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angible Cultural Heritage of Asia and the Pacific

한국 전수자들과 함께 승전무를 추고 있는 고려인무용단 ⓒ 국립무형유산원

몸짓으로 공감하는 한민족의 뿌리, 우즈베키스탄 고려인 무용단

오늘날 우즈베키스탄에 거주하고 있는 고려인은 구소련의 연해주와 하바롭스크 주 일대에서 스탈린에 의해 1937년을 전후로 중앙아시아 지역으로 강제 이주를 당한 한인들의 후손이다.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대부분의 한인 디아스포라 공동체가 자발적 이주였던 것과 달리, 우즈베키스탄을 포함하는 중앙아시아의 고려인들은 타자에 의한 정치적 결정에 따라 집단으로 강제 이주되었다. 강제 이주 후 중앙아시아의 다양한 지역에 정착하게 된 고려인들은 새로운 지역적·사회문화적 환경에서 적응하는 어려움을 겪었을 뿐 아니라, 정치적으로도 소수민족으로서의 어려움을 극복해야만 했다. 우즈베키스탄의 한인 디아스포라 공동체는 이러한 맥락에서 형성되고 발전하였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우즈베키스탄의 고려인들은 민족 특유의 근면과 성실함을 바탕으로 민족문화에 대한 자부심, 그리고 소련정부의 소극적 지원을 기반으로 무형문화유산을 전승해왔다. 우즈베키스탄의 고려인은 우즈베키스탄 정착 이후 우슈토베, 구를렌, 타슈켄트 등지에 고려극장, 가야금, 청춘, 진주 등 여러 장르의 공연단을 조직하여 한국 전승설화를 기반으로 하는 연극 공연, 가야금 중심의 국악 연주, 전통무용 공연, 오케스트라 및 합창 공연 등을 통해 무형문화유산을 전승해 왔다. 하지만 1991년 구소련의 붕괴와 더불어 중앙아 국가들의 종족민족주의(Ethno-nationalism)가 발흥하기 시작하였고, 국가주도의 경제체제에서 시장경제체제로 급속히 전환되는 과정에서 지역경제 상황마저 악화되면서 우즈베키스탄 고려인 공동체의 무형문화유산 전승환경 역시 급속하게 변화하게 되었다. 고려인 무용단 중 하나였던 ‘꽃봉우리가무단’의 해체는 우즈베키스탄 고려인 무형문화유산 전승 환경의 변화를 보여주는 실예 중 하나이다.

구소련 붕괴 이후 우즈베키스탄 고려인 무형문화유산의 보호와 전승의 측면에서 주목할 만한 최근의 활동은 바로 고려인 무용단의 노력이다. 우즈베키스탄 고려인 무형문화유산 전승의 수십 년 역사에서 우즈베키스탄 중앙고려인문화협회(이하 고려협회) 소속의 고려무용단과 삼지연무용단 및 아사달무용단의 창립과 활동들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이들 무용단 중 가장 먼저 창립된 고려무용단은 1998년에 설립되었으며, 삼지연무용단과 아사달무용단은 각각 2014년과 2015년에 설립되었다. 고려무용단을 제외한 무용단 단장들은 20-30대로 비교적 젊은 편이며, 무용수 역시도 대부분 10대와 20대로 구성되어 있어서 무용학습과 공연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이들 고려인 무용단은 우즈베키스탄 고려인의 민족명절인 추석과 설날을 비롯해 다양한 행사에서 전통무용을 공연하며 고려인 무형문화유산 전승에 힘쓰고 있다. 또한 이들 무용단은 우즈베키스탄의 고려인뿐 아니라 다양한 민족들이 참여하는 행사에 고려무용을 선보이며 우즈베키스탄에 정착해 이웃민족들과 화합해 살아온 한 민족으로서, 또한 아름다운 문화를 간직해 온 고려인들로서의 민족적 자부심을 드높이고 있다.

이러한 활동의 일환으로, 세 무용단 소속의 단장과 무용수 6명은 지난 7월 10일부터 24일까지 국립무형유산원(이하 무형원)의 초청으로 전주를 방문해 국가무형문화재제21호 승전무 연수에 참여하였다. 무형원의 초청 연수 프로그램은 지난 2014년부터 매년 중앙아시아 거주 고려인을 대상으로 무형문화를 연수할 수 있도록 실기 교육을 지원하고 있으며, 공연 및 전시 관람, 전승현장 답사 등 문화 체험 활동을 기획하여 고려인들의 민족 정체성 형성에 기여하고 있다. 지난 2014년에는 우즈베키스탄에서 5명, 카자흐스탄에서 2명이 방문하여 국가무형문화재 제57호 경기민요와 제92호 태평무를 배웠고, 작년에는 우즈베키스탄에서 4명이 초청되어 제12호 진주검무를 배웠다.

우즈베키스탄의 고려인 무용단들이 2주라는 짧은 기간에 긴 역사와 전통을 바탕으로 전승되어 온 승전무를 완전히 익히기에는 어려움이 있지만, 이들은 연수에 참여하는 동안 구슬땀을 흘리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우즈베키스탄의 고려인 무용단은 공동체 사이에서 전승되어 오던 고려무용뿐 아니라 조상들의 고향으로 여기고 있는 한국에서 전승되는 전통무용을 학습해 전승하는 활동도 최근 몇 년 전부터 시작하고 있다. 우즈베키스탄으로 돌아간 단원들은 다른 동료 단원들과 한국에서 배운 승전무를 연습하게 되며, 고려인뿐만 아니라 다양한 민족들 앞에서의 공연을 앞두고 있다.

오늘날 우즈베키스탄의 젊은 고려인들은 경제활동을 위해 한국, 러시아 등으로 이주하고 있으며, 세대가 거듭될수록 한인으로서의 민족정체성은 점차 느슨해지고 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우즈베키스탄 고려인 무용단의 구성원들이 고려무용과 한국무용의 전승활동에 열정을 갖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이번 국립무형문화유산원의 초청연수에 참여한 삼지연무용단 소속의 열다섯 살 청소년인 고 디아나는 “한국 전통무용을 배우며 그동안 잘 느끼지 못했던 한인 공동체에 소속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아요.”라고 말했다.

무용단에서 민족어인 고려말을 구사할 수 있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그러나 이들은 무용이라는 무형문화유산의 전승활동을 통해 자신들의 한인 민족정체성을 강화하고, 우즈베키스탄 고려인 사회의 구성원들이 공동체 의식을 키워나가는데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2018년에는 우즈베키스탄의 수도 타슈켄트에 중앙아시아 고려인들의 문화 거점이자 무형문화유산 전승활동의 허브 공간이 될 ‘고려문화예술의집’이 완공된다. 이곳에서 아름답게 펼쳐질 그들의 활동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