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angible Cultural Heritage of Asia and the Pacific

‘2030 지속가능발전목표’ 달성에 기여하는 무형문화유산

지난 2015년 9월, 유엔 총회에서 향후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될 17개 목표와 새천년 발전 목표(Millennium Development Goals, 이하 MDGs)에 기반을 둔 169개 세부 목표를 포함한 ‘지속가능발전 2030 의제(이하 2030 의제)’가 채택되면서, MDGs의 목표를 뛰어넘는 성과를 이뤄냈다. 2030 의제의 핵심은 전 지구적 협력을 통해 인류의 복지와 존엄을 확보하고, 공동의 번영을 촉진하며 지구를 보호하고 평화를 구축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새로운 의제에서 문화유산 보호가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미미하다. 제 11번째 목표인 ‘도시와 인류의 거주지를 포괄적이고, 안전하며 회복력 있고 지속가능한 곳으로 만드는 것’ 의 세부 목표 중 하나인 ‘세계 문화유산 및 자연유산을 보호하려는 노력을 강화한다’는 구절만 보일뿐이다. 더구나 이는 문화유산에 대한 명백한 선입견을 담고 있다. 지속가능한 생활방식, 인권 그리고 성평등과 같은 다른 주제는 물론이고, 심지어 4번째 목표 ‘포괄적이고 공정한 교육의 보장과 모두를 위한 평생교육의 기회 촉진’ 이하 세부 목표 중 하나인 ‘다양성에 대한 인식과 지속가능한 발전에 대한 문화의 기여’에도 무형문화유산(이하 무형유산) 보호에 대한 언급이 없다.

이는 1980년대 이래로 유네스코가 지속적으로 강조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세계의 지도자들과 국제기구들은 지속가능한 발전 목표를 충족시킬 수 있는 문화유산 분야의 잠재 가능성을 여전히 인정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2030 의제의 세부 목표 중에 무형유산에 대한 언급이 없다는 것은 연행자 공동체에게 실망을 안겨주는 것이었다. 유산 연행자들은 발전에 대한 새로운 국제적 담론 속에서 또 다시 소외될 가능성이 있다

무형유산은 세대를 거쳐 계승된 전통 지식과 기술을 의미하는 것으로 사람들이 자연적, 사회경제적 환경에 창의적으로 적응해 온 과정이자 인류의 생존과 발전의 발자취이다.

따라서 유네스코는 지속가능한 발전, 특히 어려움에 처한 공동체의 생활 수준 향상과 사회적 통합을 위한 수단으로서 무형유산 보호의 중요성을 지속해서 강조해 왔다.

2030 의제의 17개 목표 중 4번째와 11번째 목표에서 언급된 것 외에 무형유산이 기여할 수 있는 다른 목표는 다음과 같다.

목표1 전 세계 곳곳에 존재하는 모든 종류의 빈곤 퇴치

목표5 성평등 달성 및 모든 여성과 소녀들의 권리 강화

목표8 포괄적이고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의 촉진, 모든 이를 위한 고용 확대와 양질의 일자리 창출

목표16 정의롭고 평화로운 통합사회 증진

하지만 수많은 정부, 특히 남아시아 지역의 정부들은 여전히 국가발전 의제에 있어 무형유산의 잠재력을 완전히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아마도 문화유산이 주로 국가의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 연구해야 하는 대상 또는 학계나 지식인층의 전유물로만 여겨질 뿐, 특별한 기술과 지식을 지닌 사람들이 종사하는 생산 분야라는 사실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기 때문일 것이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문화유산을 위한 제도가 주로 연구, 기록, 출판 또는 전시 등에 대한 지원에만 한정되어 있다는 점이 이러한 사실을 뒷받침해 주고 있다.

국제사회가 2030 의제 이행에 착수하면서 유네스코와 무형유산 협력기관들은 무형유산 보호 활동이 무형유산 보유자 공동체뿐만 아니라 전체 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과 어떻게 연관되는지를 명확하게 해명할 필요가 있다.

무형유산은 무엇보다 유엔의 발전에 관한 새로운 담론 속에서 확고한 위상을 정립하는 일이 중요하다. 왜냐하면 빈곤과 생계수단의 부족, 무형유산에 대한 저조한 인식은 연행자들이 조상대대로 이어온 전통과 기술을 포기하게 만드는 가장 큰 이유이기 때문이다. 무형유산 보호 프로젝트는 발전에 대한 연행자들의 요구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성공할 수 없다.

서벵갈은 인도에서 농촌생활 개선의 수단으로서 무형유산을 진흥하도록 하는 과감한 조치를 시행하기로 결정한 몇 안 되는 주정부 중 하나이다.

