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angible Cultural Heritage of Asia and the Pacific

무형문화유산 공동체의 참여와 역할

오늘날 많은 국가의 문화기관들은 무형문화유산의 보호를 위해 재정 및 행정, 실행 계획의 측면에서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무형문화유산이 명실상부한 ‘살아있는 유산’으로서 기능하기 위해서는 이를 보유하고 실천해 온 공동체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이들이 바로 해당 지역사회의 거시적 맥락 속에서 사회의 역동성과 역사적 특수성의 기반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살아았는 유산’으로서의 무형유산 보호를 위한 근대 국가의 노력은 문화 전문가들로 하여금 전반적인 유산 보호 체계에 있어서 공동체의 위상과 역할을 중시하도록 하였다. 유네스코는 공동체가 참여하였음을 보여주는 근거로 종목의 지정, 등재신청 준비, 보호 조치의 입안과 이행 등 등재신청 과정의 모든 단계에서 이들의 참여 사실을 가능한 한 자세하게 신청서에 기술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렇게 공동체를 강조하는 것은 조용한 박물관 복도에 진열된 먼지 낀 유물이 아닌 살아있는 유산으로서의 무형문화유산을 유지하기 위한 공동체의 근본적인 역할을 중시하는 것이다.

약 60년 전 미국 인류학자 로버트 레드필드는 인간의 삶에서 가장 널리 퍼진 조직, 특히 농촌 소농집단과 그 유사집단을 설명하기 위해 ‘소규모 공동체’라는 개념을 만들어냈다. 하나의 추상적 관념으로서 소규모 공동체는 작고, 동질적이며, 종교적이고, 상대적으로 고립된, 친족 간의 연대감과 도덕적 전통에 의해 유지되어 높은 사회적 결속력을 지닌 집단으로 묘사되었다. 큰 전통의 운반체로 간주되는 대도시에 비해 농촌의 소공동체는 작은 (문화적) 전통의 운반체로 간주된다.

오늘날 대부분의 현대사회에서 전통 공동체는 그 사회적 지형은 물론 구성원들이 추구하는 경제적 활동에 있어서도 중대한 변화를 겪고 있다. 보다 나은 경제적 기회에 대한 추구와 사회적 유동성, 시장원리, 세계화로 인해 도시권이 확장되었고 이에 따라 나타난 도시로의 이주, 지리적 유동성, 도시계획, 친족과 가족집단의 분산은 촌락 ‘소규모 공동체’의 사회경제적, 문화적 구조에 중대한 변화와 재편을 야기하였다.

결과적으로 ‘촌락의 작은 전통’과 ‘도시의 큰 전통’ 사이의 변증법적 상호작용을 통해 주요한 변화가 이루어져 왔다. 특히 제3세계의 개발도상국에서 촌락 생활의 도시화와 도시 생활의 촌락화가 동시에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발전 추세에 따라 유네스코 전문가들은 크고 작은 (문화적) 전통들을 무형문화유산이라는 하나의 개념으로 통합하였다.

이러한 점진적인 추세 때문에 공동체들의 현재 입지는 과거의 한정된 지역적 경계를 벗어나면서도 아직 자신의 문화정체성의 표상이자 자부심의 원천인 무형문화유산 전통을 견지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생활 조건의 변화로 인해 오늘날의 공동체들은 전통적 소규모 공동체와 달리 자신의 무형문화유산을 유기적인 방식으로 아우를 수 없는 상황에 처해있다. 따라서 그들의 유산을 계속 살아있게 하기 위해서는 공동체와 정책결정자들의 인식 제고와 의식적 노력이 요구된다. 나아가 관련 공동체 안에서 무형문화유산의 실천과 전승을 위한 노력을 집결하고 조직화하기 위해 TV, 라디오, 신문, 인터넷과 같은 최신 매체들은 물론 교육제도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

최근 국가정부의 역할이 확대되면서 촌락 공동체들은 국가유산 보호를 위해 통합적 관점에서 공동체 무형문화유산의 활성화와 확산을 위한 정부 문화기관의 지원을 기꺼이 환영하고 있다. 무형유산은 공동체의 정체성을 지역사회 집단이자 동시에 국가로서 규정한다. 국가 자체는 1983년 베네딕트 앤더슨이 주장하였듯이 하나의 ‘가상적 공동체’로 간주될 수 있다. 최근 아랍에미리트 같은 나라에 있어서 무형문화유산의 실천과 전승은 지역 공동체와 국가가 함께 공동체 및(또는) 국가의 유산으로 간주하는 대상을 정의, 재정립, 보호하려는 노력을 통해 이행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의 몇 가지 사례는 이러한 일반론을 보다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낙타경주는 지난 20년 간 아랍에미리트의 무형유산으로서 매년 시행되어 왔다. 그 주체인 베두인족 공동체들은 현재 변화하는 형태로 낙타문화를 보유, 실천하고 있다. 베두인족이 매년 6개월에 걸쳐 개최하는 낙타경주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는 한편, 국가 또한 낙타 행사를 국가유산의 한 종목으로 간주하여 이를 국가 문화의 표상으로 승격시켰다. 따라서 양자는 유산이라는 차원에서 낙타경주 문화의 보호는 물론 오늘날의 세계화된 환경 안에서 이를 발전시키기 위해 자원과 노력, 전통기술과 지식을 통합시켰다.

예쁜 낙타 선발대회는 베두인족의 전통적 낙타문화를 바탕으로 새로 형성된 전통이다. 이 새로운 문화행사인 알 메자이나(al Mezaina)는 아랍에미리트의 무형유산 종목으로 매년 겨울 2주간 치러진다. 이 종목의 개최와 재정 지원을 담당하는 공식 기구는 아부다비 문화유산국이나, 급속하게 변화하고 있는 걸프 지역에서 낙타와 관련된 전통을 실질적으로 보호하고 있는 주체는 아랍에미리트 외에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등 인근 걸프지역 국가에 산재한 베두인 공동체들이다.

리와(Liwa) 대추야자 축제는 아부다비에서 서쪽으로 약 180km 떨어진 사막 깊숙이 위치한 리와의 오아시스에서 개최된다. 이 오아시스들은 좋은 대추야자를 생산해내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오아시스에서 수확되는 대추야자나무는 아랍에미리트인들에게 모든 것을 베푸는 축복의 나무로 간주되며, 그에 따라 축제가 아랍에미리트의 중요한 무형문화유산 종목으로 정착되었다. 이 축제는 알루땁(al-ruttab)이라고 불리는 대추야자의 조기 수확을 경축하기 위해 오아시스 경작을 하는 베두인 공동체와 아부다비 중개상들이 모이는 새로운 여름 문화행사이다. 리와 공동체에게 이 축제는 품질 좋은 대추야자의 생산을 과시하고 상호 경쟁하는 것은 물론 무엇보다도 대추야자 오아시스 문화유산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전통적 오아시스 생활을 반영하는 공예품 상점이 들어서고 전시회가 열리고 있으며, 야자로 만든 수공예품의 전시와 판매를 위해 보다 큰 규모의 전통상점(수크, souq)도 지어지고 있다.

이러한 사례들은 지역 공동체와 국가정부가 각자의 소유로 인식하고 있는 무형문화유산의 보호를 위해 어떻게 협력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