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angible Cultural Heritage of Asia and the Pacific

2004년 국립국악원 무용단 정기공연 ‘정재, 궁중무용의 원류를 찾아서’ 중 헌선도 ⓒ 국립국악원

한국의 궁중무용 : 정재(呈才)와 일무(佾舞)

한국의 궁중무용은 연례(宴禮)에서 추어지는 정재(呈才)와 제례(祭禮)에서 주어지는 일무(佾舞)가 있다.

정재의 정(呈)은 ‘윗사람에게 올려 바친다’는 뜻이고 재(才)는 ‘재예(才藝)’의 뜻으로 악·가·무(樂歌舞)를 통해서 재예를 윗사람에게 바친다는 의미이다. 뜻으로 정재는 중국에서 유래한 당악정재(唐樂呈才)와 한국 고유의 향악정재(鄕樂呈才)로 구분한다. 일무의 일(佾)은 ‘줄’을 뜻하는 것으로 가로와 세로로 줄줄이 벌려 서서 추는 춤으로 역대 임금의 조상을 모신 종묘에서 추어지는 종묘제례(宗廟祭禮)의 일무와 사직단과 성균관 대성전에서 추어지는 아악(雅樂) 계통의 일무가 있다.

조선조(1392-1910) 후기까지 전해진 정재는 53종에 달하는데 그 역사가 오래된 것은 신라시대(57-935)로부터 유래한 검무(劍舞)와 처용무(處容舞)가 있다. 검무는 황창랑(黃昌郞) 설화에서 유래되었으며, 조선조 후기에 궁중무로 추어지면서 여자 무용수들이 전복(戰服)과을 입고 전립(戰笠)을 갖추고 쓰고 양손에 칼을 들고 춤추는데 제비가 바람을 일으키듯이 돌아가는 연풍대(燕風臺)가 멋스럽게 느껴진다. 처용무는 처용 설화에서 유래한 춤으로 조선조 초기부터 5명이 추는 오방(五方) 처용무로 추어지는데 오방을 상징하는 청(靑:동), 홍(紅:남), 황(黃:중앙), 흑(黑:북), 백(白:서)의 옷을 입으며 액(厄)을 제거하는 의미를 가진 복숭아 열매가 달린 적색(赤色)의 가면을 쓰고 처용가(處容歌)를 부르면서며 사악한 것을 몰아내고 경사스러운 일을 맞이하고자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재는 당악정재(唐樂呈才)와 향악정재(鄕樂呈才)로 구분된다.

당악정재는 고려 문종 때 중국 송(宋)나라로부터 전해진 헌선도(獻仙桃)·수연장(壽延長)·오양선(五羊仙)·포구락(抛毬樂)·연화대(蓮花臺) 등이 있다. 헌선도는 정월 대보름 날 밤에 열리는 잔치에서 군왕의 장수를 기원하기 위해서 왕모(王母)가 선계(仙界)에서 내려와 천 년에 한 번 열린다는 불로장생의 복숭아 열매를 드리는 내용의 춤이다. 당악정재에는 춤의 시작과 끝에 무원(舞員)을 인도하는 죽간자(竹竿子)가 있고, 죽간자의 구호(口號), 왕모나 중무(中舞)의 치어(致語), 무원의 창사(唱詞) 등 한시(漢詩)를 여러 차례에 걸쳐 부르며, 무원의 가장자리에 위엄을 보이기 위한 봉위의(奉威儀)를 세우는 것이 특징이다. 조선조에는 당악정재의 형식을 빌어서 창작한 궁중무용들도 당악정재에 포함시켰다. 태조(1392-1398)는 고려에서 조선으로 왕조가 바뀐 것에 대한 당위성을 강조하기 위해 몽금척(夢金尺)을 창작하였는데, 태조가 아직 왕위에 오르기 전, 꿈에 신인(神人)이 나타나 금척(金尺)을 주면서 나라를 세우라고 했다는 내용의 노래를 부르며 추는 춤이다.