2016년 9월, 서벵갈의 중소기업직물부는 유네스코뉴델리사무소와 협력하여 950만 루피(160만 달러, 18억 원) 규모의 ‘지역공예허브프로젝트(Rural Craft Hub Project)’를 시행하기로 하였다. 이 프로젝트는 생활수준 향상을 통해 전통지식을 전승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대규모 역량강화 계획으로 10개 전통수공업 분야에 종사하는 11개 지역의 공예가 3,000여명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서벵갈은 인도 전통공예의 핵심지역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풍부한 미적 유산과 창의성을 담고 있는 벵갈의 수공예는 사회의 취약계층, 특히 공예가의 절반을 차지하는 여성을 비롯해 지정 카스트와 지정 부족 그리고 소수 종교인의 경제적 기반이 되고 있다.

지난 2년 반 동안 컨택베이스를 통해 실행된 ‘지역공예허브프로젝트’는 많은 공예가의 국내외 시장 진출을 지원하여 상품 다양화에 기여하였으며, 서벵갈 카디마을과 산업위원회를 통해 공예가협회의 운영자금을 지원하기도 했다. 또한 공동시설센터를 건립하여 공예가들이 작업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 센터를 알리는 동시에 지역의 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마을 축제를 개최하였다.

이 프로젝트는 연행자들의 경제적 기반이 마련되지 않으면 무형유산은 결코 지속될 수 없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수입이 증가하면 개인의 자존감 향상과 더불어 사회적 통합이 강화된다. 다시 이것은 무형유산 보유 공동체가 자신들의 전통을 유지할 수 있는 바탕이 된다. 이 단순하고 실제적인 공식은 컨택베이스가 장기간에 걸쳐 마을 현장에서 저소득층과 소외 공동체를 지원하면서 얻은 경험에서 나온 것이다.

프로젝트를 처음 시작하면서 실시한 기초조사에 따르면 공예는 대부분의 전통 보유자들에게 두세 번째에 해당하는 생계수단이었다. 판로는 매년 열리는 공예박람회나 중개상을 통하는 것으로 한정되어 있었다. 상품의 다양성과 질이 낮았으므로 판매수익은 저조했다. 그러나 이후 공예를 활성화하고 기술개발을 통해 상품의 가치와 생산 제품 종류를 늘렸다. 공예가들은 이제 일 년 내내 공예품을 판매할 수 있게 되었으며 평균 수입도 1인당 연간 500~1000달러 정도로 증가하였다. 칸타(kantha) 자수를 놓는 여성들의 경우 예전에는 수입이 한 달에 10달러도 채 되지 않았지만, 지금은 여성이 운영하는 소규모 기업의 경우 100달러 정도의 수입을 올리고 있다. 프로젝트를 통해 전체 공예인들의 약 60%를 차지하는 여성들의 경제권이 크게 향상된 것이다. 이에 따라 가족과 공동체 문제에 대한 여성들의 발언권이 늘어났고, 사회적 신분도 향상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제 공예 공동체 마을에 대한 인식이 새로워지고 있다. 공동체는 자신들의 전통을 기념하는 축제를 해마다 개최하고 있다. 참가자의 90%는 소수민과 소외 공동체로, 그들의 전통과 기술에 대한 인식과 경제력은 발전 계획과 사회통합에 대한 관심을 높여주었다. 공동체의 각 가정에서는 교육의 가치를 인정하고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있다(이들 대부분이 학교에 다니는 첫 세대이다). 위생 상태 역시 개선되었고, 전반적인 삶의 질도 향상되었다. 이 프로젝트는 분명 공동체에 행복을 가져다주었다고 할 수 있다.

대부분의 무형유산 보호 프로젝트는 기록이나 목록작성 혹은 젊은 세대를 위한 감각적인 워크숍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가 무형유산 보유자가 처한 사회경제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함에 따라 그 효과는 무척 제한적이었다. 즉 무형유산 보호 프로젝트의 성공 혹은 적절성의 여부는 프로젝트가 무형유산 보유자들의 지속가능한 발전 목표에 기여하는 정도와 생계, 청년고용, 사회통합 또는 여성의 권리 향상 정도에 따라 평가되어야 한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무형유산 보호프로젝트는 학계와 문화계의 피상적 운동으로 그치게 될 것이다.

이제 무형유산 전문가들이 지속가능한 발전 목표를 무형유산 보호 운동과 통합시켜야 할 시기가 왔다. 앞으로 15년쯤 흐른 뒤에, 문화는 마침내 국제사회의 발전 담론에서 그 가치를 십분 인정받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