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angible Cultural Heritage of Asia and the Pacific

고대신앙에 등장하는 뱀의 이미지

인류 역사에서 동물을 그려 넣은 부적과 호신부는 점성술이나 종교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우즈베키스탄의 고대 신앙 역시 그렇다. 이들 신앙 중 일부에서 뱀은 인간의 수호자였으며 평화를 가져오는 토템으로 여겨졌다. 지난 수십 년 동안 고고학적 발굴을 통해, 뱀이 숭배와 경외의 대상으로 묘사된 사례를 다수 발견하였다.

지난 1987년 남부 우즈베키스탄의 수르 한다리야(Surkhandarya)지역의 소폴리테파 (sopollitepa) 유적지에서 기원전 2,000년경의 것으로 추정되는 호신용 인장이 발견되었다. 이 인장에는 동물점성술에서 여러 가지 상징으로 간주되는 뱀과 다른 동물들이 새겨져 있었다. 면밀한 분석과 해석을 통해 이에 대한 흥미로운 견해가 제시되었는데 바로 이들 뱀이 지니고 있는 이중적 역할이었다. 이 인장의 한 면에는 네 마리의 뱀이 각기 머리를 동서남북 방향으로 두고 기어가고 있는 형상이 새겨져 있는데, 이는 인간을 수호하는 네 기둥으로서 신성한 대지를 상징하는 것이다. 뱀은 우주의 상징이자 인간을 수호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반대쪽 면에는 네마리 동물, 즉 사자와 산양, 기린, 돼지의 머리가 새겨져 있다. 이는 이 호신용 인장이 사냥의 성공을 빌어주는 행운의 장신구이기도 함을 보여준다.

또 다른 예는 같은 지역에서 출토된 기원전 약 8세기에서 7세기경의 유물로 추정되는 도자기 조각이다. 이 도자기 조각에도 기어가는 뱀의 모습이 분명하게 확인된다. 서기 9~10세기경의 것으로 보이는 용기 위에도 이와 동일한 이미지가 새겨져 있다. 이 뱀의 형상은 사악한 기운으로부터 음식을 지켜주고 가정의 풍요를 기원한다. 사용기간이 길었던 것으로 보아 이것이 고대 생활에서 얼마나 중요한 것이었는지 알 수 있다.

소그드(Sogd) 거주지 중 한 곳에서 발견된 벽화에서는 용을 타고 있는 여신의 모습이 그려져 있는데, 여신이 머리에 쓰고 있는 두건에는 점무늬가 있는 뱀이 그려져 있다. 고고학자들은 우즈베키스탄 남부의 달베르진테파 (Dalversintepa) 유적지에서도 이와 비슷한 유물을 발견하였다. 이들 중에는 뱀 모양의 팔찌를 한 여사제를 둘러싸고 있는 여신의 모습도 포함되어 있는데 이는 지하세계를 상징하는 요소이다. 이에 비견할 만한 또 다른 상징물이 페르가나(Ferghana) 지역의 소크(Sokh)에서 출토되었는데 제작 시기는 기원전 3,000년경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검은색 감람석으로 만들어진 이 호신부는 머리가 두 개 달린 뱀의 모습을 하고 있다. 특히 이 부적은 돌에 새겨진 뱀의 이미지로는 우즈베키스탄에서 가장 오래된 것으로 매우 중요한 유물이다. 이것은 두 마리의 포식동물을 그려 넣으면 좌우의 사악한 기운으로부터 부적의 소지자를 보호해 준다는 믿음이 당시에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중앙아시아에는 뱀과 용(우즈벡어로 아자코, ajdakho)을 포함하는 토템신앙이 널리 퍼져 있다. 이들 토템은 세계의 창조물이자 수호자를 나타낸다. 부하라(Bukhara)의 여러 고전 중 하나에 그려진 세밀화에는 다양한 시기를 반영하는 뱀-용의 모습이 등장한다. 이러한 혼종 생물체는 다양한 주변 환경의 상징이었다. 예를 들어 날개는 하늘을 상징하며 크게 벌린 입은 불, 뱀의 몸은 지하와 물의 세계를 나타낸다. 센무르프(Senmurv)라고 불리는 이 생명체는 각각 대지와 하늘, 물을 상징하는 동물이다. 새와 뱀의 몸 일부를 혼합한 것으로 혼종 생물체의 좋은 예라 할 수 있다. 날개를 단 뱀은 지식과 깨달음을 구체화한 것이다.

고대 호레즘(Khorezm) 지역에서 출토된 인장에는 날개 달린 말과 뱀의 혼성 형태인 해마의 모습이 나타난다. 이와 유사한 생물체가 달바르진테파에서 출토된 인장에서도 발견되었는데 이 또한 디자인에 있어서 높은 예술적 경지를 보여준다. 고대 우즈베키스탄의 유물 가운데서는 전설 속의 생물체를 묘사한 작은 조각상이 발견되었다. 이 조각상은 말의 머리와 목, 앞발을 지니고 있으며 날개가 달린 뱀의 몸뚱이에 곰작살처럼 끝이 두 갈래로 갈라진 꼬리를 달고 있었다.

7세기경의 것으로 보이는 사마르칸트 지역의 벽화들 중에는 수중생물을 묘사하고 있는 것도 있다.그 생물은 양의 머리에 뱀의 몸을 하고 있다. 고대 신앙에서 양의 머리를 한 뱀은 다산과 생산성을 상징하였다. 우즈베키스탄의 농경문화에서 양은 풍요와 행운을 의미하고 물뱀은 다산을 의미하였다. 가옥 내의 벽화에 수호 부적으로 그러한 상징물을 그려 넣은 것은 집주인의 행운과 다산을 기원하기 위해서였다.

고대 우즈베키스탄에서 뱀이 수호의 상징으로 존재한다는 것은 서로 다른 민족의 정신적, 문화적독립성이 토착신앙 및 일부 종교적 관점과 혼합되어 공생하는 것임을 보여준다. 이는 또한 모든민족과 국가에 널리 알려져 있는 우주의 상징을 반영하는 종교적 특징 중 하나이기도 하다. 이러한 상징들은 고대의 인류가 지적세계뿐만 아니라 영적세계를 열어가는 데 도움을 주었다. 지난 수세기 동안 유일신 종교는 인간에게 신은 하나만으로도 충분하며 동시에 인간의 도덕적 자기 정화라는 사상을 강요하였지만 위와 같은 고대의 상징들은 여전히 그 힘을 유지하면서 지금까지 우리에게 이어져 내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