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angible Cultural Heritage of Asia and the Pacific

움직이는 기록: 무형유산과 체현된 전시

무형유산의 지속에 있어서는 무형유산 특유의 일시적인 양상을 기록하고 전달할 적절한 형식과 방법을 찾는 일이 큰 과제이다. 전 세계의 급속한 정치‧사회‧환경 변화와 병행하여 진행되는 세계화는 여러 사회와 정부, 국제기구들이 예측할 수도 예방할 수도 없는 방식으로 문화유산과 물질유산 모두를 위태롭게 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디지털 기록과 디스플레이 기술 덕분에 훼손된 장소, 소실된 유물, 체화되고 일시적인 관습의 복원 등 무형의 경험을 표현, 보존, 전승, 전시할 수 있는 강력한 가능성이 새로이 열렸다. 이는 곧 세계의 기억을 떠올리고 전승하는 새로운 방식을 시사한다.

무형유산 기록은 종래의 기록학과 박물관학적 모델 안에서 여러 한계에 직면하는데, 이는 보관 자료를 구전 역사, 유물의 이력, 노래와 공연예술의 녹화 및 녹음으로 제한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무형유산의 사례를 살펴보면 장소나 물건, 자료에 기억이 부여될 수는 있지만 이런 대상들이 반드시 문화전승의 핵심적인 방식이나 중심점은 아닌 경우가 무수히 많다. 무형유산은 모순된 두 체제 사이에 끼일 위험이 있다. 여기서 두 체제란 유산에 활기를 불어넣기보다는 그대로 보존하거나 화석화하는 19세기의 전형적인 기록 체제와 ‘살아있는’ 상태를 기록으로 보관하는 복잡한 기술 체제를 말한다. 한편 문화연행 재연의 인기가 날로 높아지는 추세는 암묵적인 지식과 전승 레퍼토리라는 전통적으로 정의된 무형유산의 개념과 동일한 특성을 공유하는 감각교육이 지속되었음을 의미한다.

디지털 박물관학이라는 범주 하에서 디자이너와 컴퓨터 공학자와 더불어 이 급성장하는 기술 분야로 진출하는 연구자, 예술가, 큐레이터, 아키비스트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디지털 기록화 기술로 인해 이미 박물관과 도서관, 아키비스트들은 자체 소장품과 축적된 지식을 보존하고 전파할 새로운 도구와 기법을 무수히 갖추게 되었다. 오늘날 아키비스트는 문서나 유물의 스캔 또는 사진부터 시작해 일련의 디지털화 도구 모음을 갖추고 있다. 이 도구들은 대개 유물 원본에 충실한 디지털 복제본 제작을 목표로 삼는다. 최근에는 이러한 도구 세트에 3D 또는 체적형 기록법과 사진측량법까지 추가되었다. 한편 영화제작과 게임 산업에서는 엄청난 발전이 이루어졌다. 구체적인 예로 360도 체적형 비디오나 모션 캡처를 통한 3D 녹화, 음성 반복 모두가 물질 기반 및 무형유산 기록보관소의 핵심 기구로 부상하고 있다. 이 도구들은 그것만으로는 살아 숨 쉬고 변하기 쉬운 무형유산의 속성을 아우를 수 없다. 다차원적인 문화 공간으로서 무형유산은 단일한 무형유산 사례만을 대변하는 식의 기술사용을 초월하는 전체론적 접근을 필요로 한다. 그러한 접근법은 과거, 현재, 미래의 연행 공동체들을 통해 우리에게 전달되고 선보여지는 체화 지식에 대단히 중요하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재연된 문화연행의 인기에서 암묵적인 지식과 전승 레퍼토리라는 전통적으로 정의된 무형유산의 개념과 동일한 특성을 공유하는 감각교육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험적 박물관학은 범분야적이고 탄력적인 접근법을 제시하여 박물관 내에서 무형유산의 디지털 기록 및 전시를 탈바꿈시키고 있다. 예컨대 ‘무형유산 재연’에서 우리는 다양한 인코딩, 알고리즘적 재연, 재결합적 내러티브, 운동감각 디지털 인터페이스를 위한 디지털 도구를 개발하며, 이 모든 도구들은 행동과 경험, 영향으로 해석을 대체하며 지극히 경험적인 신체적 실천을 망라한다. 이 같은 새로운 몰입의 공간에서 ‘행위자’는 관련 대상과 문화 영역과 함께 세상 속에 놓인다. 그리고 이러한 무형유산의 세계는 참가자들을 통해 활력을 얻으며, 정통 서구식의 정신-물질 이원론을 넘어서서 새로운 주체, 유형물, 상호신체성, 운동적 감정이입, 공감의 상상력, 촉각 커뮤니케이션, 대화를 생산한다(Kenderdine과 Shaw 2017, 2018; Chao, Kenderdine과 Shaw 2016; Shaw, Kenderdine과 Chao 2017; Chao 외 2018). 현재 진행 중인 두 가지 협력 사업은 무형유산에 관한 향후 박물관학의 역동적인 잠재력을 보여준다.

