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angible Cultural Heritage of Asia and the Pacific

축제 마요르도마아에서 전통 복식을 입고 옥사카 지역 춤을 추고 있는 트리퀴 여성 © 아브델 카마르고 엠

이동성과 무형문화유산: 이주민 사회통합에 있어서 무형문화유산의 역할과 과제에 대한 몇 가지 견해

국제이주기구(International Organization for Migration)에 따르면, 전 세계인구 가운데 이주민의 비중은 2015년 3.3%로 1970년대 이래 1%밖에 증가하지 않았다. 하지만 수치로 보면 같은 기간 이주민 수는 84,460,125명에서 243,700,236명으로 거의 3배 가까이 증가했다. 사실 역사적 관점에서 보면,

전 세계 사람들은 오랫동안 상호 연계되어 있었다. 사람들은 계속 이동해왔고 그들의 정체성은 때로는 유동적이고 다중적이며 맥락화되어 왔다. 역사적으로 다양한 이주 형태를 이해하는 것은 중요하다. 왜냐하면 사람들이 이동하는 방식은 그들의 문화와 사회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Salazar, 2018:153).

현재 세계적인 이주 흐름은 연령, 성별, 이주 프로젝트, 출신지와 도착지, 국가나 지역 차원의 이주정책, 경제적 불평등, 권력투쟁 등의 측면에서 점차 다양화하고 있다. 이 점을 고려할 때 위 견해는 실제로 통합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다시 생각해보도록 만든다.

레빗(Levitt)이 강조한 것처럼 “서로 다른 특성과 요구를 가진 개인을 서로 다른 삶의 과정에 통합시킬 수 있도록 구조적으로 고려”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여기에는 이주자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 확산, 인종주의, 극단주의 그리고 외국인 혐오에 맞서는 법, 노동 시장에서 이주자를 받아들이고 그들이 사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하는 조치, 사회·정치 참여활동, 이주자 자녀, 특히 1.5세대와 2, 3세대 젊은이들에 초점을 맞춘 대책이 포함된다. (Levitt, 2010)

문화, 특히 무형문화유산은 이주자를 사회에 통합시키는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주학에서 문화(그리고 무형문화유산)는 비교적 사소한 주제로 다루어진다(Arizpe et.al. 2007; Amescua, 2013). 때문에 이동성과 이주문제는 문화유산학에서 거의 연구된 바가 없다. 필자는 ‘접촉지대(contact zone)’의 개념과 이동과정의 관련성을 토대로 이주민 사회를 통합하는데 있어 무형문화유산이 가진 역할과 과제를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마리 루이즈 프랏(Mary Louise Pratt)1영국계 캐나다 인으로 미국 뉴욕대학 스페인·포르투갈어문학과 교수이자 문화사학자. 1992년 영국 루틀리지(Routledge) 출판사에서 초판이 나온 저서 ‘제국의 시선: 여행기와 문화횡단(Imperial Eyes: Travel Writing and Transculturation)’에서 처음으로 접촉지대(contact zone) 개념을 설명했다.은 접촉지대(contact zone)라는 개념을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

식민지적 조우의 공간, 이 공간에서 지리적으로나 역사적으로 분리되어 있는 민족은 보통 강압, 인종적 불평등 그리고 해결 불가능한 갈등 상황 속에서 서로 접촉하고 지속적인 관계를 형성한다. (중략) ‘접촉’의 관점은 주체가 어떻게 서로의 관계를 구성하고 그 관계에 의해 구성되느냐를 강조한다. 이는 분리주의 혹은 아파르트헤이트의 관점이 아니라 공존, 상호작용 그리고 이해와 실천의 연결성이라는 관점에서 식민 지배자와 식민지 주민 혹은 여행자와 ‘여행지 주민’의 관계를 다루는 것이다(Pratt, 199:5).

필자는 서로 다른 문화를 가진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는 곳이라면 어디서든지 접촉지대가 만들어질 수 있으며, 이러한 만남은 역사 속에서 식민지 기업을 비롯해 국내외2본문에 묘사된 사진들은 원래 모두 멕시코의 오아하까(Oaxaca)의 남부지방 출신의 멕시코 이주민들(대부분 트리끼(Triqui) 원주민 집단)이다. 이들은 바하 깔리포르니아(Baja California) 북부지방에 정착했던 사람들로 그곳에서 농업 일용직 근로자로 일한다. 이 사진들은 이주민들 속에서 광범위한 현지조사를 수행하는 인류학자이자 사진작가인 압델 까마르고(Abbdel Camargo M.)이 제공했다. 노동, 교육 이민, 정치적 이동, 망명 신청 그리고 심지어 관광까지 모두 포함하는 다양한 종류의 이동과정으로 인해 촉발되어 왔음을 강조하고 싶다.

‘이동’은 공동체가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동안 무형문화유산을 창조 혹은 재창조하는데 있어 매우 강력한 특성이 되고 있다. 왜냐하면 이동과정은 점점 다양하며 활발해지고 있고, 이 과정에 공동체가 점점 더 깊은 관련성을 맺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무형문화유산이 가진 주요 특징 중 하나는 다음이라 할 수 있다.

바로 이동, 변형이다. 인간 집단은 무형문화유산을 구성하는 지식과 관습의 저장소이다. 따라서 적응과 역동적 변화는 집단적 삶에 대한 인식을 제공하는, 현실에 뿌리내린 의미의 지속성을 보장하는 핵심요소이다(Amescua, 2013:105-106).

