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angible Cultural Heritage of Asia and the Pacific

부탄 왕실혼례식 – 사라져 가는 문화의 보호

부탄에서 혼인은 여러 불교의식을 수반하는 사회적 행사이다. 부탄의 혼례식은 단순히 서약과 반지를 교환하고 신부에게 입을 맞추는 것이 아니다. 수백년의 전통을 지닌 부탄의 혼례식은 보다 다채롭고 복합적인 행사이다. 그러나 최근 이러한 전통이 점차 사라져가고 있다.

고대로부터 부탄에서는 정식 혼례식을 통해 저명한 불교 승려(lama)의 축복을 받기 전까지는 혼인이 인정되지 않았다. 따라서 새로운 동반자와의 삶을 시작하는 부부에게 혼례식은 필수적인 절차로 간주되었다. 예비부부는 혼례식 전에 반드시 승려로부터 점성술에 따른 길일을 부여받아 가족친지들을 초청하였다.

혼례식은 이른 아침 해가 뜰 무렵 시작되며, 전통의상을 갖춰 입은 신랑신부는 미래의 행복하고 풍족한 삶을 위해 불교에서 신성시되는 삼보(三寶, kencho sum)에 대한 기도를 바치고 기름등잔을 밝힌다. 이 단계가 끝난 후에는 두 가지 중요한 의식에 참여한다. 이는 정화의식과 서약의식으로, 신랑신부는 사원에서 받은 스카프를 교환하는 서약의식에 이어 서로간의 충실함을 상징하는 신성한 음료를 마신다. 정화의식과 서약의식은 혼례식의 가장 중요한 절차이다. 혼례식에서 모든 제의는 신혼부부를 축복하고 그들의 삶에 개입하는 모든 재액을 퇴치하기 위한 것이다.

전통 혼례식에는 불교의식 외에도 의식용 스카프의 봉헌, 하객들을 위한 축하연, 전통 춤 연행 등이 포함되며 통상 며칠 간 축하행사가 계속된다.

혼례식은 부탄 무형문화유산의 중요한 일부로서 전승되었으나 현 시점에서 그에 대한 보다 깊은 인식과 수용이 요구된다. 실제로 부탄의 전통혼례 문화는 점차 사라져가고 있으며 부탄에서 행해지는 혼례식 절차는 완전히 변화하였다. 부탄의 젊은 세대들은 전통유산을 망각해 가고 있으며, 혼례식을 실제로 치렀는지에 관계없이 동거를 시작하면 결혼한 것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 수 년 간 부탄의 결혼 관념은 급변하였다. 현대화에 따라 전통혼례식을 원하거나 식을 치르는 이의 수는 급감하고 있으며, 혼례식을 치른다 해도 종교의식 대신 댄스 파티와 팝송을 즐기고, 부탄 전통주와 음식이 샴페인과 케이크, 이국적인 음식과 함께 있는 등 외래문화가 혼합된 양상을 보이고 있다. 부탄의 이 고유한 무형문화유산은 현대화의 희생물이 된 것이다. 그러나 최근 왕실 혼례식은 사라져 가는 부탄의 혼례식을 소생시켰으며 많은 젊은 부부들이 왕실혼례식을 모방하기 시작했다.

왕실혼례식은 부탄 역사에 있어서 하나의 전기를 제공하였으며 급속한 현대화의 풍조에서 부탄 문화의 독특함과 무형문화유산 보호의 중요성을 보여주었다. 지난 2011년 10월 13~15일에 거행된 국왕과 왕비(Ashi) 제쭌 뻬마(Jetsun Pema)의 왕실혼례식은 보는 이들에게 특별한 문화적 체험이 되었다. 사흘 간 행해진 이 행사는 혼례식이 다른 문화유산과 마찬가지로 모든 부탄인들이 보호해야 할 중요한 유산이라는 교훈을 전달하였다.

왕실혼례식은 소박하면서도 웅장한 부탄의 전통혼례식을 구현하였으며 준비과정, 노래, 춤, 가면무, 의상, 음식 등 모든 면에서 충실하게 전통을 따르고 있다. 모든 하객들에게는 아침에 제공되는 차를 시작으로 방충(bangchung, 대나무로 만든 전통 접시)과 다파(dapa, 나무 쟁반)에 담긴 부탄의 다양한 전통음식이 제공된다.

왕실혼례식은 부탄 문화의 아름다움과 우아함을 세계에 드러내었으며, 현대화의 과정 속에서도 전통문화가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예범이 되었다. 왕실혼례식의 의례와 축하연, 전통무용은 모두 현대 세계에서 전통문화의 지속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성대하게 치러진 왕실혼례식은 왕실에서 보여준 부탄의 무형문화유산 보호의 노력을 보여주며, 이는 부탄 문화를 보호하기 위한 국왕의 배려 덕분에 실현될 수 있었다. 전통문화 보호를 위한 국왕의 조치는 하나의 역할 모델이 되었다. 과거에는 이러한 선구적 조치가 거의 이루어지지 못했기 때문에 부탄의 무형문화유산이 심각한 존립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그러나 새로운 첫 발을 내딛은 현재 사라져가는 문화였던 왕실혼례식은 분명히 되살아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