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angible Cultural Heritage of Asia and the Pacific

샤먼은 하늘과 땅의 중재자이다

부랴트 전통에서 볼 때, ‘샤만’은 고전적 의미에서의 샤만은 아니다(몽골에서도 마찬가지다). 의료에 관여하는 이들은 ‘후헤 문헤 텡게리(Khukhe Monke Tengeri)’라 불리는 ‘영원한 푸른 하늘(Eternal BlueSky)’의 하부세계와 땅 위에 사는 사람들을 이어주는 매개자로 간주되었다. ‘영원한 푸른 하늘’ 숭배는 몽골계 민족들의 전통신앙이었다. 샤머니즘의 종교 전통을 지닌 인근 퉁구스-만주족과의 상호 문화교류를 통해몽골인들은 ‘샤만’과 ‘샤머니즘’에 대한 개념을 받아들였다.

불교를 수용하기 전 몽골인들은 천신신앙 신봉자들이었으며, 에벤크(Evenks)와 만주(Manchus)의 샤먼의식과 유사한 의식들을 거행했다고 알려져 있다. 몽골인들은 인간과 지역의 신 혹은 부랴트의 전통적인 다른 수호자들을 이어주는 매개자를 보오(boo, 남성 샤만)와 우다간(udagan, 여성 샤만)이라고 불렀다. 에벤크(퉁구스인) 족의 전통적인 샤머니즘에서 매개자는 캄(cam)이라 불리고, 만주어로는 사만(saman)이라고 한다.

지난 35년간의 연구결과와 부랴트 종교전통의 맥락에서 볼 때 ‘샤머니즘’이라는 용어와 그 현상은 부랴트, 에벤크 그리고 만주의 전통적 의식을 ‘샤머니즘’이라는 용어로 표현한 것에서 온 인류학적 실수였음이 밝혀졌다. 이러한 간과는 서양 선교사들의 토착민의 생활방식, 민족성 등에 대한 이해부족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명칭과 관련한 전문적인 문제는 논외로 하고 필자는 ‘샤머니즘’과 그와 관련된 용어를 그대로 사용하겠다. 문화인류학 분야에서 이 용어는 이미 정착되어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천신과 사람들을 잇는 영혼의 매개자

소위 샤먼 문화라고 하는 부랴트의 치유의식은 주로 부랴트의 민속의학에서 발전한 것이다. 이 치유의식 과정은 정해져 있으며, 세부적으로는 환자의 심리적 상태와 연관된 의식과 생리학적 상태와 관련된 의식으로 분류된다. 심리와 관련된 의식에는 불임 부부의 아직 잉태되지 않은 아이의 영혼을 불러내고 정신적으로 아픈 환자를 달래거나 환자의 수명을 연장하는 것 등이 포함된다. 생리학적 의식은 속병을 치료한다든지 환자의 삶과 동물의 삶을 맞바꾸거나 죽음을 앞둔 환자의 머리카락을 자를 때 치러진다.

부랴트의 신앙에 따르면, 천신은 모든 이의 생명과 건강을 책임지고 있는 우주 최고의 신이며 샤만은 하늘과 땅의 중재자이다. 그래서 치유의식과 의례를 행하는 샤만은 특별한 초월적 능력을 부여받거나 의식을 치르는 동안 접신 상태에 들어간다.

일반적인 불안감이나 구체적인 속병을 치료하는 의식을 거행할 때, 양이나 말 등을 특별한 방식으로 도축해 아직 온기가 남아 있는 동물의 내장으로 환자를 감싸고 동물의 가죽으로 환자의 몸을 덮는다. 예를 들면 간질환을 치료할 때 샤만은 방금 도축된 양의 따뜻한 간을 환자 위에 놓은 다음 양의 가죽을 이용하여 환자의 몸을 내장으로 감싼다.

아이를 갖기 어려운 여성의 임신을 축원하는 의식에서는 하늘에서 온 것을 상징하는 흰색의 유제품 같은 선물을 신에게 봉헌하고 기도문을 외우며 나뭇가지에 색색의 줄을 매다는 의식을 치른다. 이러한 의식을 통하여 바람(winds)은 아이를 갖고자 하는 부모의 염원을 신에게 전한다.

또 다른 의식으로 가족 구성원 모두의 건강을 기원하는 것이 있다. 이 경우 샤만은 가족이 키우는 가축 중 한 마리(보통 말이나 염소)를 선택하여 등에 신성한 띠를 두른다. 이 의식을 거치게 되면 이 동물은 신성해진 것으로 여겨져 가족들은 더 이상 동물에게 일을 시키거나 다른 경제적 이득을 얻는 용도로 이용할 수 없다.

이 글에서 소개한 치유의식은 부랴트인들의 수많은 전통의식 중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