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angible Cultural Heritage of Asia and the Pacific

수중인형극 : 마을에서 도시로

벼농사와 긴밀하게 결부되어 농촌을 중심으로 연행되는 수중인형극은 베트남 북부 삼각주 지대 주민들의 독특한 공연예술이자 무형문화유산이다. 10세기에 시작된 수중인형극에 관한 최초의 역사 기록은 하남(Hà Nam) 지역 롱조이(Long Ðọi) 사원에 보관된 숭디엔디엔링(Sùng điện Diên Linh, 1121년 제작) 비석에 새겨져 있다. 비석에 따르면 수중인형극은 왕의 장수를 기원하는 의례에서 왕을 즐겁게 하기 위해 연행되었다고 한다.

인형사, 물, 인형은 수중인형극의 세가지 핵심요소이다. 마을에서 연행되는 수중인형극의 문화적 공간은 연못과 호수이다. 다른 예술 형태와 달리 인형사들은 무대 위에 등장하지 않으며, 무대는 수면 위에 세워진 투이딩(thủy đinh)이라고 불리는 2층 누각이다. 위층은 선대 인형사들을 기리기 위한 공간이며, 배경으로 활용되는 아래층은 암시적인 분위기를 띤다. 인형사들은 막 뒤의 물 속에 서서 막대기로 인형들을 놀린다. 여러 시간 동안 차가운 물속에 서서 인형극을 연행하는 일은 재능과 용기를 요구하는 매우 고된 작업이다.

인형은 가볍고 물에 뜨는 목재로 수공 제작되며, 목재의 중심부 조각에서 장식에 이르는 인형의 전체 제작에는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 마지막으로 인형 표면에 천연염료를 칠해 방수 효과와 내구성을 높인다. 인형 장인들은 정령, 왕, 왕비, 신, 마을 사람들, 남자, 소녀, 소년, 상서로운 동물 등 전설, 역사, 민담에 등장하는 다양한 캐릭터를 만든다. 모든 인물은 베트남 북부 삼각주 지역 농민들의 활기찬 삶과 풍부한 상상력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다.

인형은 몸통과 토대로 구성된다. 물 위에 뜨는 몸통 부분은 인물을 표현하며 물에 잠긴 토대 부분은 몸통을 지탱하는 동시에 막대기나 줄을 사용하여 인형을 움직이는 기계장치를 가지고 있다. 물 속에 잠긴 막대기와 줄은 멀리 떨어진 곳에서 물살을 이용하여 인형의 움직임을 조종하는 장치이다. 인형사들은 막뒤에 서서 각각의 막대기, 혹은 누각 밖이나 물 속에 설치된 여러 줄로 된 장치를 조종하여 인형을 놀린다.

인형극 공연은 짧은 일화를 묘사하는 여러 장면으로 구성된다. 무대는 조명, 음악, 음향, 색상 등의 장식적 요소를 통해 이야기의 배경을 환기시키며, 특히 대사는 수중인형극을 활력 넘치고 살아있는 매력적인 공연으로 만든다.

과거에 여러 마을이 인형극 공연으로 유명하였으나, 현재는 하노이(Hà Nội)의 자오툭(Ðào Thuc), 하이즈엉(Hải Duong)의 탕하이(Thanh Hải), 타이빙(Thái Binh)의 응우옌(Nguyễn), 하이퐁(Hải Phòng)의 빙바오(Vinh Bảo), 남딩(Nam Ðịnh)의 라(Rạch) 등 몇몇 마을만이 전통을 유지하고 있다. 일부 마을은 인형극을 상연하고 국내외 순회공연을 하기도 한다.

현재 수중인형극은 호수와 연못, 논, 주민들이 있는 마을에서 연행되고 있을 뿐 아니라 도시로 전해져 전문화되었으며 외국에도 소개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발전에도 불구하고 살아있는 유산으로서의 공동체 수중인형극은 위기에 처해 있다. 고대의 공연은 잊혀졌으며, 연로한 인형사들은 전수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상당수의 베트남이 수중인형극을 본 적이 없고 그것이 자신의 전통임을 모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