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angible Cultural Heritage of Asia and the Pacific

대지진 속 ‘살아있는’ 신을 만나다

두 번의 강력한 지진(4월 25일 리히터 규모 7.8, 5월 12일 6.8)이 네팔의 20~25개 지역을 강타하면서 800여 개의 문화유산 건축물이 심각한 손상을 입었으며, 190개가 붕괴되었다. 이번 지진은 손상된 유적지는 물론 그와 직접 관련된 수많은 무형문화유산에도 영향을 미쳤다. 수많은 사찰과 수도원이 손상되자 일상의 공양과 예불을 위해 모시고 있던 신상들은 임시 장소로 옮겨졌다. 7개의 세계유산지구 가운데 하누만도카(Hanumandhoka), 스와얌부(Swayambhu), 부단나트(Boudhanath) 탑은 신도들이 일상의 예불을 올리지 못할 정도로 일부분이 붕괴되었다. 카트만두 계곡 주변의 문화유산 파손은 많은 문제를 낳았다. 여기서는 카트만두 계곡의 사례 두 가지를 소개한다.

수레 행렬

카트만두 계곡의 신화는 12년 동안 이어진 가뭄 끝에 마첸드라나트(Machchhindranath)신이 강림하면서 비가 내린 일을 이야기하고 있다. 현재 지역민들은 수레가 제작되는 풀초크(Pulchowk)에서 시작해 보토 자트라(Bhoto Jatra)가 있는 자왈라켈(Jawalakhel)에서 행렬이 끝날 때까지 한 달 동안 역사에서 입증된 노정을 따라 수레 행렬을 하면서 마첸드라나트 신을 경배하는 행사를 열며, 보토 자트라에서는 매우 귀중하게 보존하고 있는 조끼(그들의 고대 왕이 신의 이름으로 바친 옷)를 일반에 공개한다. 전통의상을 입은 신도들은 행렬 중에 전통악기 박자에 맞추어 춤을 춘다. 이 행렬 축제에서 타티(Thati)로 가는 이티(Iti) 구간에서는 여성들만 수레를 끈다는 것이 눈길을 끈다.

행렬은 12년마다 17세기에 지어진 붕가마티(Bungamati)의 카루나마야(Karunamaya) 사원(마첸드라나트 사원으로도 알려져 있음)에서 시작된다. 인도에서 긴 행렬 가운데 하나인 이 축제는 현재 네와르(Newar) 공동체에서 행해지지만 방문객을 포함한 여러 민족, 종교, 사회 집단이 이 축제를 기념한다.

그러나 카루나마야 사원과 그 주변의 건축물 및 문화유적지는 지난 4월 25일의 대지진으로 완전히 파손되었다. 이 때문에 지진 발생 사흘 전에 붕가마티에서 시작된 축제 행렬은 앞으로 더 나아가지 못하고 멈춘 상태이다. 대중들 사이에는 이 수레 행렬을 계속하려는 사회, 문화, 종교적 열망이 여전하지만 수레는 카루나마야 사원에서 1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서 수리를 하느라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주변 공동체는 신상을 임시로 모셔 놓은 곳에서 일상 예불을 드리고 있다.

전통신앙에 따르면 지진이 일어났을 경우 수레는 나흘 후 평화를 기원하는 예불을 드린 후 다시 끌어야 한다. 그러나 여진이 계속되는 통에 행렬을 진행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바티스 파네주 상(Battis Paneju Sangh)의 재무담당 마단 샤키아(Madan Shakya) 씨에 따르면 귀중한 유물과 카루나마야 사원의 장식품들은 구조되어 유물 관리와 의식을 계속하기 위해 마련된 지역의 위탁 창고인 구티에 안전하게 보관되어 있다. 구조 활동은 중앙 및 지방 당국과 파네주 상 지역민들이 합심해서 수행하였다. 공동체는 중앙정부의 지원을 기대하고 있으며, 사원 재건축을 위해 상호간의 지원도 고려하고 있다.

