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angible Cultural Heritage of Asia and the Pacific

델리아치(Deliaches) ‘모든 선은 바이(bai)에서 나와 공동체로 퍼져 나간다’

현존하는 팔라우 문화 가운데 바이(bai)라고 알려진 추장 또는 공동체의 회합 장소는 상징성이 가장 강한 것이다. 바이의 건물 안팎에는 델리아치라고 불리는 수많은 상징, 모티브, 이야기가 가득 묘사되어 있다. 델리아치는 수백 년 동안 전통 가치를 가르치고 유지하기 위한 목적의 교육 기능도 수행해 왔다. 바이의 지위에 오른 사람은 이 모든 상징을 다 암기해야 한다.

델리아치는 그림을 뜻하며, 팔라우에 관한 이야기 또는 팔라우를 대표하는 문양을 조각하거나 그린 것들이다. 델리아치는 채색 장식품에서 많이 볼 수 있으며, 이러한 장식에 들어가는 문양들은 끌로 나무에 새겨 넣는다. 보통 바이에서 가장 중요한 모티브는 동쪽 면인 마드 엘 바이(mad el bai)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 글에서는 파사드 꼭대기에 그려진 모티브부터 설명한다.

마드 엘 바이의 박공은 가로로 여섯 부분으로 나뉜다. 여기에 묘사되거나 채색된 상징들은 다음과 같이 위에서부터 순서대로 그려져 있다. 첼레베소이(chelebesoi)는 매우 아름답게 채색된 바닷물고기로서 아름다움, 우아한 취향, 행복을 상징한다. 이는 모든 선은 바이에서 나와서 공동체로 퍼져 나간다는 생각을 표현하고 있다.

베체이(bechei)는 인간의 머리와 손이 있고, 장기가 다 보이는 쭉 뻗은 몸체를 한 벌레 모양의 그림으로서 이 모든 것이 팔라우의 돈을 상징하는 것이다. 베체이는 번영과 검소, 공동체를 위해 축적한 부를 상징한다. 하나의 몸통과 하나의 머리, 두 개의 손만 가지고 있는데 이는 부가 모두 평등하게 분배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딜루카이(Dilukai)는 다리를 벌리고 생식기를 드러내 놓은 채 앉아 있는 여성의 모습이다. 딜루카이와 관련해서는 많은 전설이 전해 오고 있다. 베체이가 딜루카이의 남자 형제였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그녀는 나중에 다산, 영속성, 성장, 탄생, 부양, 생명을 상징하게 되었다.

여성의 생식기를 보여 주는 것은 여자가 죽었거나 과부가 되었을 경우 아내 쪽 가족의 남성들에게 관례상 지불하는 사후 합의금이라 할 수 있는 첼데치두치(cheldechduch)를 나타낸다. 테첼 오툰겔(techel otungel)이라고 하는 이 지급금은 결혼생활 동안 지켜 온 부부로서의 의무에 대한 보상으로, 남편의 친척들이 진 빚이다.

메세쿠크(mesekuuk, 검은 쥐치)는 산호초에 사는 자리돔의 일종으로, 위험 상황에 맞닥뜨리면 잡아먹히지 않기 위해 커다란 물고기 모양으로 떼를 지어 모여들어 포식자를 쫓아낸다. 메세쿠크는 한 목소리로 결정 사항을 지지하고 조화롭게 일을 해 나가는 것을 상징한다.

테로이 엘 벨루(Terroi el beluu)는 두 개의 사람 머리, 다리 두 개와 팔 두 개가 달린 원 모양을 하고 있다. 형상마다 삼각형 모양이 연이어 있는 벨세바세치가 둘러쳐져 있다. 이는 지속성을 상징한다. 각 삼각형은 모종 시기, 수확 시기 등 각각의 계절을 나타낸다. 이는 공동체 구성원이 어떻게 협력하고 공동 작업을 하는지를 보여 준다.

그다음에 나오는 그림은 상어인 체뎅(chedeng)이다. 바이의 상어는 보통 몸을 구부리고 입을 벌린 채 공격 태세를 갖추고 서로 마주보고 있는 것으로 묘사된다. 팔루아 공동체에서 상어는 서로 사이좋게 함께 일하고자 하는 의지를 나타내지만 이와 동시에 필요하다면 상어처럼 언제나 공격할 준비를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맨 아래쪽에는 두 개의 이야기 판이 있다. 하나는 새로 지은 집에서 악귀를 물리치기 위한 정화 의식을 묘사하고 있고, 다른 하나는 인내와 복종에 대한 교훈 이야기이다. 바이의 안과 밖은 이처럼 많은 상징으로 가득하지만 파사드 전면에 그려진 것은 대부분 팔라우의 중요한 가치를 나타내며, 세대 간에 전승되어 온 고대 전통과 신앙을 그대로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