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angible Cultural Heritage of Asia and the Pacif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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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토키(Etoki) ‘불교 이야기를 펼치는 족자그림

일본의 에토키 또는 그림풀이는 에마키(emaki, 두루마리 그림)나 가케지쿠(kakejiku, 족자 그림)를 보여 주면서 불교의 교리와 역사적 사건을 이야기하는 수 백 년 전통의 공연예술이다. 또 다른 관련 공연으로 셋쿄(sekkyou)가 있다. 셋쿄는 그림을 보여 주지 않고 이야기한다는 점에서 에토키와 구분된다. 이 두 가지 공연은 원래 비구 또는 비구니가 신사나 사찰의 역사, 순례, 석가모니의 일생, 불경 또는 이들과 관련된 여러 주제들에 관한 이야기를 내용으로 행하던 것이었다. 이 유산의 기원은 불분명하지만 동남아시아에서 중국과 한국을 통해 일본으로 건너왔다는 증거들이 있으며, 10세기 무렵 일본에서 승려들이 귀족층을 위해 에토키를 공연했다는 역사 기록도 있다.

일본의 중세시대에 해당하는 12~16세기에 에토키는 점차 일반 평민들을 위한 공연예술이 되었다. 그 결과 승려 대신에 여성을 포함한 세속의 구연가들이 이를 공연하기 시작했으며, 이들 가운데 일부는 기러기발이 달리고 목 짧은 현악기의 일종인 비와(biwa)와 작은 타악기인 사사라(sasara) 같은 악기들을 도입해 사용하기 시작하였다. 이 시기에 셋쿄 또한 예술의 한 형태로 점차 보급되었다. 당시 에토키와 셋쿄의 공통된 주제는 신사와 사찰의 역사였으며, 고통과 슬픔을 안고 방랑하는 영웅들도 자주 묘사하였다. 예를 들어 ‘기타노텐진(Kitano Tenjin) 신사의 기원’에는 영웅 니치조(Nichizo)가 기타노텐진 신사를 건립하기 이전에 어떻게 지하세계에 갇혀서 수많은 시련과 고난을 견뎠는지에 대한 신화가 담겨 있다. 중세 에토키와 셋쿄의 이야기는 근대 일본 통속연극의 원형이라 일컬어지며, 이후 가부키와 분라쿠 레퍼토리에 포함되었다.

에토키는 근대 초(17~19세기)에 점차 오락거리의 한 형태로 발전하였으며, 거리공연예술의 한 부분으로 발전하기도 하였다. 이 시기 후반에 이르러서는 상자 안에 렌즈를 설치하거나 상자의 구멍을 통해 연속되는 그림을 볼 수 있게 만든 피프쇼(요지경)와 환등공연(유리에 비친 그림을 보며 이야기해 주는 공연)이 등장하였다. 게다가 이 전통의 특성은 자연스럽게 무성영화와 관중이 스크린에 비치는 그림을 보면서 이야기를 듣는 그림 이야기쇼의 한 형태를 만들었다.

수백 년 동안 이어져 온 에토키는 근대 후기부터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했다. 오락으로서 에토키는 소멸되었지만 일부 사찰에서 몇몇 승려와 자원자들에 의해 간신히 살아남게 되었다. 전통 에토키와 셋쿄 이야기 가운데 극히 소수만 남아 전해지고 있다. 도야마현 이나미초의 즈이센지 사찰에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 ‘쇼토쿠 다이시 에 덴’(쇼토쿠 태자의 일생 그림)과 나가노현 나가노시의 사이코지 사찰 및 오조지 사찰에 전해 오는 ‘가루카야도신 이시도마루 부모와 아이의 일생 그림’이 그 일부이다. 그러나 연행 장소와 보존되어 온 전통 종목의 수 등 에토키의 실상 및 위상은 거의 알려져 있지 않은 상태이다. 진종 오타니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