향악정재로는 고려로부터 전해지는 것으로 무고(舞鼓)·동동(動動)·무애(無㝵) 등이 있다. 무고는 고려 충렬왕 때 이혼(李混)이 영해(寧海)에서 얻은 나무로 만든 북을 두드리며 북 주위를 빙글빙글 돌며 추는 춤으로 마치 두 마리의 용이 여의주를 다투는 것과도 같고 한 쌍의 나비가 꽃을 어르는 것과도 같은 기묘(奇妙)한 춤이라고 하였다. 조선조 세종 때에 창작된 봉래의(鳳來儀)는 용비어천가(龍飛御天歌)를 부르며 추는 춤으로, 그 내용은 조선을 건국한 시조(始祖)들을 6마리의 용(龍)에 비유하여 문덕(文德)과 무공(武功)을 찬양한 것이다. 형식은 죽간자와 봉위의를 세우고 있으나 향악정재에 포함하고 있다. 또한 순조(1801-1834) 때 효명세자(孝明世子)가 창작한 춘앵전(春鶯囀)과 무산향(舞山香)이 있다. 춘앵전은 어머니의 40세 탄신을 축하하는 노랫말을 새로 짓고 이른 봄날 막 물이 오르는 버드나무 가지에서 노래하는 꾀꼬리를 무용화한 것으로, 꾀꼬리를 상징하는 노란색의 소매가 넓은 황초삼(黃綃衫)에 화관(花冠)을 쓰고 오색한삼(五色汗衫)을 끼고 6자 길이의 화문석(花紋席) 위에서 춤추는 매우 정적(靜的)인 춤이다. 무산향은 대모반(玳瑁盤) 위에서 추는 춤으로 좁은 옷소매에 괘자(褂子)를 입고 목에는 독특한 금가자(金訶子)를 두르며고 녹색 한삼을 끼고 춤추는 매우 활달하고 동적(動的)인 춤이다.

또한 정재는 무용수에 따라 무동(舞童) 정재와 여령(女伶) 정재로 구분하기도 한다.

궁중의 잔치는 왕을 주인공으로 왕세자와 문무백관 등 남성이 중심이 되는 잔치를 외연(外宴)이라고 하고, 왕비·왕대비·대왕대비를 주인공으로 왕세자빈과 내명부 등 여성을 중심으로 하는 잔치를 내연(內宴)이라고 한다. 궁중에서는 내외법(內外法)이 엄격하였으므로 외연에서는 무동이 정재를 담당하였고, 내연에서는 여령이 정재를 담당하였으며 반주음악은 관현맹인(管絃盲人)으로 구성된 악대로 편성하기도 하였다.

일무는 종묘제례의 일무와 아악계통의 일무로 구분한다.

종묘제례의 일무는 조선의 역대 왕의 위패를 모신 종묘에서 거행되는 종묘대제에서 추는 춤으로 신을 맞이하는 영신(迎神)에는 영신희문(熙文)을, 예물을 바치는 전폐(奠幣)에는 전폐희문을, 첫 잔을 바치는 초헌(初獻)에는 문무(文舞)인 보태평지무(保太平之舞)를 추며, 둘째 잔과 셋째 잔을 바치는 아헌(亞獻)과 종헌(終獻)에는 무무(武舞)인 정대업지무(定大業之舞)를 춘다. 64명이 가로 세로 8줄로 서서 추는 팔일무(八佾舞)로, 홍주의(紅紬衣)에 남사대(藍紗帶)를 매고 복두(幞頭)를 쓰며 목화(木靴)를 신는다. 영신희문·전폐희문·보태평지무를 출 때에는 왼손에는 대나무로 만든 악기인 약(籥)을 들고 오른손에는 용두(龍頭)에 꿩깃을 늘어뜨린 적(翟)을 들며, 정대업지무를 출 때에는 앞의 4줄은 오른손에 목검(木劍)을 들고 뒤쪽의뒤 4줄은 목창(木槍)을 든다.

아악 계통의 일무는 사직단에서 거행되는 사직대제나 성균관의 대성전에서 거행되는 석전대제(釋奠大祭)에서 추는 춤으로 영신·전폐·초헌에는 문무(文舞)를 추고 아헌에는 무무(武舞)인 아헌무를, 종헌에는 종헌무를 춘다. 역시 64명이 추는 팔일무로, 추어지며 홍주의에 남사대를 매고 목화를 신는다. 문무를 출 때에는 검은색의 진현관(進賢冠)을 쓰고 왼손에는 약을 들고 오른손에는 적을 든다. 아헌과 종헌에 무무(武舞)를 출 때에는 붉은색의 피변(皮弁)을 쓰고, 왼손에는 방패 모양의 간(干)을 들고, 오른손에는 도끼 모양의 척(戚)을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