그중 하나는 2012년에 출범한 ‘홍콩 무술의 살아있는 기록유산(HKMALA)’은 국제쿵후협회, 홍콩성시대학교, 스위스 로잔연방공과대학교(EPFL)의 실험박물관학연구소(eM+) 간 진행 중인 연구 협력 사업이다. 2018년 EPFL 아트연구소(ArtLab)와 2017년 멜버른 이민박물관에서 열린 ‘쿵후 동작(Kung Fu Motion)’, 2016년 홍콩 문화박물관과 성시대학교 미술관에서 열린 ‘하카(客家) 쿵후 300년(300 years of Hakka Kung Fu)’을 포함하여 이 사업을 통해 총 일곱 건의 국제전시가 소개되었다. 이 유산 기록 사업은 전통 무술의 상당 부분이 이미 사라진 중국 본토의 남부지방 쿵후의 쇠퇴에 대응하여 시작되었다. 홍콩은 아직까지 최상위 연행자들이 활발히 활동하는 중심지로 남아 있으며 세계적으로 가장 뛰어난 몇몇 무술인의 고향이기도 하다. 하지만 급속한 도시 개발과 인구 증가, 문화적 변화와 함께 숙련자들이 늙어감에 따라 이 전통 관습이 사라질 위험에 처해 있다.

HKMALA 사업은 모션 캡처, 시간에 따른 동작 분석, 3D 재구성, 파노라마 영상 등 진보된 기록 방식으로 얻어진 창의적인 영상을 역사자료와 결합시킨다. 이러한 기록 자료는 일례로 쿵후 시각화(Kung Fu Visualization, 2016) 같은 증강 가상현실과 참여형 미디어아트를 매개로 재해석되고 재연행된다. 이른바 재행위자(Re-ACTOR) 시스템은 모든 것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파노라마 가상현실 환경으로서, 여섯 가지 다른 관점에서 포착한 일련의 3D 모션 캡처를 통해 쿵후 마스터가 재연한 동작의 복잡한 역학을 보여준다. 이때 사용되는 참여형 제어판은 사용자로 하여금 마스터의 시범 동작에 담긴 기본 역학을 자세히 보여주는 여섯 가지 시각화 방식을 선택하게 해준다.

HKMALA의 ‘살아있는 기록유산’은 미래 세대를 위해 옛 마스터들의 연행을 영구히 남길 수 있도록 새로운 몰입‧참여형 디스플레이 패러다임도 활용한다. 쿵후 공격기술 아카이브(Kung Fu Weapons Archive, 2016)는 하카 쿵후의 공격기술과 훈련도구는 물론이고 쿵후 마스터들이 그 기술을 사용하는 모습을 담은 참여형 시범 영상을 슬라이딩 파노라마로 제공하는 선형 내비게이션 장치다. 관객이 하나의 특정 대상 쪽으로 화면을 밀 때마다 짧은 동영상이 떠서 쿵후 마스터가 해당 공격기술이나 훈련도구를 다루는 모습을 보여준다. HKMALA는 이 같은 새로운 접근법을 채택함으로써 사라질 위기에 처한 기록유산이 현시대에도 생생한 ‘생명력’을 갖게 하는 방식으로 무형유산을 인코딩‧검색‧재연하는 실용적인 전략을 만들어낸다.

다중양식 참여는 이 전시에 담긴 디자인 철학의 핵심이며, 이러한 원칙의 힘은 자세 매칭 장치에서 분명하게 구현되고 있다. 여기서 나날이 더욱 보편화되고 있는 게임화 기술이 무형유산에 대해 작동되며, 관객은 센서를 이용해 자신의 동작과 체위를 ‘모션 캡처’한 뒤 비디오 화면에 뜬 쿵후 마스터의 일련의 시범 자세와 맞춰볼 수 있다. 관객은 그저 자신의 몸을 얼마나 빨리 시범 자세에 맞출 수 있을지 파악하기 위해 애쓰게 되고, 비디오게임의 보상 체계는 주어진 제한시간 안에 성공이나 실패를 결정한다. 이런 식으로 이 장치는 비디오게임 특유의 용어를 사용해 관객의 몸과 쿵후 마스터의 몸을 실제로 연결하고, 그렇게 함으로써 관객의 몸에 쿵후의 신체적 기억을 각인시킨다. 뿐만 아니라 이 자세 매칭 장치는 “학습을 촉진하는 수단으로서 체화된 유물을 세공하고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동작 인식 사이버기술”의 중대한 능력을 활성화하는 생성 과정을 통해 체화된 유물의 제작을 이끌어낸다(Trninic과 Abrahamson 2012, 283).

