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angible Cultural Heritage of Asia and the Pacific

무형유산 보호에 관한 북한 유산 전문가와의 대화, 2018 평양에서 개최한 역량강화 워크숍을 기반으로

개요

지난 2008년 북한은 국제적 차원에서 살아있는 유산의 중요성을 환기시키기 위해 제정한 2003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보호협약을 비준하였다. 그 이후 북한은 협약의 대표목록에 3건의 무형유산을 등재했다. 2014년 아리랑을 최초 등재한 후 2015년에는 전통 김장을 등재했다. 이 두 종목은 한국에서도 별도로 등재한 종목이다. 작년에 남북한은 전통 씨름을 최초로 공동 등재했다. 1자세한 내용은 https://ich.unesco.org/en/RL/traditional-korean-wrestling-ssirum-ssireum-01533이는 남북한의 문화관계에서 매우 역사적인 순간이었으며 당시 대부분의 협력 채널이 닫혀있던 상황에서 문화가 중요한 가교역할을 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2등재신청은 2018년 11월 26일에서 12월 1일 모리셔스 공화국의 포트루이스에서 열린 2003 협약 정부간위원회 회의 기간에 이루어졌다.

한국의 전통 씨름이 등재되기 직전, 유네스코는 2018년 9월 26일부터 10월 3일까지 평양에서 개최된 훈련 워크숍을 지원했다. 이 워크숍은 공동체기반의 목록작성과 등재신청서 준비를 위한 북한 내 유산 전문가의 역량강화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었다. 바로 직후 이루어진 남한과의 공동등재신청서 제출에 이 워크숍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단언하기 어렵지만 협약이 강조하는 국제협력에 대한 북한의 유산전문가들의 인식과 지식을 심화하는 데에 중요한 진전이 있었음은 분명하다.

이 글에서 나는 중국민속학회의 정책관인 주강(Zhu Gang) 교수와 함께 유네스코의 초청으로 참가한 이 워크숍에 대해 개괄적인 소개를 하고자 한다. 이 글은 주로 프로그램에 맞추어 우리가 경험한 바에 대한 몇 가지 의견을 제시하는 것이다. 또한 단기간의 훈련만으로 결론을 내리는 것은 피하면서 퍼실리테이터의 견해를 제시하고 독자들에게 그들의 경험을 설명하고자 한다. 주강 교수와 나는 둘 다 북한 방문이 처음이었기 때문에 유네스코 베이징 사무소의 문화 담당관 히말출리 구룽(Himalchuli Gurung)과 프로젝트 담당자 페데리카 이엘리치(Federica Iellici)의 도움을 받았다. 두 사람은 모두 북한의 민족유산보호지도국(National Authority for the Protection of Cultural Heritage)과 공동으로 훈련 프로그램을 기획하였다. 우리에게 베풀어준 지역 주최자들의 따뜻하고 빈틈없는 환대와 더불어 그들의 적극적인 참여 덕분에 워크숍은 성공적으로 끝날 수 있었다.

참가자들

26명의 워크숍 참가자들은 30대에서 60대까지 연령층이 다양했다. 이들은 민족유산보호지도국과 평양의 조선문화보존사(The Korean National Preservation Agency)를 비롯해 평안남도, 황해북도, 함경북도, 양강도, 개성, 남포 그리고 란선시의 시도 지사에서 온 사람들이었다. 이들 중 여성은 6명뿐이었는데, 이는 가족이 있는 여성들의 경우 먼 지방에서 참석하는 것이 어려웠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프로그램

주강교수와 나는 유네스코 베이징사무소와 민족유산보호지도국과 멀리 떨어져 있으면서도 자료 준비를 위해 함께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이 워크숍은 협약의 이행과 공동체 기반의 목록 작성을 위해 지난 2013년 3월과 2016년 8월에 열린 두 번의 워크숍을 기반으로 기획되었다. 2019년에 열린 워크숍 참석자의 2/3 정도는 협약에 대해 알지 못했기 때문에 우리는 북한이 요청한 다음 주제를 중심으로 입문 세션을 함께 열었다.

