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angible Cultural Heritage of Asia and the Pacific

통나무로 만든 전통 도구를 사용하여 사랑기를 만들고 있는 간다르바 남성 © 아닐 간다르바

무형문화유산을 통한 공동체 강화 : 간다르바(Gandharba) 공동체

카트만두에서 서쪽으로 140킬로미터 가량 떨어져 있는 반사르(Bhansar) 마을은 네팔의 음악가 카스트 계급인 간다르바(Gandharba) 공동체의 고향이다. 이 공동체는 간다르바 가옥 26채와 150명의 주민으로 구성되어 있다.

네팔에는 노래와 음악을 가문의 세습직업으로 삼는 소수의 음악가 카스트가 있다. 간다르바는 활을 이용하여 연주하는 4현 악기인 사랑기(sarangi)와 폭넓은 노래 레퍼토리를 특징으로 한다. 수 세기 동안 간다르바 사람들은 전통이자 직업으로서 사랑기를 연주하였다. 자신들의 생계를 사랑기에 의존한 결과 그들은 고대 이래 자신들의 문화, 예술과 그 유산을 잘 보존할 수 있었다. 간다르바의 음악가들은 전국 방방곡곡을 돌며 음악을 연주하였으며, 음악과 노래를 통해 왕과 백성들에게 메시지를 전하고 영웅담을 들려주었다. 간다르바 음악가들은 전 국민에게 이야기를 전해주는 메신저였던 것이다. 그들은 지난 오랜 역사와 소식을 전해주는 유일한 사람들로서, 지금도 여러 면에서 그러한 역할을 하고 있다.

사랑기를 제작하고 판매하는 일을 하는 공동체 대다수의 성인 남성들 덕분에 반사르 사람들은 그들 자신의 문화와 의식, 전통적 생활방식을 보존할 수 있었다. 그들은 악기를 지역민이나 외국인에게 판매하는 것 외에, 직접 연주할 수 있는 기회도 찾고 있다. 나이든 사람들은 여전히 전국을 돌며 생활비를 벌고, 과거의 이야기와 새로운 소식도 전하고 있다. 젊은 세대의 남성들은 고속버스에서 승객들의 지루함을 덜어주기 위해 노래하면서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이 마을 공동체의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간다르바 여성들의 창의성에서 찾을 수 있다.

1990년과 2006년에 있었던 네팔의 민주화 운동(자나 안돌란 1세와 2세)은 모든 이들의 삶에 영향을 미쳤다. 모든 집단의 사람들이 고향으로 돌아가 흩어졌다. 따라서 이러한 격동의 시기에 간다르바 공동체 역시 경제적으로 큰 위기를 겪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마을 전체 주민들은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한자리에 모였다. 다양한 계획과 생각을 교환하는 가운데, 한 나이 든 여성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바로 공동사업체에 관한 계획이었다. 마을 사람들을 통합하기 위해 그녀는 공동체신탁기금으로 한 가구당 20루피를 모금할 것을 제안하였다. 마을 전체가 동의하였으며, 이 모임을 간다르바신탁회(Gandharba Trust Society)라고 명명하였다. 그들은 그날 당일 520루피를 모금하고, 매달 첫날에 모임을 계속하며 기금을 더 모으기로 약속하였다. 공동체신탁기금은 의료와 아이들의 교육이 절실한 가정에 대출해 주는 데에 사용된다.

민주화 운동이 진정되고 반사르 사람들은 일상생활로 돌아갔다. 남자들은 자신들이 만든 사랑기를 팔거나 연주하기 위해 다시 관광도시로 향했다. 그러나 바로 이때 그들은 새로운 계획을 실행에 옮겼다. 공동체 사람들은 외국인을 만날 때마다 반사르와 자신들의 활동에 대해 소개하고, 또한 반사르를 방문하도록 외국인들을 설득하기 시작했다. 외국인들이 방문하면 마을사람들은 전통음악과 노래, 그리고 춤으로 그들을 환영하였으며, 외국인들에게 전통 음식을 제공하기도 하였다. 방문객들이 전통 간다르바 문화를 접하면서 간다르바 공동체에 기부를 하기 시작했다. 남자들은 계속해서 외국 방문객을 마을로 데려왔으며, 마을 사람들은 전통적인 기예에 끊임없이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주고 손님들을 환영하고 즐겁게 해 줄 수 있는 방법을 터득하게 되었다.

젊은 세대들 역시 마을과 마을의 전통에 새로운 관심을 갖게 되었으며, 전통음식과 노래, 음악 수업 등을 통해 연장자들의 가르침을 따르려고 노력했다. 이러한 기회가 늘어나자 마을의 일부 남자들은 사랑기 제작기술을 발전시켰다. 사랑기 제작은 전통적으로 남자들만의 일이었지만 여자들도 남편을 도와 악기를 만들기 시작했다. 단 하루, 그리고 단 하나의 간단한 계획이 마을 사람들의 삶을 바꾸었으며, 전통문화와 지식을 활성화하는 데에 도움이 된 것이다.

2016년 네팔에서 일어난 지진으로 인해 간다르바 공동체도 타격을 받았다. 이는 수년 전 민주화 운동으로 인한 영향과는 다른 형태였다. 과거 마을을 방문했던 사람들이 돈과 음식을 보내오기 시작했다. 공동체에 대한 지원과 기부에 힘입어 마을은 어려운 시기를 견뎌낼 수 있었다. 공동체신탁기금은 여전히 돈이 필요한 마을 사람들에게 대출해주는 것으로 쓰인다. 마을사람들은 낮은 이자로 돈을 갚는다. 최근 신탁은 공동체에 식수를 공급하는 일에 참여하고 있는데, 식수를 위한 우물을 파는 것에 기금을 사용했다. 신탁은 또한 매년 공동체 축제를 열기 위한 자금모금도 지원한다.

반사르 간다르바 공동체는 전통문화, 기예 그리고 지식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어 주었다. 그들은 단지 전통을 지키고 다음 세대로 전승하는 일뿐만 아니라, 최근 자신들의 삶에 커다란 부분을 차지하게 된 무형문화유산을 보호하는 일을 담당하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