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angible Cultural Heritage of Asia and the Pacific

나브루즈-우즈베키스탄의 봄 축제

고대로부터 우즈베키스탄 내의 민족과 함께해 온 가장 성대한 민속축제 중 하나는 봄 축제인 나브루즈(Navruz)이다. 매년 3월 21일 거행되는 나브루즈는 ‘세계의 탄생일’을 상징하는데, 이때는 겨울이 지나가고 새 봄이 오는 것을 뜻하는 ‘자연의 재탄생’으로 해석되었기 때문이다. 해와 별, 달의 운행에 기초한 고대의 천문학적 관찰에 기원을 둔 나브루즈는 평화와 연대, 번영, 자애의 정신을 반영하고 있다.

나브루즈와 관련된 전통과 제의는 사회 각 계각층의 사람들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나브루즈는 세계의 다양한 지역에서 행해지며 여러 형태로 널리 퍼져 있고, 한 나라 안에서도 마을마다 다양한 나브루즈가 전승되고 있다. 축제 전야의 제의와 의식은 새 봄에 피어난 꽃봉오리의 등장으로 시작된다. 우즈베키스탄에서 행해지는 나브루즈의 공통된 특징은 공공집회적 성격이다. 통상 어린이들과 청년들로 구성된 한 무리의 사람들이 손에 아네모네꽃과 붓꽃(irises) 혹은 튤립을 들고 새 봄이 찾아온 것을 축하하는 노래를 부르면서 마을의 집집마다 돌아다닌다. 이러한 행렬을 가리켜 ‘굴가르도니(gulgardoni, 꽃 나누기)’, 혹은 ‘보이체착(boychechak, 아네모네꽃을 든 행진)’이라고 한다. 마을 주민들은 자신의 집을 방문한 어린이들을 집안으로 들여 선물을 주면서 축복을 한다. 이러한 방식으로 가가호호마다 찾아가는 행렬은 주민들에게 새 봄의 도래를 알린다. 최근까지 ‘롤라 사일리(lola sayli, 튤립의 야유회)’, 혹은 ‘키질 굴 바이라미(qizil gul bayrami, 붉은 꽃의 축일)’로도 알려진 ‘보이체착’ 축제는 나브루즈 축제 다음날에 거행되었으며, 축가의 영창이 수반되었다. 한편 나브루즈 전날 저녁에는 축제 모닥불을 피우는 의식이 행해지며, 주민들은 근처에 모여 함께 행진하고 축가를 부르면서 흥겨운 시간을 보낸다.

나브루즈 축제를 위해 주민들은 특별한 축제음식을 준비한다. 여성들은 발아밀 즙과 밀가루로 만든 수말락(sumalak), 봄철의 허브를 넣어 구운 빵인 쿡 삼사(kuk samsa), 작은 파이, 그 밖의 다양한 과자들을 만들어 준비한다. 한편 남자들은 밀가루와 발아밀, 고기로만든 죽인 칼림(khalim)을 준비한다.

그 밖에도 축제음식에는 몇 가지 규칙이 있다. 축제 식탁에는 아랍문자 ‘신(sin, 영문자 s에 해당)’으로 시작되는 일곱 가지 음식을 놓아야 한다. 예를 들어 ‘신(sin)’으로 시작되는 사브지(sabzi, 녹색의 발아 씨앗), 사브제(sabze, 건포도), 셉(seb, 사과), 시르코(sirko, 포도식초), 산드지트(sandjit, dzhida), 수마크(sumakh, 매자), 시르(sir, 마늘) 등이다. 또는 아랍문자 ‘쉰(shin, 영문자 sh에 해당)’으로 시작되는 샤롭(sharob), 쉬리니(shirini), 샴(sham) 등을 놓기도 하고, 아랍문자 ‘밈(mim, 영문자 m에 해당)’으로 시작되는 메바(meva), 마이(may), 마기즈(magiz) 등을 놓기도 한다. 이처럼 숫자 7은 축제 음식을 준비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고대 천문학자들은 달의 움직임을 세심하게 관찰하여 7일 주기로 달의 위치가 바뀌는 사실에 주목하였으며, 모든 농사일은 달의 이러한 주기에 따라 이루어진다.