■ 공동체 기반의 목록작성에 관한 재교육: 협약이 강조하는 주요 보호 수단의 하나이자 공동체의 일반 참가자들이 보호목적으로 자신들의 살아있는 유산을 확인하고 기록하는 일에 참여하는 수단
■ 대표목록, 긴급보호목록 그리고 모범사례 등재신청서 준비: 지역, 국가 나아가 국제적 차원에서 협약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기 위해 제정된 협약의 세 가지 핵심 제도
■ 무형문화유산과 관련한 지속가능한 발전: 기후위기, 강제 이주 그리고 빈곤으로 인해 과거 수년간 강조해온 무형문화유산과 관련한 지속가능한 발전

첫째 날은 워크숍과 협약에 대한 소개, 공동체 기반의 발전과 핵심 관심사에 대해 소개하는 시간으로 구성하였다. 둘째 날, 참가자들은 설문 내용(유네스코 역량강화 자료에 나오는 설문 샘플 번역본)과 인터뷰할 연행자 목록을 작성하는 등 현장실습과정에 참가했다. 첫 번째 방문지는 만수대창작사였다. 만수대창작사는 평양에 있는 대규모 복합 미술제작소로 다양한 스튜디오와 순수예술 갤러리가 있는 곳이다. 참가자들은 소규모로 나뉘어 청자 유약을 바른 전통 고려도자기 워크숍과 전통 한국화의 거장 김철의 사무실을 돌아가며 방문했다. 전통 한국화는 목탄, 연필 그리고 수채화를 활용한 매우 조형적인 예술이다.

오후 실습시간에는 학생들의 특별활동을 위해 세워진 대규모 소년궁전에서 시간을 보냈다. 우리는 전통 악기인 가야금을 비롯해 바이올린, 아코디언, 현대무용, 서예 그리고 자수와 같은 다양한 예술 수업을 참관했다. 이러한 전시와 공연들은 관광객을 포함한 방문객들을 위해 준비된 것들이었다.

2003 협약이 공식적인 제도적 맥락에서 보다는 공동체 내 기록화 작업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보면 기관방문은 현장실습으로 그다지 이상적인 것은 아니었지만 이러한 견학은 워크숍의 다양한 목적에 유용했다. 샘플 설문지를 활용할 기회가 된 것 이외에 비록 짧은 시간이긴 했지만 훈련 초기에 참가자들과 퍼실리테이터들이 제약이 덜한 환경에서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외국인과 북한 주민들이 서로 접촉하는 것을 감시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소통은 매우 중요했다. 왜냐하면 훈련 초기 어느 정도의 사회적 상호작용이 가능했으며 결과적으로 좀 더 개방적이고 참여적인 워크숍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이후 워크숍은 현재에도 지속되고 있는 관습과 살아있는 유산의 전승, 대표목록과 긴급목록 그리고 모범사례 등재신청서 작성을 증진하기 위한 보호계획 수립 그리고 목록화에 대한 강의, 그룹 활동 및 발표로 구성되었다. 주강박사와 나는 공동체 기반의 목록화와 기타 보호 프로젝트를 비롯해 아태지역의 다양한 등재신청 사례 연구를 발표했다.

참가자들은 북한의 문화관습과 표현을 선택하여 실질적 연습을 수행하였으며 가상의 보호계획과 등재신청서 개요를 준비하여 발표했다. 그들이 선택한 종목 중에 어린이 놀이가 있었는데 이는 전국에 걸쳐 모든 연령의 사람들이 즐기는 것이다. 예를 들면 어린이들의 전통 연날리기, 황해도 가면극, 전통 한지 참지(chamji) 만들기(전통 민속놀이), 제기 그리고 전통주 이강고 제조 기술 등이다.

일반 의견

훈련기간 동안 참가자들의 참여는 매우 인상적이었으며 전반적으로 협력적이고 열띤 분위기였다. 처음에는 20대와 30대로 보이는 두 명의 젊은 참가자를 제외하고 그룹의 대부분은 거의 이야기를 나누거나 의견을 교환하지 않았다. 하지만 둘째 날이 되자 워크숍은 점차 생기를 띠기 시작했다. 참가자 거의 대부분은 기탄없이 질문하고 경험을 공유했다. 그들의 질문과 관심사는 협약에 대한 이론적 지식의 정도를 보여주는 것으로 훈련과정을 통해 신청서에 대한 실질적인 이해가 훨씬 심화되었다.

