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angible Cultural Heritage of Asia and the Pacific

부탄 초라닝바(Chora’nyingba): 메락-삭텡(Merak-Sakteng) 공동체의 맛

해발 3,525m와 2,973m에 이르는 지역에 정착한 메락(Merak)과 삭텡(Sakteng)공동체는 각기 거주하는 지역은 다르다. 그러나 그들은 똑같은 문화와 전통을 지니고 있는 까닭에 보통 사람들은 이들 두 공동체가 한 민족 혹은 한 마을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이 두 공동체의 거주지는 냑-쿵 라(Nyak-cung La)라는 고산시대의 산길로 분리 되어 있어 사실상 두 공동체를 왕래하려면 꼬박 하루가 걸린다. 이 지역의 사람들은 14세기에 ‘라마 자레파(Lama Jarepa)’의 지도 아래 티베트에서 쵸나(Tshona)로 이주해온 것으로 보인다. 이곳에 도착한 이래로 그들은 독특한 의복을 입고 그들만의 언어를 사용해 왔으며 동부 부탄의 고지대 환경에 적합한 생활방식을 가진 유목민으로서 생활에 적응해 나갔다.

메락과 삭텡 사람들은 야크, 양, 조와 조모스(야크와 소의 잡종, 각각 암컷과 수컷의 이름)와 같은 고산 동물들을 사육해왔다. 그리고 의식주는 주로 이들 가축에서 얻는 것으로 해결하였다. 야크와 조모스는 기본적으로 우유를 얻기 위해 키웠다. 우유의 반은 약한 불에 데워 살균과정을 거쳐 커드(우유를 응고시킨 것)를 만든다. 그리고 커드와 우유를 똑같은 양으로 섞어 저으면 버터와 버터우유가 만들어진다. 이 버터우유를 솥에 붓고 약한 불에 데워준다. 그러면 코티지 치즈와 훼이가 나온다. 부드러운 발효 치즈를 만들기 위해서는 비록 시간이 좀 더 걸리더라도 훼이 속에서 치즈를 완전히 끓여야 발효치즈 만들기에 더 좋은 코티지 치즈를 얻을 수 있다. 이 발효치즈를 초라’닝바(Chora’ Nyngba)’라고 한다.(여기서 초라는 ‘치즈’, 닝바는 ‘오래 된’이라는 뜻이다.)

치즈에서 발효까지

코티지 치즈를 추르-챠(chur-tsa)라고 하는 체 모양의 바구니에 모아 담은 후 가죽 가방에 옮겨 넣고 나무 막대기 초라 락통(chora-laktong)으로 눌러준다. 가죽 가방 속으로 치즈를 밀어넣어 힘껏 눌러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만약 가죽 가방이 헐거워지거나 치즈가 단단하게 채워지지 않으면 구더기가 피고 치즈가 끈적이면서 상하게 된다.

마찬가지로 좋은 가죽을 쓰는 것도 중요하다. 가죽은 부드럽고 너무 두껍지 않은 것이 좋은 치즈를 만들기에 적합하다. 그래서 삼바사슴의 가죽이 좋은 품질의 발효치즈를 만들기에 제일 좋은 가죽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해발고도가 낮은 지역에서는 다른 동물의 가죽도 삼바사슴 가죽만큼이나 좋은 치즈를 만들 수 있다. 왜냐하면 저지대 동물 가죽은 고지대 동물 가죽보다 얇기 때문이다. 자연환경의 영향으로 고지대 동물의 가죽이 두껍기 때문에 치즈 발효에는 잘 사용하지 않는다. 하지만 가죽이 두꺼워도 털과 가죽 내벽을 제거하고 무두질을 하면 사용할 수 있다. 사용하는 가죽에는 말리는 것 외의 어떤 처리도 하지 않는다.

일단 가죽통을 다 채우고 나면 사면 바늘 조르-세 캅(zhor-se khab)과 야크의 꼬리털로 만든 실인 느가마 띠구(ngama thigu)를 이용해 가죽 가방을 꿰맨다. 이렇게 해서 선반에 올려놓고 건조시킨다. 그 다음 적절한 온도와 습도를 맞춰 주는 것이 관건이다. 열을 가해 가죽을 건조시키는 작업도 중요하다. 너무 뜨거우면 치즈가 안에서 끓어 버린다. 그렇게 되면 치즈가 부패한다. 그래서 완벽한 발효과정은 완전한 건조를 위해 적절한 열을 필요로 한다. 여름철이나 기후가 습할 때 가죽 가방 주변에 파리가 들끓거나 바늘땀 사이에 구더기가 꾀면 재를 뿌려 치즈가 상하는 것을 방지한다.

적정한 조건에서 치즈는 수개월에서 3년까지 저장된다. 저장기간이 길수록 치즈의 맛도 좋아진다. 가장 좋은 발효 치즈는 붉은 색과 노르스름한 색을 띠며 약간 톡 쏘는 냄새가 나며 그 보다 덜 좋은 치즈는 푸르스름한 색에 톡 쏘는 향이 강하다.

이렇게 만들어진 발효 치즈는 부탄의 음식들, 특히 스프와 칠리 커리를 만드는데 들어가기도 하고, 치즈만 그냥 먹거나 구워서도 먹고 밥이나 끓인 밀가루 반죽 잔(zan)에 곁들여 먹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