고대로부터 나브루즈 축제와 제의는 사람들의 일상생활에 깊이 뿌리를 두고 있다. 나브루즈 축제에는 경마(chopar), 각종 경기(kopkara, buzkashi, uloq), 씨름(kurash, gushtingir), 양싸움, 닭싸움 등의 다양한 전통경기 및 오락거리와 함께 줄타기, 곡예, 희극, 인형극 등의 공연이 벌어져 흥을 돋운다.

또한 나브루즈 기간 중에는 여러 의례들이 거행된다. 예를 들어 새 봄 농사를 위한 쟁기를 처음으로 사용하는 밭갈이 의례의 경우 풍작과 풍부한 농업용수가 의례를 주관하는 농부의 운에 좌우된다고 믿기 때문에 의례가 행해지기 전에 누구도 밭을 갈아서는 안 된다.

또한 일부 마을에서는 모든 지역 공동체 주민들이 참여한 가운데 남자아이의 출생의식과 성년의식이 집단적으로 치러지는데, 이러한 의식은 그들을 마을 남성집단의 동등한 일원으로 인정하는 과정이다. 전통적으로 동아시아와 중앙아시아에서 새해는 나이를 세는 기준점으로 간주되어 왔다. 즉, 어린 아이의 ‘실제’ 나이를 불문하고 나브루즈와 함께 한 살을 더 먹게 된다. 나브루즈 당일에는 어린 소녀들이 모여 아름다운 화환을 준비한다. 소녀들은 봄의 물을 채운 단지 안에 반지와 동전 등을 던져 넣은 다음 민요(lapar)에 맞춰 희망자가 단지 안의 물건들을 가져가는데, 이 물건들은 복을 상징한다.

나브루즈에서 그 전통의례 및 제의의 중심은 민요와 음악이다. 축제 때 의식음악은 물론 다양한 민요와 음악이 연행되며, 모든 민속 공연과 경기에 음악이 수반된다. 특별한 의례들로 구성되는 축제의 경우 카르나이(karnai), 도울(doul), 노고라(nog’ora) 등의 악기에 의해 의식음악과 곡조가 연주된다.

나브루즈 축제에서는 각종 연희와 흥겨운 분위기가 지속된다. 일부 지역에서는 즉석으로 장터가 조성되어 상인들이 다양한 상품과 먹거리, 축제음식을 판매한다. 또한 참여자들에게는 민요와 민속음악, 줄타기, 곡예, 마술, 재담 등을 한 자리에서 즐길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된다. 그러나 가장 인기 있는 종목은 민족 씨름인 ‘쿠라쉬(kurash)’ 경기이며, 염소잡기 경기인 ‘코프카라(kopkara)’도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흥미로운 행사이다.

이러한 다양성을 고려하여 나브루즈는 2009년 유네스코에 의해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에 등재되었다. 아제르바이잔, 인도, 이란, 키르기스스탄, 파키스탄, 터키, 우즈베키스탄이 공동 등재신청에 참여하였다. 이 종목은 무형문화유산을 보호하기 위해 제정된 2003년 유네스코 협약의 제2조 2항에 명기된 구비전통과 표현물, 공연예술, 사회적 관습과 의례, 축제, 자연과 우주에 대한 지식 및 관습, 전통 기술의 모든 무형문화유산 영역을 포괄하고 있다.

2010년 2월 18일 제64차 유엔 총회는 3월 21일을 국제 나브루즈의 날로 선포하였다. 중앙아시아와 코카서스, 중동, 흑해 유역, 발칸반도 등의 광대한 지역을 포함한 전 세계 3억명 이상의 주민들이 이 축제를 기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