지진이 일어난 후 지역민들은 어떻게 자신들의 무형문화유산을 보존할 수 있을 것인가와 임시 피난처를 옮겨야 하는 어려운 문제에 봉착했다. 관련 공동체는 수레를 끌고 계속 행진하기 위해 최소한으로 필요한 의식만 수행하고, 일상생활로 돌아가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다. 이렇게 하는 것이야 말로 지진으로 파괴된 지역 사회의 역동성 회복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인드라 자트라(Indra Jatra)

카트만두 계곡의 또 다른 중요한 축제는 음력9월 27일 시작해 8일 동안 계속되는 인드라 자트라다. 신화에 따르면 비의 신이자 인간 세계의 통치자인 인드라(Indra)는 그의 어머니에게 드릴 꽃을 꺾기 위해 인간 세상(카트만두 계곡)에 내려왔다. 계곡 사람들은 인드라가 자신들의 땅에서 꽃을 훔쳤다고 하여 그를 붙잡았다가 바로 그때 그의 어머니가 당도하자 그가 신이라는 것을 알고 즉시 그 자리에서 떠났다. 스스로를 부끄럽게 여긴 사람들은 신을 기쁘게 해 주기 위해 인드라 자트라 축제를 시작했다.

축제는 카트만두 계곡 세계문화유산지구 7개 가운데 하나인 카게슈와리(Kageshwari)와 칼바이라브(Kalbhairav) 사원 사이에 나무 기둥을 세우는 것으로 시작된다. 축제가 열리는 동안 카트만두 주변의 특정 지역들에서는 가네시(Ganesh), 바이라브(Bhairav), 쿠마리(Kumari) 등 3명의 살아 있는 신을 위한 수레를 차례로 끌고 온다. 수레를 어디에서 끌고 오든지 각 지역의 지역민들은 친척들을 초대하여 음식을 대접하고 함께 즐긴다. 축제의 볼거리 가운데 하나는 커다란 항아리에 술을 가득 채우고 백 바이라브(White Bhairav) 조각상의 입에 파이프를 연결하여 술이 뚝뚝 떨어지도록 해서 신도들이 그 술을 받아 마실 수 있게 한 것이다. 다진 쌀, 콩, 생강, 구운 물소, 계란, 생선 등 네와리의 다양한 상서로운 음식인 사마야바지(Samayabaji)도 신이 내리는 선물로 신도들에게 제공된다.

수레를 끄는 동안 전통의상을 입은 사람들은 음악을 연주하고 신을 위해 다양한 춤을 춘다. 수레끌기에서 흥미로운 부분은 두르바르 광장과 나르데비의 아산초크 구간에서 여성들만 수레를 끄는 것이다. 누만도카 두르바르 광장에 있는 쿠마리의 거처 앞에 이르면 트라일로키아 모한 사원 주춧돌 위에서 축제의 저녁 내내 다스 아바타르 춤(Das Abatar Dance, 힌두신화에서 10위의 신의 부활과 관련된 춤)을 춘다.

안타깝게도 이번 지진으로 파괴된 수천 채의 유산 건축물 가운데 이 사원이 포함되어 있으며, 신상은 아무런 보호 조치 없이 방치되어 있다. 또한 축제가 열리는 동안 가네시, 바이라브, 쿠마리로 장식되는 무대 다발리(dabali)도 완전히 파괴되었다. 행렬이 지나가는 길도 없어지거나 붕괴 위험이 있는 가옥들이 가로막고 있으며, 많은 조각상의 장식물 대부분과 의상도 파손되었다. 현재 유·무형의 손실을 회복하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며, 전통의식의 지속 역시 대단히 어려운 상황이다. 공동체는 수레 대신 간이침대로라도 신상을 운반하지 않으면 불행이 닥칠 것이라면서 축제를 지속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우리는 이러한 어려움들을 굳이 문제라고 보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무형문화유산을 보호하기 위해 일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정부는 지진 이후 파괴된 문화유산 재건을 위해 재난 후 수요 평가를 끝마쳤다. 구티 보관소는 데이터를 수집하여 분석하고 무형문화유산을 복원하는 책임을 지고 있다. 문화부 역시 다양한 축제와 의식을 정상화하고 지속하기 위해 공동체와 국가무형문화유산 자료를 정리하고 있다. 지역 공동체는 정부를 지원하고 있으며, 구티 보관소는 자신들의 관련 분야에서 무형문화유산을 되살리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