흥미로운 것은 참가자들이 공동체를 정의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즉, 그들은 공동체를 보호계획과 등재신청 형식에서 요구되는 어떤 것으로 이해하고 있었다. 더 광범위한 지역에서 행해지는 문화적 표현과 관련하여 가장 크게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보였으며 이러한 어려움은 국가에 의해 학습된 국가와 공동체에 대한 혼재된 개념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것으로 보였다. 퍼실리테이터들은 워크숍 내내 참가자들이 자신들의 살아있는 유산을 정의하고 보호하는 데에 있어서 협약이 강조하는 공동체의 자기 결정의 개념을 어느 정도 이해했는지 확인하느라 애를 먹었다. 그렇긴 해도 그들은 그 개념을 잘 이해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협약에 대한 학습은 다른 나라들도 그렇듯이 북한도 계속 노력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정치체제와는 상관없이 중앙이 협약이 강조하는 공동체의 소유권과 자기 결정권을 공동체에 부여하는 데에는 시간이 걸린다는 사실은 하향식 방식에 익숙한 유산 전문가들에게 그리 특별한 일이 아니었다.

대부분의 그룹은 처음에는 북한의 살아있는 유산에 어떠한 위협이 있는지 거의 인지하지 못했다. 심지어는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래서 주강 박사와 나는 살아있는 유산에 대한 위협요소는 국가의 실패를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전 세계적인 현상으로서 다양하고 복잡하며, 점점 증가하는 사회적 생활양식의 변화에 따른 영향이라고 강조하자 참가자들은 협약의 목적에 대해 점차 이해하게 되었고 다양한 문화관습 전승의 쇠퇴를 유발하는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북한이 지구상 다른 어떤 나라와도 상당히 다르기는 하지만 그들이 언급한 위협 요소들은 다른 지역과 다를 것이 없었다. 북한에서도 무형문화유산은 그다지 젊은이들의 흥미를 끄는 것이 아니며, 어른들의 이야기를 듣거나 그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기보다는 영화나 다른 종류의 영상 오락물을 더 좋아한다. 그리고 가족과 공동체 내에서 살아있는 유산을 전승하느라 시간을 보내는 대신 특별활동에 더 집중하며 부모를 도와 장시간 노동을 한다.

퍼실리테이터들이 훈련에서 맞닥뜨렸던 어려움 중 하나는 많은 주제를 하나하나 심도 깊게 살펴보고 계속해서 통역을 하면서 1회성 워크숍에 모두 통합해내야 하는 것이었다. 일반적으로는 한 가지 프로그램에 집중하지만 이번 워크숍에서 더 많은 주제를 포함시키기로 결정한 까닭은 북한의 모든 참가자들에게 협약에 기반을 둔 실질적인 역량을 강화하고 지역적 이해를 제고할 수 있는 귀한 기회를 만들어주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이 글을 마무리 하면서 마지막으로 덧붙이자면, 북한의 무형문화유산의 상황을 깊이 들여다볼 수 있는 질문과 대답이 제한되는 등 외국인과 북한 주민 간에 일정한 거리가 유지되어 퍼실리테이터로서 우리의 능력을 발휘하는 것은 예상과 달리 제한적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적 상호작용이라는 측면에서 우리의 경험은 더 풍부해졌다. 모든 소통의 수단이 말로 표현되는 것은 아니다. 살아있는 유산의 보호에 대한 지식과 우려 그리고 기대를 기꺼이 공유했던 참가자와 주최자의 환대와 헌신은 분명했다.

문화 분야에서 지난 수십 년간 이어온 북한과 유네스코의 관계는 지속적으로 강화될 것이며, 살아있는 유산과 그 유산이 속한 공동체에 대한 존중과 보호활동을 토대로 향후 국제적 협력도 점점 더 확대 될 것이다.

Notes   [ + ]

1. 자세한 내용은 https://ich.unesco.org/en/RL/traditional-korean-wrestling-ssirum-ssireum-01533
2. 등재신청은 2018년 11월 26일에서 12월 1일 모리셔스 공화국의 포트루이스에서 열린 2003 협약 정부간위원회 회의 기간에 이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