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angible Cultural Heritage of Asia and the Pacific

루손 북서부의 대나무 어망

필리핀의 루손(Luzon)섬 북서부는 그란 코르디예라(Gran Cordillera)산맥에서 발원한 강과 시내가 풍부하게 흐르고 있으며, 해안은 평야이고 내륙은 구릉이다. 이 지역 인구의 대부분은 일로카노(Ilocano)어족 공동체이며, 해안과 강 어구에 거주하는 인구의 대부분은 지리적인 이유로 어업에 종사하고 있다.

그란 코르디예라에서 발원한 몇몇 지류들은 점차 넓고 깊은 강을 이루며, 매년 6~11월의 우기에 범람한 강물은 새로운 강둑을 만들며 산 중턱을 침식한다. 반면 12월~5월 사이의 건기에 강물은 고요하고 잔잔하게 흐르며, 이 시기에 강은 일로카노족의 생계에 주된 수입원을 제공한다.

강변에서의 다양한 생활을 위해 일로카노족은 여러 형태의 어망(漁網)을 고안하였다. 모든 어망은 이 지역에 풍부하게 자생하는 카와얀(kawayan)이라는 큰 대나무로만 제작되며, 이는 물 속에서 수 주일에서 수 개월 간을 견딜 만큼 내구성이 강하다. 어망은 주로 부족 남자들이 제작하며, 굵고 튼튼한 대나무 띠로 어망틀을, 잘게 자른 대나무 띠로 어망을 만든다. 대나무 어망과 깔때기형 주둥이의 대략적 형태는 전통방식으로 제작되며 강물의 방향과 조류를 감안하여 조정, 완성된다.

큰 강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어망인 부보(bubo)는 정교한 마무리와 원통 형태의 몸통으로 특징화되며, 상류로 거슬러 올라가는 고기떼를 잡기 위해 강이 흐르는 방향을 따라 배치된다. 부보 위에 여러 개의 큰 돌을 놓아 고정하며, 견고한 망틀 외부에 가는 대나무 띠를 촘촘하게 엮는다. 납작하고 두꺼운 띠로 이어진 내부는 망틀의 둥근 입구로 이어지는데, 여기에는 등나무 줄기로 만든 가는 띠로 묶어 고정하며 강물 속에 어망을 넣을 때 나무 고정장치로 결합시킨다. 반대편은 내부에 판막이 달린 입이 작은 둥근 깔대기 형태이며 그 안에 빻아서 구운 쌀을 뭉쳐서 미끼로 넣는다. 주둥이가 5개인 부보는 지름이 대략 83cm, 길이가 52~80cm이며, 주둥이가 9개인 경우 대략 지름 113cm, 길이 160cm의 크기이다. 이 정도 크기의 부보로 약 10~12kg의 물고기를 잡을 수 있다.

한편 바렉벡(barekbek)은 입구를 조류와 반대 방향으로 놓는 어망으로 3~5개를 나란히 설치한다. 바렉벡의 형태는 부보와 유사하나 지름이 대략 35cm, 길이가 약 43cm로 부보에 비해 작은 크기이다. 반면 바렉벡은 더욱 견고한데 망틀과 어망의 재질이 부보보다 두껍고 질기며 세공도 더 촘촘하다. 내부는 두 개의 깔대기 형태로 제작되며 입구가 넓은 쪽을 바닥에, 반대쪽 부분은 위로 설치한다. 미끼로는 민물새우와 게, 뱀장어를 비롯한 모든 종류의 어종을 유인하는 말린 발효미를 사용한다.

파무라칸(pamurakan)은 대나무 어망 중 가장 견고한 종류이다. 길이 약 2.5미터, 너비 약 2.3미터인 파무라칸은 큰 해먹 형태이다. 커다란 부피의 이 어망은 두 개의 대나무 널조각으로 보강되어 있으며 입구 둘레 안쪽은 견고한 등나무 줄기로 마감된다. 나아가 어망 전체를 좁은 대나무 띠를 엮어 재보강한다. 파무라칸은 아랫쪽을 위로 하여 강과 바다가 만나는 기수(汽水) 지역에 반쯤 담가두며 그 아래에는 한여름에 물고기와 갑각류 등의 어종에게 그늘을 제공하는 나뭇잎이 달린 잔가지들을 넣어둔다. 한두 달 후 어망을 단숨에 뒤집은 뒤 수면 위로 들어올려 나뭇가지 사이에 숨어있는 어류를 수확한다.

카와얀 어망은 가볍고 질기며, 대부분의 카와얀 어망은 사용 후 즉시 그늘에 널어 말리거나 사용하지 않는 겨울철 동안 부엌 지붕 아래에서 연기를 쐬어 보관할 경우 그 종류에 관계없이 10년 이상 사용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