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angible Cultural Heritage of Asia and the Pacific

불교행사에 쓰일 짜빼이 ⓒ 캐서린 그랜트

전통 보호에 대한 새로운 대안, 음악생명력측정법 : 캄보디아 짜빼이(Chapei) 사례

이 글은 전통음의 생명력과 소멸위험성을 측정하기 위해 고안된 방법을 소개하고, 음악 보호활동에 대한 정보를 파악하는 데에 이 방법이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 제안하기 위한 것이다. 이 측정방법은 ‘음악생명력과 소멸위험성측정법(Music Vitality and Endangerment Framework, MVEF)’이라고 하며, 필자의 책“Music Endangerment: How Language Maintenance Can Help”(Grant, 2014)에서 처음 소개되었다. MVEF는 다양한 언어생명력평가법 중에서도 특히 유네스코의 ‘언어생명력체계(Language Vitality Framework, 2003)’의 영향을 받았다. 음악생명력이나 소멸위험성을 측정하는 방법이 없는 상황에서 MVEF는 이러한 결함을 메꾸기 위해 고안됐다.

MVEF는 모든 음악장르에서 생명력을 측정할 수 있는 12개의 요소를 확인한다. 첫 번째 요소는 1) 세대 간 전승이다. 이는 생명력 혹은 소멸위험성에 대한 전반적인 지표로 활용될 수 있다. 그 다음 네 가지 요소는 시간(5년에서 10년 주기의 평가기간)에 따른 변화와 관련이 있다. 즉, 2) 숙련된 음악가 수의 변화, 3) 각 장르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수의 변화, 4) 음악과 음악관습에서 변화의 속도와 방향, 그리고 5) 공연환경과 기능의 변화이다. 나머지 요소들은, 6) 대중매체의 반응과 음악 산업, 7) 인프라와 자원에 대한 접근성, 8) 음악관습에 대한 지식과 기능에 대한 접근성, 9) 각 장르에 대한 공식적 태도, 10) 각 음악장르에 대한 공동체 구성원의 태도, 11) 각 음악장르에 대한 관련 외부자들의 태도, 12) 마지막으로 장르에 대한 문서기록화이다. 이 모든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보면 각 장르의 강점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가 가능하다.

MVEF와 같이 사전에 정해진 틀을 이용해 음악전통의 생명력을 측정하는 것은 유네스코가 ‘언어생명력체계’와 관련해 일찍이 인정했듯이 한계가 있다(환원주의의 위험과 같은 여러 문제들이 2014년 그랜트의 저서에 상세히 나와 있다). 하지만 일부 한계에도 불구하고 MVEF 측정법은 세 가지 점에서 음악을 보호하려는 노력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 판명됐다. 먼저 공연자, 연구자, 비정부기구 등 기타 관련자들이 긍정적인 기금전략 또는 정책결정을 통해 특정 전통의 보호에 대한 지지와 지원을 확보하는 데에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두 개 이상의 전통에 대해 상대적인 생명력 측정을 함으로써 시급한 보호가 필요한 전통을 파악하여 우선순위를 정하고, 위기에 처해 있어 지원이 필요한 특정지역을 선정하는 등 기본적인 작업을 이행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 마지막으로 이 평가체계는 시간의 흐름에 따른 음악전통의 변화 궤적을 측정하는 한 방법이 될 수도 있다. 5년에서 10년 주기의 평가는 또한 보호활동을 위한 개입이 성공적인지 여부를 평가하는 한 방법이 되기도 한다. 이런 점에서 MVEF는 전 세계의 음악가, 공동체, 현장전문가, 학자, 문화단체 그리고 음악유산을 보호하기 위해 최선의 방법을 모색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유용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이러한 희망을 바탕으로, 유네스코의 ‘소멸위기에 처한 세계의 언어지도(Atlas of the World’s Languages in Danger)’에서 영감을 받아 다시 한 번 MVEF를 활용해 2014년 5월에서 2015년 3월 사이, 설문조사를 통해 전 세계 101개 음악장르의 생명력에 대한 인식 조사를 실시했다(www.musicendangerment.com 참조). 전후 상황의 타당성과 평가자 간의 신뢰도를 이해하려면 향후 추가적인 테스트가 필요하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프로젝트의 결과는 MVEF가 음악생명력평가에 유용한 수단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2017 그랜트의 보고서).

MVEF의 활용 : 캄보디아의 짜빼이

이제 MVEF를 활용한 음악전통평가 사례와 보호활동에서 이 사례가 시사하는 바를 소개하고자 한다. 2015년 캄보디아에서 실시된 6개월간의 조사기간 동안, 비정부기구인 ‘캄보디아의 살아있는 예술(Cambodian Living Arts)’의 쮸온 사린(Chhuon Sarin)과 함께 캄보디아 전통음악인 스못(smot), 짜빼이(chapei) 그리고 깐따오밍(kantaomming) 세 종목에 대해 MVEF평가를 실시했다(2016년 그랜트, 쮸온의 보고서). 이를 위해 우리는 이 세 장르에 대한 지식, 기존연구, 참여관찰, 연행자, 교사, 학생, 정부대표 그리고 문화계 종사자들과의 공식 및 비공식 면접을 통해 얻은 정보를 활용했다. 프로젝트는 캄보디아 전통공연예술을 보호하고 활성화하기 위해 전통 음악가, 해당 공동체, 캄보디아 정부 그리고 지역의 문화 관련 비정부기구가 현재 진행하고 있는 의제에 맞춰 이루어졌다. 캄보디아의 전통공연예술은 집단학살, 전쟁 그리고 기아가 이어지던 1970년대와 1980년대에 심각하게 훼손되었다.

