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angible Cultural Heritage of Asia and the Pacific

바누아투, 사이클론 팸을 계기로 무형유산 보호에 힘쓰다

지난 3월 10~14일 닷새 동안 사이클론 팸이 인구 약 27만 명에다 언어 100여 개가 사용되고 80여 개 섬으로 이뤄져 있는 태평양의 섬나라 바누아투를 휩쓸고 지나갔다. 5등급 중 최고 등급에 속하는 이 사이클론은 바누아투 전역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사이클론의 눈은 시간당 풍속 250km, 최대 풍속 시간당 320km의 속도로 수도 포트빌라가 있는 세파 주의 에파테 섬 인근을 통과했다. 당시 제3차 유엔 세계재난위험감소 총회에 참석하고 있던 볼드윈 론즈데일 바누아투 대통령은 재난 위험 감소를 위한 센다이 계획(2015~2030)이 채택되기 직전에 즉각 본국으로 돌아왔다. 센다이 계획에는 공동체의 회복력 강화 기여와 예방 문화 육성을 위한 문화유산 재난위험감소 전략의 중요성이 담겨 있다.

2015년 3월 26일 유엔인도주의업무조정국(UNOCHA)이 발표한 특별 긴급 호소문에 따르면 사이클론 팸으로 인해 16만 6,000명의 이재민이 발생한 가운데 7만 5,000명은 지낼 곳이 시급하고, 11만 명은 식수를 구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었다. 바누아투 정부는 2015년 4월 초에 유엔 및 세계은행과 공동으로 ‘재난 후 수요평가(PDNA; Post-Disaster Needs Assessment)’를 실시했다.

평가의 목적은 다음과 같다.

  • 사이클론 팸의 사회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고 주요 경제 분야의 손실과 피해를 측정한다.
  • 가능한 한 예상 비용과 함께 회복력 및 복구 활동에 특히 초점을 맞춰 주요 경제 분야의 우선 수요를 파악한다.
  • 발생할지도 모를 재정 공백과 어려움을 파악한다.
  • 현재의 재난위기관리 역량을 검토하고 재난 복구 및 위기 감소 대책과 전략을 제안한다.

바누아투문화센터(VCC; Vanuatu Cultural Centre)는 국가재난관리국을 통해 유엔과 세계은행에는 평가에 문화 분야 평가도 포함시킬 것을 공식 요청하고, 유네스코에는 바누아투의 문화시설 및 중요 유·무형유산을 평가 작업하기 위한 센터 활동을 지원해 줄 것을 요청했다.

사이클론 팸이 바누아투 무형유산에 미친 영향

센터가 주도한 문화 분야의 평가팀은 센터 직원과 국제기념물유적회의(ICOMOS; International Council of Monuments and Sites), 국립호주대학, 태평양공동체사무국, 유네스코아피아사무소의 전문가들로 구성됐다. 조사팀은 지난 4월 8~21일 기존의 지침에 따라 선정된 문화시설, 역사 건축물 및 교회, 고적을 방문해 피해 상황과 활동 중단에 따른 손실을 평가했다. 일일 현황조사 보고는 서로 다른 분야 간의 중복 조사를 피하고 개별 조사 업무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총리 집무실에서 열렸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바누아투 정부 고위관리들, 유엔, 세계은행은 문화유산의 의미와 문화 분야 평가의 범위를 이해할 수 있게 됐다.

문화 분야 수요평가는 정책결정, 통치, 교육, 분쟁 해결을 위한 회합 장소로 사용되는 공동체 전통 건축물 나카말(nakamal)을 둘러싼 전통지식 체계를 강조했다. 가말(gamal), 파레아(farea), 레(fare)로도 알려진 나카말은 모든 마을이 보유하고 있다. 전통추장위원회가 바누아투 공동체 문제를 토의하는 장소로 사용되는 포트빌라 소재의 말바투마우리(Malvatumauri) 추장협의회 의회 건물 나카말은 중요한 상징성을 띠는 살아 있는 유산이다. 이 나카말이 이번 사이클론 팸으로 말미암아 심각한 피해를 보았다. 그러나 나카말의 기본 골격이 가볍고 유연한 재료로 만들어져 있어서 주요 구조물은 다행히 남아 있었다. 티킬라소아(Tikilasoa), 응구나(Nguna) 섬의 나카말을 비롯한 많은 나카말이 피난처 역할을 하는 한편 외곽 섬 지역 주민들의 생명을 지켜 주었다. 지난 2005년에 센터의 필드워커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바누아투 전통가옥 건축기술과 전통지식을 모아편찬된 ‘카스톰 하우스(Kastom Haus)’는 평가 조사에 소중한 기초 자료를 제공했다.

국가 아카이브 · 도서관 · 유물 컬렉션의 관리자로서 센터는 유네스코 대표목록에 등재돼 있는 바누아투 모래그림을 방문객, 학생, 공동체에 시연해 보이는 장소를 제공한다. 또한 바누아투 북부 전 지역에서 찾아볼 수 있는 다양한 디자인의 모래그림 데이터베이스를 관리하고 있다. 센터가 비록 사이클론이 물러가고 한 달이 지나서야 겨우 활동을 재개하기는 했지만 시간상의 제약과 모래그림 연행자에 관한 상세한 데이터 부족으로 평가 보고서 작성에 필요한 모래그림 관습에 대한 정확한 평가는 이뤄지지 못했다.

결론

문화 분야의 평가는 사이클론 팸에 의해 피해를 본 나카말, 아카이브, 도서관, 예술센터, 역사 건물 및 교회뿐만 아니라 피해가 심각한 세계문화유산 유적지인 로이 마타 추장의 영지 복구를 포함한 문화 분야 복구비용으로 약 140만 달러가 필요할 것으로 추산했다. 평가 보고서는 문화유산 보호를 위한 단기 긴급 대책과 중기 복구 우선순위를 선정했다. 여기에는 관련 기술 전승과 건축물 복원 역량 강화, 나카말 관련 무형유산 목록 작성이 포함된다. 무형유산 협약 가입국인 바누아투는 평가 보고서의 권고 사항을 이행하기 위해 무형유산 협약에 따라 설립된 무형유산기금에 긴급 지원을 요청했다. 유네스코는 2015년 6월 로이 마타 추장의 나카말 긴급 복원과 그 과정에 대한 기록업무 지원 요청을 승인했다.

사이클론이 휩쓸고 지나간 후 이뤄진 평가조사는 바누아투인들의 회복력과 자연재해에 대처하는 그들의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전통지식 체계를 강조하고 있다. 또한 평가조사 경험은 재난이 닥치기 전에 종합적인 무형유산목록을 준비하고 유지하는 일의 중요성, 문화 분야 이해 당사자들의 인식 제고의 필요성, 지속 가능한 국가 발전의 중요성을 잘 보여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