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angible Cultural Heritage of Asia and the Pacific

타쉬쵸 종 경내에서 행해지는 특별공연 '라모이 망-참' © 부탄 국립도서관 문서보관소

라모이둡첸, 팔덴 라모에게 헌정하는 위대한 평화의 춤

가면극 라모이둡첸(Lhamo’I Drubchen, 흔히 라모이돔체(Lhamo’I Dromche)로 불림)은 대승불교(Mahayana)의 수호신 팔덴 라모(Palden Lhamo)에게 헌정하는 규모가 큰 종교의식으로, ‘팀부 종(Thimpu Dzong, 부탄의 수도 팀부에 위치한 궁전의 일부로 공인들과 승려들이 함께 쓰는 곳임. 팀부 타쉬쵸 종으로도 불림)’에서 ‘중 드라-창(Zhung Dra-tshang, 중앙승려단)’에 의해 연행된다. 보통 승려단이 하안거를 위해 ‘푸나카 종(Punakha Dzong, 부탄의 옛 수도 푸나카에 위치한 궁전)’으로 출발하기 전 개최하는 중요한 연례행사이다.

둡첸(Drubchen)이란?

둡첸은 ‘위대한 깨달음’을 뜻한다. 상당한 경지의 스승이 이끄는 요기(yogi, 요가의 일종) 수련자들과 승려들이 보여주는 집단 연행이다. 집중적인 명상, 만트라(Mantra, 眞言) 암송, 음악, 춤사위 등을 포함한 다양한 형태로 진행된다. 신을 기쁘게 하고, 연행자의 정신, 육체, 언어를 완전히 깨어나게 하여 진정으로 지각있는 존재가 되도록 돕는다. 만다라(Mandala, 圓), 토르마(Tormas, 제사용 빵), 촉(Tshok, 신성한 공양) 만들기와 신성한 춤사위인 참(Cham) 퍼포먼스는 둡첸 연행의 주요한 구성요소이다. 둡첸은 속세의 나쁜 기운을 모두 몰아내는 거대한 힘을 갖고 있어서 개인의 내면적 평화와 공동체-세계의 평화를 구현한다고 여겨진다.

구루 파드마삼바와(Padmasambava)는 “누구든지 둡첸 연행에 참여하면 3년간의 안거를 통해 얻는 은덕을 쌓게 된다.”고 말한다.

라모(Lhamo)는 누구인가?

라모는 여성 신을 부르는 일반적인 명칭이다. 하지만 둡첸 연행에서 라모는 ‘마하 칼리(Skt. Mahā Kali)’, ‘칼리 데비(Kali Devi)’ 혹은 ‘슈리 데비(Shri Devi)’와 깊은 관련을 갖고 있다. 힌두교의 베다 경전에 따르면 슈리 데비는 ‘락슈미(Skt. Lakshmi)’와 ‘사라스바티(Sarasvati)’가 분노한 모습이라고 한다. 슈리 데비는 불교에서도 그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 21개의 서로 다른 형상으로 나타나는 주요 불교 여신들 가운데 하나로, 종파에 따라 여러 이름으로 불린다. 칼쥬드 파(Kargud Pa)와 사캬(Sakya) 종파에서 라모 레-마-티(Lhamo Ré-ma-ti)와 라모 두-솔(Lhamo Dü-söl)이라 불리며, 게-룩(Ge-luk) 종파에서는 막-조르 걀-모(Mak-zor Gyal-mo)라 불리고, 사-루(Zha-lu) 전통에서는 도르지 랍-텐 마(Dorji Rab-ten Ma)라 불린다. 티벳의 본(Bon)파에서는 싣-파이 걀-모(Sid-pa’i Gyal-mo)라고 부른다.

라모의 이미지는 어떠한가?