평가를 위해 선택한 종목은 짜빼이 동 웽(chapei dong weng, 혹은 chapey dang veng, 줄여서 chapei 또는 chapey)이었다. 짜빼이는 음악을 뜻하는 말이자 전통악기를 이르는 말이다. 긴 목에 줄무늬가 있는 둥근 몸체를 가진 2현 악기로 줄을 퉁겨 연주하며 최근에는 주로 잭나무로 제작한다. 짜빼이 장르는 즉흥적인 노래에 맞추어 연주된다. 전통적으로 도시와 농촌지역의 비공식적인 자리나 야외에서 교화와 오락을 목적으로 연행되었으며 흔히 맹인들이 연주했다. 요즘들어 짜빼이는 프놈펜 지역에서는 비교적 공식적인 자리나 공식무대 행사에서 연주되고 있다. 지난해(2016) 짜빼이는 유네스코의 긴급보호목록에 등재되었다.

캄보디아 짜빼이의 현황에 대한 MVEF평가를 통해 이 종목의 몇 가지 강점이 드러났다. 특히 이 종목에 관심을 갖고 헌신적으로 활동하는 청년단체의 존재는 이 종목의 미래가 유망하다는 것을 보여준다(3번 요소). 이들은‘살아있는 짜빼이 공동체(Community of Living Chapey)’라는 극단을 함께 조직했다. 이 극단은 관객들의 더 많은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축제, 음식점, 호텔, 학교를 포함하여 짜빼이의 새로운 공연환경과 역할을 모색하고 있다(5번 요소). 유네스코 긴급보호목록에 등재됨에 따라 짜빼이에 대한 국내외 학자와 미디어의 관심(6번과 11번 요소)이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기금이 수반된 이번 등재는 이전보다 더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고 캄보디아 정부의 지원도 얻어냈다(9번 요소).

다른 한편, MVEF의 짜빼이 평가는 짜빼이의 생명력이 직면한 몇 가지 중요한 난관도 함께 보여준다. 젊은 세대들은 일반적으로 짜빼이 연행에 필요한 숙련된 기술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2번 요소). 짜빼이 기예의 세대 간 전승을 증진하려는 노력은 후세 교육에 대해 적극적인 장인들이 사망함에 따라 매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 이들 대부분은 매우 연로하고 일부는 건강이 좋지 못하다(1번 요소). 게다가 짜빼이가 매우 가치 있으며 많은 캄보디아인들이 즐기고 있지만 짜빼이를 연주하면 눈이 멀게 된다는 오래된 미신 때문에 능력 있는 젊은 학생들이 배우기를 꺼려한다(10번 요소). 시골지역에서는 악기제작자들을 찾기가 매우 어려워서, 배우고 가르치고 공연하는 데에 장애가 되고 있으며, 공연환경이 무대로 변화함에 따라 공연 장소와 장비(조명이나 음향기기) 섭외 측면에서도 재정적 압박을 받고 있다(7번 요소).

보호에 대한 함의

경우에 따라, 특정 음악전통(혹은 어떠한 형식의 무형문화재이건)이 어떤 이유로 생명력을 상실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정말로 생명력을 상실했는지의 여부가 매우 분명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짜빼이의 생명력을 측정할 때는 직관적 접근보다는 MVEF를 활용한 체계적인 접근을 통해 이 전통이 불안정한 상태에 놓이게 된 원인에 대한 일반적인 선입견을 제거할 수 있다. 동시에 지금까지 보호 노력의 핵심이 되고 있는 세대 간 전승 프로그램을 넘어 이 음악전통을 지원할 수 있는 실현가능한 대안을 모색해 볼 수 있다. 악기제작자들이 기술을 연마하고 악기를 판매하여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그들을 교육시키고 지원할 수도 있다. 전승계획의 주안점이 이제는 새로운 학생을 구하는 것에서 생산력을 갖춘 기존 학생들로 옮겨갈지도 모른다. 학교를 중심으로 하는 인식제고 계획은 짜빼이와 시각장애에 대한 미신을 없애는 데에 주력할 수도 있다. 이런 식으로 MVEF평가는 짜빼이 연주자와 공동체, 정부기구, 연구자, 비정부기구, 그 외 짜빼이의 지속가능한 미래에 관심이 있는 여러 사람들 간에 짜빼이 보호에 관한 토론을 활성화하는 유용한 발판으로 기능하고 있다. 이는 중요한 전통의 미래를 확보하기 위한 수많은 노력의 일환이다.

추가정보

MVEF에 대한 더 자세한 정보는 2014년 그랜트의 저서를 참고하면 된다.

Explore an interactive map of the vitality of 101 music traditions around the world (www.musicendangerment.com)

짜빼이 지원은 ‘살아있는 짜빼이 공동체’의 부의장 소킴 키트(Sokim Keat)(sokimkeat@gmail.com)에게 연락해 주시고  캄보디아 전통공연예술을 지원하고 싶다면 ‘캄보디아의 살아있는 예술’ 웹사이트 http://www.cambodianlivingarts.org. 를 방문하면 된다.

감사의 글

필자는 이 글에 나오는 여러 보고서를 함께 작성한 추온 사린과 피치 사라트, 소킴 키트 그리고 글과 사진사용을 허락해준 ‘살아있는 짜빼이 공동체’에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