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angible Cultural Heritage of Asia and the Pacific

줄인형 © 방글라나탁닷컴

부활의 줄 : 무라가차 마을의 줄인형극

인도에서는 누군가가 어떤 일을 정교하게 잘 해낼 때 종종 이를 ‘줄인형조종사의 기술’이라 말한다. 줄인형은 당기는 사람의 변덕에 따라 춤추는 인형과 같이 무력한 사람들을 의미하는 비유적 표현이다. 마치 인도 동부 서벵갈주 나디아지역 무라가차 마을의 줄인형놀이 연행자들의 삶처럼 말이다.

가난과 대중의 취향변화는 줄인형놀이 장인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동시에 대중영화에서 도용된 이야기, 넘쳐나는 성적 표현, 외설적인 언어 등은 미학의 일부가 되었고, 미적 정서를 왜곡하고 있다. “인형극은 이런 미적 정서를 감안하더라도 너무나 빠른 속도로 기반을 잃어가고 있다.”는 무라가차의 줄인형극 연행자인 자가반두 싱하의 말에 안타까움이 묻어난다. 하지만 또 다른 연행자이자 스리마푸툴낫야사마지 극단의 대표인 란잔 로이는 “우리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러니 좋은 결과가 있기를 기대해 본다.”고 낙관적인 견해를 밝혔다.

필자가 신작 ‘비와 구름의 이야기‘의 리허설을 보러 무라가차에 갔을 때였다. 필자는 손가락으로 아주 빠르고 정교하게 인형을 조종하는 장인의 기예를 보고 매우 놀랐다. 필자의 눈이 호사를 누리는 순간이었다. 장인이 대사를 전달하고, 무대 배경을 정글에서 마을이나 도시 혹은 강둑으로 전환하는 방식은 그저 놀라울 따름이었다. 이 방문을 계기로, 삶의 의무 때문에 예술가가 어떻게 작품의 질과 타협하게 만들었는지, 그리고 같은 예술가가 기회만 주어진다면 얼마나 뛰어나고 품격 있는 공연을 할 수 있는지 알게 되었다.

논, 오두막, 신록의 숲, 연못 그리고 기찻길 등 무라가차의 풍경은 다른 벵갈지역 마을들과 다를 것이 없다. 하지만 무라가차의 줄인형놀이는 특별하다. 란잔 로이, 아물야 로이, 아수토쉬 비스와스와 같은 보수적인 예술가들은 무라가차에서 일하는 것을 커다란 명예로 여긴다. 무라가차는 한때 인형극의 중심지였다. 벵갈 지역 근대 인형극의 선구자이자 유명한 예술 감독인 라구나트 고스와미는 1970년대 초 무라가차를 방문하고 나서 이 마을은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인형조종사들의 본산지라고 말한 적이 있다. 당시만 해도 인형극을 연행하던 장인 가족이 55가구에 이르렀으나 지금은 12가구로 그 숫자가 줄었다.

벵갈의 줄인형놀이, 막대인형놀이 그리고 손인형놀이는 긴 역사를 지니고 있다. 공연 형식과 인형의 종류는 매우 다양하다. 줄인형은 무게가 가벼워서 가는 줄로 조종할 수 있다. 이 인형들은 대부분 천, 파피에-마쉐(종이에 아교, 석회 등을 섞어 형태를 만들어 굳힌 것) 그리고 숄라피트(자귀풀로 만든 유백색의 식물섬유)로 만든다. 높이는 기껏해야 2피트 정도이다. 무대는 길이 10피트, 폭 6피트, 높이 3피트가 되어야 하며 삼면은 막으로 가려져 있다. 인형극 연행자들은 대본에서부터 조명, 의상, 무대 등 모든 것이 시계 톱니바퀴처럼 정확하게 맞물리게 한다.

“인형조종사가 춤을 추지 못하면 인형을 춤추게 조정할 수 없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인형극에 관심을 보이는 젊은이들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라고 아수토쉬 비스와스가 말했다. 그는 솔직했다. “옛날이야기와 옛날 음악은 이제 유행이 지난 구닥다리다. 영화에 나오는 이야기와 노래들도 오래가지 못한다. 관객들은 새로운 이야기와 노래가 있는 전통인형극을 원한다.”고 말했다.

자가반두 싱하는 훌륭한 인형조종사들 중 가장 연로하다. 또한 아마도 그는 유명한 바누마티 인형극학교를 대표하는 마지막 인물일 것이다. 바누마티는 보지라지왕의 딸로서 마술, 무용 그리고 곡예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바누마티의 특별공연은 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면서 오늘날에는 바누마티 인형을 제작할 수 있는 예술가들도 사라졌고, 바누마티 공연도 잊혀졌다.”고 싱하는 말했다. “이제 내가 죽고 나면 이 이야기를 해 줄 사람도 없어지게 될 것이다”고 덧붙였다.

무라가차의 인형조종사들은 배수진을 치고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다. 가장 선두에 선 사람이 란잔 로이이다. 그는 “단순히 이야기만의 문제가 아니라… 노래, 무대배경, 소리, 조명, 공연방식… 우리는 모든 요소에 새로움이 필요하다. 또한 이 일은 지금처럼 농업으로 생계를 유지하면서 하는 겸업이 아니라, 이 일에만 온전히 매달려서 해야 한다. 하지만 수입이 너무 적은 까닭에 예술가들의 15%만이 정기적으로 공연에 참여하고 있다.”고 하였다.

로이는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하고 있다. ‘구름과 비의 이야기’는 그러한 변화의 바람을 보여준다. 옛 신화에 대한 인형극도 여전히 공연되고 있지만 공연시간은 점점 짧아지고 있다. 로이와 그의 극단은 인도 전역은 물론 프랑스에서도 공연하였다. 유네스코의 지원을 받는 주정부의 농촌공예문화센터 프로젝트가 새로운 희망이 되고 있다. 2017년 무라가차의 인형조종사들은 첫 번째 마을축제를 개최하였다. 상황은 느리게 변하지만 터닝 포인트를 맞았다. 이제 인형조종사들은 삶에 드리워진 운명의 줄을 끊는 최적의 시간을 맞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