 핵심은 바로 인권 형태로 성 평등이라는 개념과 무형유산 속에서 표현되고 무형유산 보유자 공동체가 이해하고 있는 다양한 표현 방식 간에 자리하고 있는 모순이다. 2003 협약은 협약 전문에도 나타나 있듯이 분명 인권이라는 커다란 맥락 속에서 제정된 것이기 때문에 단순히 이론상의 문제만이 아니다. 즉 이 협약에 의해 인정되고 보호받는 모든 무형유산은 인권의 필요조건에 부합해야 하며, 특히 그러한 필요조건 가운데에서(여러 가지 다양한 토대 가운데) 성을 토대로 한 평등이 중심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보호를 목적으로 무형유산을 발굴하는데 관심이 있는 정부, 국제사회, 기타 주체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도전 과제다. 비록 국가 차원의 무형유산 보호에서는 더 많은 자유재량이 주어질 수 있지만 국제협약(특히 국제간의 명문화와 지원)의 경우 더욱더 엄격한 성 평등과 차별 금지 기준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

첫 번째는 성 평등이 무형유산 안에서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 이해하고 무형유산과 성 평등이라는 인권 기준 사이에 존재하는 차이점을 인정하는 것이다. 사회마다 사고방식이 다름에도 성이 생물학상의 단순한 이분법 논리에 따라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을 인식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실제로 사람들은 사회 및 문화 진행 과정 속에서 성 역할을 습득하며, 성의 구분 자체도 문화 현상으로 결정된다. 이에 반해 평등이라는 인권의 개념은 기본적으로 생물학상의 성에 근거를 두고 있다. 더욱이 성에 대한 어떠한 보편화된 이해도 없기 때문에(문화를 지향하는) 우리 자신의 이해는 다른 사회 및 문화의 이해와 크게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제대로 인식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따라서, 우리의 성 관념을 다른 사회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그 사회의 무형유산 표현과 긴밀히 연관되어 있는 성 체계를 손상시킬 가능성이 있다. 예를 들어, 이분법적인 남녀와 같은 구분을 넘어서는 트랜스젠더나 두 개의 성을 모두 가진 ‘양성인(兩性人)’과 같은 성 관념이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양성 평등 개념에 표현된 역할을 뛰어넘는 다양한 성 역할을 고려하여, 성 문제에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

여성은 협약이 적용되는 사회의 절반을 구성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공동체와 집단에 언급함으로써 여성들의 성 평등 요구 문제를 해결하는데 충분하다고 여길지도 모른다. 이와 동시에 여성과 성 소수자들은 종종 해당 공동체 내에서 소외되고 혜택을 받지 못하는 집단을 구성한다. 여기서 더욱 중요한 것은 여성의 생산 활동이 눈에 잘 띄지 않기 때문에 여성이 무형유산 창조와 보호에 대한 공헌 역시 없는 것으로 취급되는 등 여성들의 무형유산이 흔히 무시된다는 것이다. 우리는 무형유산에 성 평등을 적용할 때 우선 겉보기에 차별된 문화 관습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여성을 포함한 사회의 특정 집단에 좋은 영향을 줄 수도 있기 때문에 해당 종목이 사회 해악이나 여성, 연령대, 소수 민족, 성 소수자 등의 소외를 어떤 식으로 부추기는지에 주목해야 한다. 예를 들어, 아프가니스탄 푸슈툰(Pushtun) 여성들의 구전시가 란다이(landay)와 같은 성별 특성을 반영한 무형유산은 여성들이 자신을 표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될 수 있다. 남성 지배 사회에서 여성들에게 이 방법 말고는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동시에 일부 무형유산 종목(인도에서 종교 이유로 성 전환을 한 히즈라의 공연예술)은 사회에서 거부당할 수 있는 성 소수자들에게 사회 및 문화 위상을 제공할 수 있다. 여성, 소녀, 성 소수자들이 사회 · 정치 · 경제 영역에서 소외당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무형유산 보호 패러다임 속에서 어떻게 하면 그들의 평등권을 더욱더 보호하고 증진시킬 수 있을지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매우 적절하다. 이를 위해서는 여성과 성을 기반으로 하는 집단의 관습이 그들의 사회관계와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을 분석하고 다른 성 집단의 역할과 비교 및 대조함으로써 전후 연관성을 밝힐 수 있는 성 인지 관점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어떤 문화유산이 오로지 남성, 여성, 기타 성 집단에 의해서만 연행된다는 이유로 해당 문화유산을 단순히 차별된 것이라고 판단하지 않도록 매우 조심스럽게 이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