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angible Cultural Heritage of Asia and the Pacific

산비탈에서 공연되고 있는 중드라 춤 © 국립부탄도서관&아카이브

부탄의 궁중무용

부탄은 독특한 유·무형문화유산이 풍부하게 남아 있는 문화의 보고이다. 부탄의 독특하고 때로는 신성한 문화유산은 세대를 통해 전승, 보존되어 왔으며, 그 결과 오늘날 훼손되지 않은 원형 그대로를 지니고 있는 것으로 인정받고 있다. 그리고 그러한 다양한 무형유산 중 하나가 바로 궁중에서 왕과 조신들을 위해 공연되었던 궁중무용이다.

수많은 전통민요, 음악, 무용 등은 부탄이 보유한 문화적 자산으로서 풍부한 무형문화유산의 정수를 이루고 있다. 이러한 무형문화유산은 오늘날에도 신성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는데, 그 이유는 위대한 성인과 예술가들이 이들이 가진 위대한 종교적 의미와 주제를 부탄인과 효과적으로 연결시키고, 또 이들을 축복하기 위해 예술적 창작품으로 정제해 낸 것이기 때문이다.

역사적 배경

부탄의 궁중무용은 자브드룽 응아왕 남기엘(Zhabdrung Ngawang Namgyel, 1616~1651)의 통치시대에 처음 시작되었다. 그는 부탄의 정치적, 정신적 지도자였다. 궁중의 무용수들은 보에가르프(boegarp)라고 알려져 있는데, 이는 ‘궁중의 관리’라는 의미이다. 이 시기의 무용은 사회적, 종교적 가치를 전달하는 사회생활의 중요한 한 부분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모든 사람들이 궁중에서 공연할 수 있는 특권을 누린 것은 아니었다. 작곡, 노래, 공연 등에 특별한 재능을 가진 사람만이 궁중무용수가 될 수 있었다.

자브드룽 시대의 궁중무용은 제1대 국왕이었던 공사 우기엔 왕추크(Gongsa Ugyen Wangchuk, 1862~1926)와 제2대 국왕이었던 지그메 왕추크(Jigme Wangchuk, 1905~1952) 시대까지 지속적으로 공연되었다. 궁중노래와 무용은 제3대 국왕인 지그메 도르지 왕추크(Jigme Dorji Wangchuk, 1928~1972) 시대에 절정에 이르렀다. 그는 음악과 춤을 몹시 좋아하여 자신이 가는 곳마다 가수와 무용단을 데리고 다녔으며, 때로는 여행 중에도 보에가르파를 자동차 뒷좌석에 앉혀 노래를 부르도록 했다. 궁중에서는 잦은 춤 공연을 선보였는데, 특별한 일이 없을 때에도 춤이 공연되었고 궁중의 관리들에게 늘 노래를 작곡하도록 명하기도 하였다. 만약 춤의 발동작이 복잡하면 왕이 직접 동작과 안무를 제안하기도 하였다.

제3대 국왕은 1954년에 공연예술연구소를 설립하였는데, 이후 1967년에 학술원과 왕립무용단으로 개편되었으며 오늘날의 왕립공연예술원이 되었다. 현재 이 기관은 부탄의 전통음악문화의 발전과 보존을 지원하고 있다.

중드라(Zhungdra)와 보에드라(Boedra)

중드라와 보에드라는 전통 노래에 맞추어 공연하는 궁중무용이다. 중드라는 장가(長歌) 형태의 오래된 장르로서 위대한 성인이 작곡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본 멜로디는 드종(dzong, 요새라는 의미)에서 유래했다.

중드라는 여성들이 하는 공연으로, 초에샴(choesham, 사원) 또는 왕을 향해 일렬로 서서 존경과 숭배의 동작들로 이루어진 춤을 춘다. 중드라의 안무는 느리면서 통일된 동작을 취한다. 여성들은 한 줄로 서서 서로 손가락을 걸고 맴돌듯이 정확하게 발동작을 맞추면서 우아한 동작을 만들어낸다. 노래와 춤은 종교적 의미와 상징을 나타내기 때문에 무용수들은 결코 빠르게 움직이지 않는다. 중드라 공연에서는 선창자가 줄의 중간에 서서 춤을 이끌어나가며 나머지는 양쪽에서 선창자의 목소리와 춤동작에 따라 움직인다.

보에드라는 국왕, 국가 그리고 왕의 백성들에게 경의를 표하는 공연이다. 보에드라는 비정형적인 발동작에 맞추는 짧고 서정적인 노래로, 지방 군주들의 전령사였던 중세 궁중의 하인들이 불렀던 노래라고 한다. 보에드라는 보통 고르-곰(gor-gom)이라고 하는 원모양의 대형을 갖추고 추는데, 고르-곰은 ‘원’이라는 뜻이다. 남성 무용단 또는 여성 무용단이 공연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남녀 혼성으로 공연한다. 이 무용의 형식과 발동작은 서정시의 음조와 곡조에 따라 달라진다. 따라서 보에드라에는 정해진 발동작이 없다.

하지만 무대에서 보에드라춤을 추는 것은 쉽지 않았다. 무용수들은 왕과 왕족들 앞에서 공연하기 전에 춤과 노래를 완벽하게 맞추기 위해 열심히 연습했다. 공연이 끝난 후에 무용수들은 왕으로부터 감사의 표시로 금일봉이나 아름다운 옷 그리고 그 외 값진 물건들을 부상으로 수여받았다. 왕으로부터 이러한 감사의 인사나 선물을 받을 기회가 없는 무용수들에게는 보물과도 같은 것들이었다.

궁중무용수들의 공연은 왕과 왕족을 즐겁게 해 줄 뿐만 아니라 그들의 스승인 라마(lama)에게 존경을 표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 노래와 춤의 핵심은 근본적으로 영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부탄인들은 노래와 춤이 현세에서뿐만 아니라 더 좋은 세상에서 태어나게 될 내세에도 기쁨과 행복을 가져다준다고 믿기 때문에 무용수들은 항상 진심을 다해 공연에 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