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angible Cultural Heritage of Asia and the Pacific

라마야나 가면 춤: 국경 없는 무형유산

두옹 빅 한/제레미 끌레이 왈덴 세르츠 편집

2018년, 힌두문화로부터 영향을 받아 다양하게 변형된 동남아시아 가면 춤이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목록에 등재되면서 다시 한 번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목록에 오른 라마야나 가면 춤은 마왕 라바나(Ravana)를 물리치고 환생한 왕 라마(Rama) 이야기를 각색한 것이다.

콘(Khon)과 르콘 콜(Lkhon Khol) 동시 등재를 둘러싼 논란

작년 11월,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보호협약(이하 ‘협약’) 정부간위원회는 태국의 ‘콘(Khon)’과 캄보디아의 ‘르콘 콜 스베이안뎃(Lkhon Khol Wat Svay Andet, 이하 ‘르콘 콜’)’을 각각 대표목록과 긴급보호목록에 등재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 결정은 역사적으로 불편한 관계를 이어 온 두 나라에서 일부 논란을 야기했는데, 특히 유사한 두 종목이 왜 동시에 등재되었는지, 그리고 둘 중 어느 쪽이 더 인정을 받았는지 등 다양한 측면에서 의문이 제기되었다. 사실 이러한 종류의 의문은 계속 제기되어 왔지만 무형유산 보호에 있어서는 적합하지 않은 이야기이다.

세계유산이 고고학 유적지, 궁전, 정주지, 고대도시, 그리고 문화 및 자연경관 등 건축유산과 관련 있는 개념이라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잘 알고 있다. 세계유산이 갖는 탁월한 보편적 가치(Outstanding Universal Value)는 인간의 창의성으로 빚어진 걸작, 인류 역사상 중요한 사건의 표현, 생태 다양성 면에서 독특한 종이 살아가는 최후의 보고와 같은 10가지 구체적인 기준으로 정의할 수 있다. 따라서 세계유산의 경우 그 특징을 평가하기 위한 과학적, 역사적 분석 과정에서 다양한 유산 간에 비교가 불가피하다.

그러나 이와 같은 물리적 비교 기준은 무형유산의 가치를 판단하는 데에는 적용할 수 없다. 구전전통, 공연예술, 전통공예, 사회적 관습 등 비물질적이고 살아 움직이는 특성을 갖는 무형유산은 이를 전승하고 재창조하는 공동체, 단체 혹은 개인들에 의해 가치가 정의되기 때문이다.

협약이 가장 강조하는 것 중 하나는 무형유산을 발굴하고 전승하는 핵심으로서 공동체, 단체 그리고 개인이 가진 역할이다. 따라서 라마야나 가면 춤에서 주목해야 할 가치는 예술형태로서 어떤 유산이 얼마나 더 아름다운가 혹은 등재 과정에서 무엇이 얼마나 더 좋은 평가를 받느냐에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다양한 공동체 안에서 여전히 살아있는 전통이라는 점에 더 큰 가치를 둘 수 있다. 그래야만 이들 공동체가 다음 세대에 기술과 열정을 전승할 수 있다. 다양하게 변형된 가면 춤은 오랜 세월 지역 공동체가 보호해 온 덕분에 오늘날까지 살아 남았다. 무형유산 전통을 성공적으로 보호하는 것은 국가가 문화를 소유하고 주도한다고 해서 달성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라마야나 서사에 뿌리를 둔 다양한 문화유산

 지난 해 등재된 두 가지 라마야마 가면 춤 중 콘은 태국이 2016년 협약을 비준한 이후 처음으로 목록에 등재한 종목이다. 이와 동시에 등재된 캄보디아의 르콘 콜은 프놈펜 인근 공동체가 수호신을 기리는 춤으로, 세대를 거듭하며 공동체 내에서 구전으로 전승되어 오다가 최근에서야 승려와 지역 젊은이들에 의해 기록되기 시작했다. 공동체는 이 의미 깊은 전통을 위협하는 전쟁과 가난, 이주 등의 위험요소를 우려하여 르콘 콜을 긴급보호목록에 등재하기 위해 정부와 협력하였다.

두 가지 라마야나 가면 춤이 동시에 등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8년 유네스코는 인도 북부지역에서 연행하는 스토리텔링 방식의 라마야나 전통공연 ‘라믈리라(Ramlila)’를 대표목록에 등재했다. 라믈리라는 열흘에서 한 달까지 지속되는데, 추방되었다가 다시 돌아온 라마의 전설을 기념하는 ‘두세라(Dussehra)’ 시기에는 수백 개의 마을이 연대기로 이야기를 이어가며 공연을 한다. 당시 함께 등재된 캄보디아의 왕실 춤극은 2018년 등재된 태국의 콘과 캄보디아 르콘 콜 에피소드에도 등장하는 인물들을 통해 라마 이야기를 표현한다.

좀 더 큰 맥락에서 살펴보면 남아시아와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라마야나 서사에 뿌리를 둔 다양한 예술적, 의례적 표현들을 찾아볼 수 있다. 2010년에는 라마야나 서사의 탄생지인 인도의 ‘초우 춤(Chhau Dance)’이 목록에 등재되었다. 이 춤은 인도 동부에서 연행하는 가면 춤으로 마하바라타(Mahabharata)와 라마야나 서사시를 지역 민담과 혼합하여 춤으로 압축한 것이다. 또한 캄보디아의 크메르 그림자 인형극인 ‘스벡 톰(Sbek Thom)’은 라마야나가 단지 가면 춤을 통해서만 표현되는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사실 아직 무형문화유산 목록에 등재되지 않은 다양한 종류의 라마야나 표현들도 다수 있다. 예를 들면 라오스의 ‘프라 락 프라 람(Phra Lak Phra Ram)’, 말레이시아와 태국 남부의 ‘히카얏 세리 라마(Hikayat Seri Rama)’는 힌두교에 기원한 이야기에 지역문화와 신앙을 혼합하여 행해지는 수많은 축제와 춤에 영향을 미친 라마야나의 구전 전통이다. 하지만 이런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산의 보호를 위해서는 연행 공동체에게 이 유산이 엄청난 가치를 지니고 있음을 입증해야 하는 일이 남아있다.

등재목록은 순위 목록이 아닌 ‘문화 지도’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목록은 전통의 중요성과, 관련 공동체 내에서 지속적인 전통 연행을 위한 보호계획 수립의 필요성에 대해 인식을 제고하는 것이 목적이다. 이를 계기로 국가 전반에 걸쳐 연행자들에 대한 대중의 폭넓은 지원을 비롯해 관련 지식과 기예의 지속 가능한 전승을 기대할 수 있다.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목록에 등재된 가면 춤과 다른 많은 유산들을 생각해 보면 우리는 이 목록이 강조하는 바가 단순히 어떤 것이 최고의 평가를 받는지 보여주는 것이 아님을 알게 된다. 목록은 유사한 전통을 기꺼이 등재하도록 하는 한편 당사국들로 하여금 공동 등재 신청을 권장함으로써 순위 매기기가 아닌 하나의 문화지도로서의 기능을 강조한다. 라마야마 가면 춤의 경우, 등재를 신청하는 당사자들은 신념과 미학을 공유하는 다양한 민족이 가진 집단적인 예술형태로서 무형유산의 다양성을 얼마나 폭넓게 대표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