이주라는 맥락에서 볼 때 무형문화유산에 대한 연구는 “신(新)이주 패러다임”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즉 사람, 사물 그리고 생각이 어떻게 이동하는지 이론화하는 새로운 방식을 체계화하는 것이다.

“이동은 ‘세계가 존재하고 이해되는 관계성(Adey, 2010:1)’이라는 중요한 사회과정으로서 근대성의 핵심임이 자명하다(Salazar, 2018:156)”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이동성은 어떠한 재고나 분석도 필요하지 않은 분명한 사실로 간주될 수도 있다. 그러나 필자가 제안하려는 것은 이와는 반대이다. 필자는 “사람들을 이동해야만 하고, 이동하도록 하고, 이동할 수밖에 없도록 하는 정치-경제적 과정에 초점을 맞춘” 비판적 이동성 분석과 “이동성은 항상 실질적으로 현실에 기반을 두고 있다(Salazar, 2018:156)”는 견해에 동의한다.

이러한 현실적 근거는 이주과정과 관련 있는 무형문화유산 보유자와 무형문화유산에 역동적 형태를 부여하는 변형에도 적용된다. 이동성이라는 렌즈를 통해 무형문화유산과 이주 간의 관계를 이해함으로써 우리는 이주자가 자신이 정착한 공동체에서 자신의 문화유산을 재창조하는 방식과 같은 복잡한 과정을 밝힐 수 있다. 이는 보존과 변형이라는 상호작용을 통해 이루어진다. 또한 이주자가 원래 자신이 속했던 공동체에서 쌓은 경험, 그리고 이동과 재정착 과정에서 겪은 구체적인 경험에 따라 정통성과 변형을 가치 있게 여기면서 동시에 자신들의 문화관습과 표현을 다른 이주민들 심지어는 수용공동체의 사람들과 어떻게 공유하고 무형문화유산을 통해 새로운 공동체를 건설해 나가는지 보여준다.

인간의 이동이라는 맥락에서 봤을 때 무형문화유산에 대한 이해는 문화와 공동체 그리고 문화와 영역 간의 관계를 바라보는 전통적인 개념에 이의를 제기한다. 오랫동안 사회과학에서는 문화(여기서 무형문화유산)를 “지속적으로 재창출되는 역동적 과정”이라고 주장해왔다. 즉 문화는 경직되고 변하지 않는 지리적 혹은 문화적 경계 안에 묶여 있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기본적으로 한정된 경계 안에 존재한다고 흔히들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이주의 맥락에서 문화와 무형문화유산 환경을 둘러싸고 벌어진 일들로 인해 그 근거가 흔들리고 있다.

다국적 공동체와 다국적 문화 관습은 많은 사람이 살아가고 통과하는 영역을 확대하기도 하고 축소하기도 하는 (물리적이고 상징적인 측면 모두에서) 탈영역화와 재영역화의 과정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은 근본적으로 다소 제한적인 이주정책, 가혹하거나 혹은 느슨한 국경법, 국가 간 혹은 지역 간 노동시장의 격차 그리고 이주를 통해 잠재적으로 증가할 이동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같은 경제적, 정치적 그리고 사회적 영향력으로 인해 형성된다.

문화 측면에서 말하자면 접촉지대 특유의 공존성은 무엇보다 문화다양성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것이며 따라서 문화 특성을 이해하는 것을 의미한다. 일상생활 속에서뿐만 아니라 집단행동 혹은 정부정책을 통해 이 두 가지를 관리하는 방법은 바로 앞으로 어떤 공동체를 만드느냐이다. 만약 문화 차이가 긍정적인 가치로 인정받는다면 무형문화유산은 이주자(해외 이주자와 국내 이주자 모두)와 주류 거주자(대개 주류 사회는 동질적 존재로 이해되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에) 모두를 위한 활기찬 공간을 육성하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하지만 다양성이 사회의 추상적인 ‘단일성’그리고 ‘순수성’을 위협하는 부정적 요소로 여겨질 경우 무형문화유산은 인간집단이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들의 방식을 강요하는 폭력적인 무기가 될 수 있으며 결과적으로 은밀하거나 혹은 잔인한 갈등과 대치를 유발할 수 있다.

무형문화유산은 문화 간 소통, 몸에 밴 자기인식과정 그리고 다른 사람에 대한 공감을 만들어내는 엄청난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또한 점차 다양화하는 사회를 통합하고 복지를 증진하기 위해서도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이것이 당연하거나 논의의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중요한 과제는 어떻게 지역 통합-혹은 분리-과정이 일어나는지 이해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사회과학, 특히 인류학에는 연구하고 확대해 가야 할 중요한 연구 분야가 아직도 많이 남아 있다.

Notes   [ + ]

1. 영국계 캐나다 인으로 미국 뉴욕대학 스페인·포르투갈어문학과 교수이자 문화사학자. 1992년 영국 루틀리지(Routledge) 출판사에서 초판이 나온 저서 ‘제국의 시선: 여행기와 문화횡단(Imperial Eyes: Travel Writing and Transculturation)’에서 처음으로 접촉지대(contact zone) 개념을 설명했다.
2. 본문에 묘사된 사진들은 원래 모두 멕시코의 오아하까(Oaxaca)의 남부지방 출신의 멕시코 이주민들(대부분 트리끼(Triqui) 원주민 집단)이다. 이들은 바하 깔리포르니아(Baja California) 북부지방에 정착했던 사람들로 그곳에서 농업 일용직 근로자로 일한다. 이 사진들은 이주민들 속에서 광범위한 현지조사를 수행하는 인류학자이자 사진작가인 압델 까마르고(Abbdel Camargo M.)이 제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