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angible Cultural Heritage of Asia and the Pacific

유네스코 ‘인간문화재(Living Human Treasure)’ 프로그램의 탄생

거의 ‘소멸’ 직전에 있던 유네스코의 ‘살아있는 유산’ 프로그램은 유네스코 문화프로그램의 중요 개편에 따라 1992년 ‘무형문화유산’이라는 명칭으로 새로운 추진력을 얻게 되었다. 나는 새로운 개념적 기반에 따른 이 프로그램의 추진을 담당하였다. 이 프로그램의 재개념화에 앞서 나는 지난 20년간 무형문화유산 분야에서 수행된 활동을 점검하기 시작했다.

무형문화유산 프로그램의 새로운 방향성 개발을 위해 1993년 6월 프랑스 파리 유네스코 본부에서 무형문화유산 프로그램의 새로운 관점에 관한 국제자문회의라는 이름의 전문가회의가 열렸다. 실태조사 과정에서 수집된 정보들을 검토한 후 전문가들은 무형문화유산의 개념에 관한 새로운 패러다임이 도입되었음을 인식하였다. 회의에서 프로그램의 범주와 목표, 수행 과업, 새로 제안된 방법론순으로 우선권을 부여하는 것을 명확히 하였다. 전문가들이 제안한 일련의 권고사항은 프로그램의 중기 계획(1996-2001)에 반영되었다. 무형유산의 재활성화가 우선적으로 고려되었으며, 재활성화 이후 후대로 전승되는 문화적 표현과 관습의 선정은 그 실연자들이 주도하여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이 권고되었다. 또한 연구는 유네스코의 우선 과제가 아니며, 과학, 학술 전문기관에 의뢰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실연자와 공동체의 중요한 역할과 함께 그들이 보호 활동의 모든 단계에 참여하도록 보장하는 데 필요한 조치 및 그와 관련된 훈련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전문가들은 또한 무형문화유산 표현과 기예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인식이 중요함을 강조하였다.

회의에 참석했던 한국의 박상식 전 대사는 한국 무형문화재 보호제도에 적용되는 ‘인간문화재’ 개념에 대한 일화를 설명하고, 무형문화유산의 재활성화를 촉진하기 위한 효과적인 조치로 ‘세계 인간문화재 목록’의 작성을 유네스코에 권고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조치를 통해 특정 유산의 후대 전승을 보장할 수 있음을 강조하였으며, 이 제안은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 전문가들이 이를 만장일치로 찬성함에 따라 한국 정부는 1993년 10월 차기 집행이사회 회의(제142차)에서 새로운 프로젝트를 제안하였다. 한국의 최초 제안은 ‘세계 인간문화재 목록’ 제도의 수립이었다. 박상식 전 대사의 감명 깊고 열정적인 연설에도 불구하고 집행이사회는 세계적 시야를 지닌 이 의욕적인 프로젝트의 착수를 유보하였다. 이 프로젝트는 세 단계의 점진적인 과정을 제안하고 있다. 첫째로 유네스코가 회원국들에게 이 제도의 국내 시행을 장려하고, 둘째로 제도 정착 이후 회원국들이 유네스코에 자국의 인간문화재 목록을 제출하며, 마지막으로 유네스코가 ‘세계 인간문화재 목록’으로 종합하는 것이다. 이 결의에 따라 유네스코는 인간문화재 제도를 수립하기 위한 지침을 입안하여 회원국들에게 배포하고, 회원국들이 이 새로운 개념에 적응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자국에서 이 제도를 정착시킬 것을 요청하였다. 나아가 유네스코는 이 제도를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하기 위해 훈련과정을 개설하였다. 유네스코의 진흥 활동을 통해 체코공화국, 캄보디아, 피지, 프랑스, 나이지리아, 세네갈 등의 여러 나라가 유네스코의 지원 하에 이 제도를 확립하였다.

이러한 활동효과는 기대 이상으로 나타났으며, ‘인간문화재’라는 용어는 무형문화유산에 대한 인식 제고에 기여하였다. 아시아 외부지역에서는 상대적으로 생소한 이 용어는 아시아와 인근 지역의 국가들에게 흥미를 유발하면서 점차 여러 회원국들의 관심을 유발하는 하나의 유행어가 되었다. 유네스코 운영기구들의 토의 과정에서 많은 대표들이 이 용어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설명을 요구하였다.

현재 박상식 전 대사는 여러 외국 대사들 및 유네스코 집행이사회 이사들과의 힘겨웠던 토론을 회상한다. 결과적으로 ‘인간문화재’라는 용어는 유네스코 내부는 물론 대외적으로도 신속하게 알려졌다. 나아가 ‘인간문화재’ 프로젝트는 특정 유산의 실천과 전승에 미치는 실연자와 행위자, 창조자의 중요한 역할에 대해 회원국들의 주의를 집중하는 데 기여하였다.

이처럼 한국은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프로그램의 역사에 실천적인 개념적 추진력을 부여하였고 하나의 이정표를 세웠다. 한국 정부는 유네스코에 기부한 한국신탁기금을 통해 특히 캄보디아와 피지 등의 국가에 인간문화재 제도의 도입을 장려하고 있다. 이처럼 인간문화재 프로젝트는 무형문화유산보호협약의 주요 개념을 실천하기 위한 토대가 되었으며, 실연자 공동체 내에서 유산의 생명력을 보장하기 위한 ‘전승’을 통해 무형문화유산 보호를 지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