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angible Cultural Heritage of Asia and the Pacific

금박 및 옻칠로 장식된 필통 ⓒ쇼할릴 쇼야쿠보프

우즈베키스탄 ‘빠삐에-마쉐’ 옻칠의 세밀화

우즈베키스탄의 옻칠은 오랜 전통을 지니고 있다. 옻칠은 티무르제국시대(14~15세기) 이래로 사마르칸트 지역에서 사용돼 왔다. 이러한 사실은 비비-카님(Bibi-Khanim) 모스크 실내에 기적적으로 보존되어 온, 빠삐에-마쉐(papier-mâché, 역자주 : 종이에 아교 등을 넣어 지형을 만드는 기법)로 만든 독특한 장식메달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특히 구르-에미르(Gur-Emir) 본관 실내에 조각된 문과 완벽하게 복원된 금청색 돔이 눈길을 끈다. 이들은 998개의 빠삐에-마쉐[우즈벡어로 토쉬 코고즈(toshqog’oz)]로 구성되어 있다.

옻칠은 17세기 이후부터 주마(Juma) 모스크의 213개 기둥과 같은 목조물의 장식과 보존에도 사용되었다. 키바(Khiva)의 역사지구 이찬-칼라(Ichan-Kala)의 옻칠로 뒤덮인 기둥들은 여전히 잘 보존돼 있다. 문서, 값비싼 목재로 만든 의자, 모스크나 가옥의 기둥, 목재 아기요람, 상자, 장식함, 탁자, 민속악기, 칼람돈(kalamdon, 필통) 그리고 체스판 등은 옻칠로 장식하거나 정교한 옻칠 질감으로 되어 있다. 옻칠을 한 표면은 마치 젖어 있는 것처럼 반짝거린다. 옻칠 작품은 환경적 요인에 의한 부식에도 잘 견디며 거의 벗겨지지 않아 내구성이 뛰어나다.

옻칠 세밀화는 고도의 인내와 기술, 그리고 지식이 필요한 우즈베키스탄의 전통적인 중요한 장식예술의 하나이다. 그림은 표면에 붓으로 그리는데, 접착제로는 금이나 청동가루에 체리와 살구풀을 섞어서 만든다. 빠삐에-마쉐에 사용되는 옻칠 재료와 접착제는 여러 단계를 거쳐 준비된다. 빠삐에-마쉐의 주요 모티프는 고전적인 중세 세밀화와 민속에서 유래한다. 현대 세밀화가들은 중세의 선조들처럼 피르다브시(Firdavsi)의 샤흐나메흐(Shahnameh), 니조미(Nizomi)의 캄사(Khamsa), 자미(Jami)의 유수프와 줄라이코(Yusuf and Zulaikho), 나보이(Navoi)의 파르카드와 쉬린(Farkhad and Shirin), 라일리(Layli)와 마이눈(Majnun) 그리고 그 외에도 프르캇(Furqat), 카이얌(Khayyam)의 위대한 작품에 나오는 일화를 묘사한다. 15세기 중반에서 17세기 사이에 이 분야는 최고 수준으로 발전했으며 그 기간 동안 사마르칸트 세밀화학교(Samarkand School of Miniature), 키롯 세밀화학교(Khirot School of Miniature), 그리고 보부리즈의 세밀화 학교(Boburids’ School of Miniature) 등이 세워졌다. 17세기에는 타슈켄트미술학교(Tashkent School of Artistic Painting)가 설립되었으며 이곳을 중심으로 저명한 예술가들, 예를 들면 카몰리딘 베크조트(Kamoliddin Bekhzod), 마크무드 무자킵(Makhmud Musakhib) 등이 이 전통을 이어나갔다. 하지만 오랫동안 이어진 내전으로 인해 옻칠 세밀화 전통이 더 이상 발전하지 못하고 관련 고대 기술과 전통은 점차 사라져갔다.

결국 20세기 초에는 옻칠예술을 거의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빠삐에-마쉐 옻칠 세밀화가 복원된 것은 1980년대 초였다. 거의 백년 정도의 시간이 흐른 뒤에야 우즈베키스탄공화국 예술가조합의 예술기금을 바탕으로 서예, 가죽과 종이에 그리는 세밀화 그리고 옻칠 세밀화를 보존, 발전, 복원시킬 목적으로 우스토(Usto)협회가 설립됐다. 동시에 옻칠 세밀화학과가 타슈켄트의 공화국 예술대학(Republican College of Art)에 개설됐다. 그리고 무사비르 민속예술 과학제작 센터(Musavvir Scientific-Production Center of Folk Art)도 설립됐다. 오늘날 모사비르 창작 팀의 세밀화 화가들은 중세 중앙아시아 세밀화 장인들의 예술 유산을 연구하고 있다.

1981년 샤마크무드 무카메지아노프(Shamakhmud Mukhamedjanov)는 우스토협회의 옻칠 세밀화 워크숍에 초대되어 옻칠보급을 위한 템페라(Tempera, 역자주: 그림물감의 일종으로 계란 노른자를 이용하여 안료를 용해시키는 기법) 회화기법을 사용한 최초의 실험적 작품을 제작했다. 그의 창작품은 현대 세밀화의 복원 및 발전과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다. 숙련된 채색, 줄거리 그리고 주제에 있어서 그는 고대 장인의 후계자이며 동시에 현대적 관점과 기술적 고려를 통해 세밀화 표현을 실현화시킨 혁신가이다. 그의 창의적인 예술은 전통에 뿌리를 둔 현대적 비전과 혁신적인 작가의 직업정신으로 우즈베키스탄 순수예술에서 중요한 흐름을 형성하며 새로운 현상의 기폭제가 되었다.

지난 10년에서 15년 동안 우즈베키스탄의 공예가들은 장식예술에서 탁월한 성과를 거두었다. 옻칠 세밀화학교가 설립되었으며 옻칠 세밀화는 예술의 하나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30여 년 동안 옻칠 세밀화 기능 보유자인 안바르 이스로일로프(Anvar Isroilov)는 이 희귀한 예술형태 발전에 기여해 왔다. 그의 독창적 작품은 장식미술박물관(Museum of Applied Art)과 K. 베크조드 기념공원 박물관(K. Bekhzod Memorial Park Museum)에 소장되어 있다. 그의 제자들은 옻칠 세밀화 기예를 습득하고 있다.

니야잘리 콜마토프(Niyazali Kholmatov) 역시 현대미술에서 세밀화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다양한 재료와 많은 예술적 기법을 활용해 실험적 작품을 만들어 낸다. 재료를 다루는 수많은 기술적 과정의 숙련된 감별사이자 옻칠 세밀화 기법을 복원한 창시자이기도 하다.

오늘날 우즈벡 예술가들의 세밀화는 완벽한 예술 형태이자 복제에 특별한 기술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교한 옻칠 세밀화는 젊은 세대를 위해 반드시 보호되어야 하는 독창적인 예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