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angible Cultural Heritage of Asia and the Pacific

베훌라-락힌더 뱀설화

북회귀선에 위치한 방글라데시는 벵골만과도 가까이 있어서 기온이 온화한 겨울 동안을 제외하고는 연중 덥고 습한 날씨가 지속된다. 이러한 기후 조건 때문에 벵골은 킹 코브라와 같은 수많은 독사들의 이상적인 서식지가 되었다. 이로 인해 뱀에 물려 사망하는 사고가 끊이지 않자 사람들은 무력감에 빠지고 말았다. 결국 방글라데시 사람들은 수많은 뱀으로부터 자신들을 보호하기 위해 신을 찾아 숭배하게 되었다. 방글라데시에 이슬람교가 들어오기 전에 사람들은 3억 3천만 종류의 호국신이 있는 힌두교를 믿었다. 그중에서 뱀의 여신인 마나사는 가장 강력한 신으로 꼽혔다.

역사적으로 마나사에 대한 숭배는 특히 뱀의 활동이 가장 활발한 우기가 시작될 때, 벵골 지역에서 널리 유행하고, 이 시기에 벵골의 많은 사원에서 마나사를 위한 의례가 연행되었다. 이처럼 마나사는 중요한 존재였기에 뱀신과 관련된 설화들이 많이 생겨나게 되었는데 그중 베훌라-락힌더의 전설이 가장 유명하다.

전설에 의하면, 찬드 쇼우다가라고 하는 거상이 여섯 명의 아들과 함께 아름다운 정원으로 둘러싸인 대저택에 살고 있었다. 찬드는 창조와 파괴의 신으로 알려져 있는 시바(Shiva)를 독실히 믿는 사람이었다. 그때 시바의 딸이었던 마나사는 여신이기는 했지만 그녀를 추종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그래서 마나사는 찬드에게 자신을 숭배하라고 명령했으나 그는 거부했다. 찬드는 마나사의 이름을 부르며 그녀를 모욕했고 마나사는 주체 할 수 없을 만큼 분노했다.

이런 찬드를 응징하기 위해 마나사는 음모를 꾸몄다. 그녀는 찬드의 아름다운 정원을 모두 파괴했고 여섯 명의 아들이 뱀에 물려 죽게 함으로써 찬드를 고통스럽게 만들었다. 심지어 물건을 가득 실은 배마저도 침몰시켜 찬드를 무일푼의 가난뱅이로 만들어버렸다. 그러나 찬드는 강한 인내심을 갖고 재산을 다시 모아나갔고 예전의 명성도 되찾기 시작했다. 또한 재혼 후 락힌더(Lakhindar)라는 아들도 새로 얻었다.

락힌더는 친절하고 잘생긴 청년으로 성장했고 모든 사람이 그를 좋아했다. 찬드는 아들에게 잘 어울리는 신부를 찾던 중 우자니나가 (Ujaninagar)지주의 딸인 베훌라(Behular)를 알게 되어 결혼 날짜까지 잡게 되었다. 마나사는 이 결혼 소식을 듣고 다시 찬드에게 접근해, 다시 자신에게 복종할 것을 강요했지만 찬드는 이번에도 거절했다. 그러자 마나사는 락힌더가 결혼하는 날 밤, 뱀에 물려 죽을 것이라 경고했다. 하지만 찬드는 전혀 겁먹지 않고, 건축가를 고용해 철로 된 집을 만들어 어떤 것도 안으로 들어 올 수 없게 했다. 이 이야기를 들은 마나사는 그 건축가에게 뱀이 들어갈 수 있는 작은 구멍 하나를 남겨 두라고 명령했다.

결혼식이 끝난 후, 락힌더 부부는 신혼집으로 들어갔고 찬드는 아무도 들어갈 수 없도록 밖에서 문을 잠궜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락힌더와 베훌라는 잠이 들었다. 이때 칼나 기니(Kalnagini)라고 하는 뱀이 건축가가 만들어 놓은 작은 구멍을 통해 들어가 락힌더를 물었고, 그는 바로 죽고 말았다.

이 지역에는 뱀에 물려 죽으면 다시 살아오길 바라는 마음에서 시신을 뗏목 위에 두는 풍습이 있었다. 그래서 가족들은 죽은 락힌더 역시 뗏목에 띄워 보냈다. 그에 대한 사랑이 깊었던 베훌라는함께 뗏목을 타고 떠나며 남편을 다시 살리지 못할 경우 절대 돌아오지 않으리라 결심했다. 뗏목은 며칠 동안 강을 따라 떠내려갔다. 그러던 어느 날 베훌라는 빨래를 하던 한 여인이 죽은 아들의 얼굴에 물을 뿌리자 그 아이가 다시 살아나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그 여인은 신들의 옷을 세탁하는 네티 (Neti)였다.

베훌라는 얼른 뗏목에서 내려 네티에게 다가가 락힌더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설명하고 아들을 살려낸 것처럼 남편을 다시 살려 달라고 애원했다. 부탁을 들은 네티는 베훌라를 신들이 있는 곳으로 데려갔다. 베훌라는 남편을 되살리기 위해 신들 앞에서 춤을 춰 그들을 즐겁게 해야 했다. 그리고 남편을 살리기 위한 마지막 조건으로 찬드가 마나사를 숭배하게 설득해야 했다. 결국 찬드는 여전히 마나사를 존경하진 않았지만 마나사의 인형에 꽃을 던져 숭배를 표함으로써 그의 사랑하는 아들을 되살릴 수 있게 되었다. 마나사는 무척 기뻐하며 락힌더와 찬드의 여섯 아들을 다시 살려주었고 잃었던 재산도 모두 되찾아 주었다. 이로서 마나사는 그녀의 명성을 널리 알리게 되었고 모두가 경외하는 여신이 되었다.

그리고 오늘날까지도 방글라데시와 인도의 수많은 힌두교인들은 계속해서 마나사를 숭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