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angible Cultural Heritage of Asia and the Pacific

민족 정체성을 보여주는 카자흐스탄의 서사시

무형유산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의 하나로 유네스코는 2003협약을 채택하였으며, 카자흐스탄은 2011년에 이 협약을 인준하였다. 이후 카자흐스탄은 무형유산 보호를 위한 목록화 작업과 방법론 연구를 지속해 오고 있다. 하지만 최근에서야 협약을 인준한 탓에 아직도 해야 할 일이 산적해 있다.

카자흐스탄은 다양한 민족, 종교, 문화를 특징으로 한다. 하지만 언제나 다양한 민족으로 구성된 것은 아니다. 1920년대만 해도 카자흐스탄은 소련에 속해 있었고, 단일 민족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스탈린주의자들은 사회계급 말살을 겨냥하였다. 이 목적 달성을 위하여 공포와 위협 정책이 성직자, 반대파, 지식인, 예술가, 러시아 제정 당시 정부 관리들을 대상으로 자행하였다. 1934년 시작된 정치 탄압은 특히 가혹하였다. 수백만의 소비에트 시민들이 우랄, 시베리아, 카자흐스탄으로 망명하였다. 소련 전역에 걸쳐 볼셰비키 반대자들은 카자흐스탄에 위치한 집단수용소에 수용되었다.

1935년에는 대규모 이주가 시작되었다. 6만 4,000명의 독일인과 폴란드인이 우크라이나에서 추방당했다. 1937년에는 쿠르드 족(Kurds), 아르메니아인(Armenians), 투르크인, 이란인들이 카자흐스탄 남부 지역으로 추방되었다. 같은 해에 거의 30만 명에 이르는 한국인들이 극동 지역에서 강제 이주되어 카자흐스탄으로 들어왔다.

소련의 위대한 조국해방전쟁(Great Patriotic War, 옛 소련과 일부 옛 소련에 속한 국가에서 제2차 세계대전을 이르는 말: 역자 주)은 무엇보다 독일인을 겨냥한 정치 탄압이라는 새로운 파장을 불러왔다. 수십만 명의 독일인이 추방당하였으며, 불과 3주 만에 50만 명에 가까운 독일인이 카자흐스탄으로 강제 이주됐다. 제2차 세계대전 동안 카라차이(Karachay)인, 칼미크(Kalmyk)인, 체첸(Chechen)인, 잉구시(Ingush)인, 발카르(Balkar)인, 그리스인, 불가리아인, 크리미아인, 타타르(Tatar)인, 쿠르드족, 메스케티안투르크(Meskhestian Turk)인, 기타 소수 민족들이 카자흐스탄으로 추방당하였다.

이들 민족이 오늘날 카자흐 사회를 이루는 중요한 구성원으로 되었다. 카자흐스탄에서 무형문화재 보호 국가위원회가 설정한 기본 목표의 하나는 모든 소수 민족의 무형유산 목록 작성이다. 각 민족 집단에는 카자흐스탄 인민의회가 관리감독하고 지원하는 문화센터와 협회가 있다.

특히 언어는 민족 정체성을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러시아어는 카자흐스탄에 미친 영향이 엄청났다. 소비에트 체제 아래에서 모든 공식 문서는 러시아어로 작성되었고, 사회활동 역시 러시아어로 이루어졌다. 제2차 세계대전 기간에 러시아어를 사용하는 노동자들과 그들 가족의 이주 또한 카자흐 민족의 러시아화를 가속시켰다. 국가 정책과 이데올로기 원칙은 러시아어를 강화시킨 반면에 카자흐어 사용은 사사로운 자리나 가족 간 대화에 한정되었다. 소비에트 체제가 몰락할 즈음에 러시아어 사용자는 카자흐어 사용자를 넘어섰다.

현재 카자흐어는 사법, 행정, 교육, 학술연구, 대중매체 등 사회 전반에 걸쳐 사용되고 있는 등 국가 공식 언어가 됐다. 민족 정체성은 카자흐스탄의 경우 물론 소비에트의 이데올로기 원칙에 영향을 받은 것을 포함해 언어 등 몇 가지 다른 전통 요소들로 형성된다.

독립 후 카자흐스탄은 민족 정체성을 강화할 필요성이 대두되었으며, 대중 또한 잃어버린 전통을 회복하는 데에 관심을 쏟게 되었다. 이는 인근 국가들에서 카자흐인들을 본국으로 송환하기 위한 정부 정책과 맞물려 있었다. 이들 오랄만(oralmans)은 그들이 지켜 온 일부 전통들과 함께 돌아왔다.

일반 대중 사이에서 무형유산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자 카자흐스탄 무형유산 보호 국가위원회는 무형유산 종목의 목록화 사업에 착수하였다. 다양한 장인들의 관습, 노래, 민속악기 공연, 의례 및 축전, 사냥법, 아시크(Asyks) 같은 민속놀이 등이 목록화 되고 유네스코 대표목록등재 신청 서류가 제출되었다.

국가 무형유산 목록에 포함된 종목 가운데에는 카자흐인 역사와 그들이 겪어야만 한 무력 침략에 영향을 받아 만들어진 서사 이야기도 있다. 각각의 서사 이야기는 빼어난 군인인 바티르(Batyr)에 대한 헌사로써 그의 성격, 인품, 영웅 행위에 관해 묘사하고 있다. 이들 이야기는 세대를 거치면서 전승되어 왔으며, 지금도 젊은 세대에게 애국심을 고취시키고 있다.

서사시에는 군대와 관련한 주제 외에 다른 내용들도 포함되어 있다. 가장 두드러진 주제는 사랑이다. 카자흐의 시는 유목민족의 낭만을 보여 주고 있으며, 자연과의 친밀감도 묘사하고 있다. 코지코르페시와 바반술루(Kozy-korpesh and Bavan-Sulu), 키즈지베크(Kyz-Zhibek), 엔리크케베크(Enlik-Kebek) 같은 서사시들은 반역과 충성을 이야기하면서 카자흐인 내부의 복잡한 부족 관계를 보여 준다.

카자흐스탄 내 민족 정체성의 복잡성과 카자흐 서사시의 깊이 및 풍부함을 완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훨씬 더 심도 있는 분석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