라모는 굔-캉(Gön-khang, 여신들의 사원)의 탕-카(Thang-ka, 족자 형식의 채색화)에서 흔히 찾아 볼 수 있다. 짙은 푸른색의 얼굴에 분노하는 표정, 지혜를 상징하는 도구를 들고 있는 두 개 혹은 네 개의 손, 그리고 활활 타오르는 불길과 연기 속에서 뛰어다니는 나귀를 탄 모습으로 묘사된다. 라모는 인간의 해골을 왕관처럼 쓰고, 인간의 피부와 동물의 가죽으로 만든 겉옷을 입으며, 인간의 뼈로 만든 장신구를 달고 있다. 라모는 구름처럼 많은 수행원들 사이에 둘러싸여 있다.

라모이둡첸(Lhamoi Drubchen) 연행의 기원은?

부탄의 역사에 따르면, 라모이둡첸은 겔쉐 잠팔 도르지(Gyalsey Jampal Dorji, 겔쉐는 왕자라는 뜻, 잠팔 도르지는 주지승이라는 뜻. 부탄을 통일한 샤브드룽 왕의 아들)의 환생으로 여겨지는 쿤가 걀첸(Kuenga Gyaltshen, 1689-1713)에게 헌정한 것이라 한다.

쿤가 걀첸은 승려가 되기 위한 교육을 받았고, 큰 깨달음을 얻은 여러 명의 정신적 지도자들로부터 철학, 권능, 구전전승 등의 가르침을 받았다. 전설에 따르면 쿤가 걀첸은 지도자들의 도움을 받아 수호신들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었고, 신들과 함께 아울렀다고 한다.

팀부에서 겔쉐 잠팔 도르지 계승자로 임명된 쿤가 걀첸이 깊은 명상에 잠겨있을 때, 수행원들을 대동하고 나타난 신성한 수호신 라모 두드-솔(Lhamo düd-sol)과 마주하게 되었다. 여신은 그의 앞에서 신성한 춤을 추었다. 쿤가 걀첸은 여신의 춤을 유심히 보면서, 등장 순서와 모든 동작들을 상세하게 기록으로 남겼다. 이것이 후일 가면극 라모이둡첸의 연행 교본이 되었다.

쿤가 걀첸은 여신에게 바치는 라모이둡첸 연행을 만든 것이 자신에게 나타난 수호신의 예언에 따른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쿤가 걀첸은 라모이둡첸을 구성하는 모든 발 동작을 연행자들에게 가르치고, 의상을 마련한 다음, 대략 1705년에서 1709년 사이에 라모이둡첸을 성공적으로 개최하였다. 오늘날 라모이둡첸은 두캉(Du-khang, 승려들의 집회 장소)에서 2주일에 걸쳐 대규모로 열린다. 부탄력으로 8번째 달 6번째 날에 팀부 타쉬쵸 종(Thimpu Tashicho Dzong, 종교∙행정∙입법∙사법기관이 갖춰진 정부종합청사로, 승려와 공인이 함께 쓰는 곳)의 안뜰에서 열린다.

라모이둡첸 연행에는 다양한 참 퍼포먼스가 선보인다.

낭-참(Nang-cham, 비밀스런 참 퍼포먼스를 뜻함)은 검은 모자가 달린 의상을 입은 연행자들이 다 같이 만다라를 도는 형태이며 사원 경내에서 행해진다. 라모 초모이쿠 참(Lhamo Tso-mo’i ku-cham, 팔덴 라모 여신이 네 명의 보좌들과 함께 연행하는 가면극)과 라모이 망-참(Lhamo’i Mang-cham, 팔덴 라모 여신이 자신의 보좌 전체와 함께 하는 연행)은 특별공연이다.

라모이둡첸 연행의 모든 의식과 공양은 여신을 즐겁게 하려는 목적으로 거행된다. 정령들이 가면을 쓴 인간의 모습으로 위장해서 나타나 축복을 준다는 민담이 전해 내려온다. 가면을 쓴 연행 참여자들은 정령들과 함께 연행을 하면서 고난, 분쟁, 기아, 전염병 등의 재액을 물리치고 평화, 고요, 행복의 축복을 받는다. 종교와 세속적인 시각 속의 라모이둡첸은 지각있는 존재의 불성을 각성시키는 신성한 행위로 여겨진다. 또한 인간과 영혼의 세계가 조화를 이루고 공존할 수 있도록 한다. 라모이둡첸의 연행일은 부탄의 중요한 국경일 중 하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