향후 마스터가 사라질 수도 있는 상황에서, 아카이브 자료의 양식을 다양화하는 것은 기억을 보존하는 필수적인 디지털 또는 멀티미디어 보조도구가 될 수 있고, 더 나아가 지식 레퍼토리와 보유자의 주요 장소로서 신체를 전면에 내세우는 대용물의 역할도 할 수 있다. 이는 일련의 양식과 동작 자체에 대한 지식을 넘어서서 쿵후 전통의 유형적 측면과 이러한 관습을 총체적 철학과 삶의 방식으로 바라보는 시각과 관련된다. 문화유산의 맥락에서, HKMALA의 다양한 방식과 결합된 참여형 플랫폼의 이점은 일반대중을 유산의 재생산 행위 혹은 ‘유산의 사회적 생산’으로 해석될 수도 있는 활동에 참여시킨다. 이러한 기능은 ‘하카(客家) 쿵후 300년’ 전시에서도 입증되었는데, 이 같은 협력 모델이 하카 쿵후를 지속적인 상태로 (재)위치시켰다.

매체 간 상호작용은 사람들이 유산의 해석과 구성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그들의 경험이 사회적이고 협력적일 때 강력해진다. 집단 스토리텔링은 장소와 유산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해석하고 구성하는 상황화된 서사적 양식을 뒷받침하는 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중략) 기술 인프라와 다양한 매체를 융합시키고 사회적 상호작용을 적극적으로 촉진하는 일은 과거와 현재, 미래 간의 긴장 관계를 뒷받침함으로써 사람들이 문화유산과의 만남을 기억하고 인지하며 마음으로 그리게 할 수 있는 필수적인 단계이다(Giaccardi, Leysia와 Taylor 2008, 284).

무형유산의 기록 및 전시에 대한 향후 가능성은, 2013년에 시작되어 홍콩의 지아리 홀 디지털 플랫폼, 베이징 칭화대학교 의례연구센터, 홍콩성시대학교, EPEL의 실험박물관학연구소 간 국제적인 파트너십을 통해 지속되고 있는 ‘유교의례 새로 만들기(Remaking the Confucian Rites)’에서 한층 더 부각되었다(Kenderdine과 Shaw 2018). 이 사업은 모션 캡처와 증강현실 주석 시스템을 비롯한 발전된 디지털 기술을 5세기 중국 경서 『의례(儀禮)』의 분석적인 재독과 함께 유교의례를 현대적으로 재연하는 새로운 연행 방식으로 활용한다. 『의례』는 수천 년간 유교 규범의 중심이 된 중국 주나라의 사회행동과 의례절차를 다룬 핵심 문헌이었으나 중국 왕조 말기에 현대주의자들이 이 경서를 격렬히 반대하면서 문화적 전승이 와해되고 말았다. ‘유교의례 새로 만들기’는 의식 체계이자 체화된 관습으로서 의례학을 부활시키는 동시에 현대화를 통해 신체와 구현된 자아 면에서 중국인들에게 나타난 급격한 인식 변화까지 반영하고 있다.

지금까지 17개 의례 가운데 세 가지가 프로 경극 배우들과 아마추어 연행자들의 참여로 기록되었다. 이 중에서 ‘하급관리 아들의 관례(冠禮)’는 참여형 어플리케이션으로 개발되어 모션 캡처와 증강현실 주석 시스템이 이처럼 재연된 연행자들을 활성화시킨다. 또 다른 3D 영상은 관례에 대한 선형적 설명을 제공하는 한편 참여형 어플리케이션으로 사용자에게 데이터베이스 하이퍼링크를 제공함으로써 체현된 지식과 풍부한 역사적 의미의 여러 층위를 더욱 깊이 고찰할 수 있게 해준다(그림 9). 이들 작업은 2015년 중국 거래소 런던지점 왕실 개장전과 슬로베니아 류블랴나에서 열린 제8회 U3 트리엔날레의 ‘세계를 넘어(Beyond the Globe)’ 기획에 존슨 창이 큐레이터를 맡아 참여한 ‘공자의 몸(Body of Confucius)’전, 2018년 시카고미술관에서 개최된 ‘중국의 과거를 비추다: 황제와 그들의 청동’전을 비롯한 몇몇 전시회로 발전되었다.

참여형‧몰입형 디스플레이와 증강‧가상‧혼합 현실의 경험은 이미 우리가 무형유산을 보존하고 무형유산과 관계를 맺는 방식을 바꿔놓고 있으며, 이러한 사례는 유산과 진정성에 대한 기존의 인식에 도전장을 제기하고 문화의 지속 및 전송을 위한 주요 수단을 제공하면서 무형유산의 기록 및 전시의 향후 전망을 밝게 한다. 무형유산의 재연은 전문가 해석과 연행 공동체와 연계하여 정통적인 보호 전략에 대한 중대한 대안을 제공하면서 객체 지향 접근법을 넘어 디지털 방식의 무형유산 재생산이 앞으로 지식을 보호할 중요한 수단이 된다는 이해를 향해간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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