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angible Cultural Heritage of Asia and the Pacific

아마라바티 유산 주간 행사 © 아마레스와르 갈라

무형유산의 보호와 고등교육

한때 인도 남부지역 안드라 프라데쉬(Andhra Pradesh)주의 작은 마을인 아마라바티(Amaravathi)에서 2년 동안 기거할 기회가 있었다. 면적이 약 300에이커에 이르는 이 곳은 2,400여 년 전부터 사람들이 거주했던 곳으로, 풍부한 문화유산을 가진 자연그대로의 박물관이자 마하야나(Mahayana) 불교의 발상지이기도 하다. 나는 무형문화유산보호에 있어서 이 지역 교육기관의 역할 범위를 정해달라는 요청에 따라 대학과 설계건축학교에서 일했다. 이 곳에서 무형문화유산에 대한 두 개의 중요한 축제를 기획했는데, 하나는 지역 차원의 축제이고 다른 하나는 국가 차원의 축제였다. 무형문화유산 보유자 및 전승자들과 함께 살며 텔루구(Telugu)어와 지역 방언을 유창하게 구사할 수 있게 되면서 다음과 같은 관찰을 할 수 있었다. 관찰결과는 1985년 이후 호주, 인도 그리고 베트남의 대학에서 무형문화유산과 연계영역에 대한 지정과목 교육과 에티오피아에서부터 방글라데시, 그리고 인도에서 한국에 이르는 살아있는 유산 공동체에 대한 연구를 통해 도출됐다. 무형문화유산 진흥 및 보호에서 대학을 비롯한 고등교육기관의 역할을 이해하고 극대화하는 일은 전 세계 모든 유산의 문화적 다양성을 지속시키는 데에 매우 중요하다.

유네스코의 문화관련 협약, 특히 1972년 세계유산협약과 2003 무형유산협약은 고등교육 프로그램과 전문적인 개발 프로그램이 성장할 수 있는 기폭제가 되었다. 전자에 해당하는 프로그램은 이미 잘 갖추어져 있다. 후자의 경우는 동산이나 부동산과 같은 유형유산에 주로 초점을 맞추고 있는 기존 유산 교육의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모든 형태, 모든 단계의 유산교육은 철저한 교육과정 개발, 다양하고 적절한 교수방법, 그리고 교육과정과 프로그램을 위한 의사결정을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

고등교육/대학원의 교육과정 편성과 연구에 개념적 체계를 실제로 적용하는 것은 무형문화유산 보호를 증진하기 위해서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보호, 세대 간 전승, 보유자와 전승자의 요구와 권리, 목록화, 살아있는 문화체계의 해석과 디지털화, 그리고 무엇보다 무형문화유산 패러다임과 같은 핵심 개념을 둘러싼 논쟁, 토론 그리고 이해의 모호성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유산교육 프로그램의 대부분이 유형유산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는 하지만, 2003협약을 도입하면서 전반적으로 무형유산에 관한 과정을 추가적으로 개설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의 전북대학교에는 무형유산 석사과정이 개설되는 등 특정 프로그램도 생겨나고 있다.

유네스코 무형유산과 과장인 팀 커티스(Tim Curtis) 박사는 세계의 다양한 무형문화유산을 증진하고 보호할 수 있는 대학원 이상 수준의 자격을 갖춘 새로운 전문가 양성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그는 무형문화유산 분야의 지역 전문가를 양성하고 아태지역 고등교육기관의 네트워크를 촉진하고자 2015년 방콕에서 워크숍을 열었다. 아태지역의 11개국, 16개 대학이 워크숍에 참가한 가운데 인류학, 고고학, 역사, 토착민학, 환경과학, 무용, 연극, 민속, 기획 및 정책결정 등 다양한 학문분야에서 토론이 이루어졌다.

고등교육기관 네트워킹은 2003협약에 따른 무형문화유산 보호와 이해 증진 그리고 인식제고를 위한 기본적인 교육 프로그램인 ‘유네스코 무형유산역량강화프로그램’을 보완할 수 있다. 고등교육 기관의 프로그램은 유형유산자원을 다루는 것과는 또 다른 교육과정과 교수방법 개발이 매우 중요하다. 바람직한 미래는 유형유산과 무형유산을 아우르는 통합적 접근법을 취하는 교육과정과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데에 있다. 협약은 가장 기본적인 장치이지만 비판적이고 담론적인 연구, 개념정의, 각 종목의 분야, 공동체 참여 방식에 대한 교육 등에 좀 더 열려있어야 한다. 학습을 촉진하는 모범사례와 유형을 발굴하기 위해서는 대학의 프로그램과 보유자와 전승자 공동체 간의 더 나은, 윤리적인 관계가 필요하다.

전 세계적으로 인문학에 대한 지원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는 무형문화유산 분야 대학의 고위 관계자들이 관련 프로그램을 평가하고 증진할 수 있도록 전략적으로 그들을 지지할 필요가 있다. 대학은 과학, 기술, 기계, 경제, 설계 및 건축과 같은 학문을 중시한다. 때문에 무형문화유산이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는 적절한 기술, 지속가능한 건축, 문화경제학, 디자인 등을 개발하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토착지식체계는 환경파괴, 재난관리 체계 그리고 기후변화 등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서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무형문화유산과 관련된 서로 다른 학문 간의 지식에 기초한 실질적인 증거들이 이를 뒷받침 하고 있다. 따라서 지식의 학문 간 통합은 무형문화유산과 전 세계에서 등재되고 있는 유산 종목의 다양성 보호에 있어 매우 시급한 과제이다.

대학은 보조금과 주요 연구지원을 확보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무형문화유산을 보호하는 과정에서 직면하는 난관들은 매우 다종다양하므로 공동작업이나 협업의 기회를 제공하고 강력한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 학습자들이 지식 보유자와 긴밀하게 작업할 수 있도록 새로운 교수방법을 마련해야 한다. 윤리적 접근 역시 지식 보유자를 단순히 정보 제공자로 다루는 차원에서 벗어나야 한다. 무형문화유산과 개별 지식 공동체에 대한 존중을 바탕으로 학문의 권한을 적절한 수준에서 조정하면서 공동체와 협력하는 새로운 형태의 공동 교육과 학습이 개발되어야 한다. 자원이 되는 공동체를 이해하고 이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중요한 윤리적 문제를 해결하는 것 또한 필요하다. 공동체와 장기적인 관계를 맺는 것 역시 매우 필수적인데 이는 학과 차원에서 가능하며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기록과 인식제고에 기여할 수 있다.

전문가 및 학회와 네트워크 역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인류학회, 민속학회, 고고학회, 민족고고학회, 건축가협회, 공연예술재단 등을 네트워킹 하는 것이다. ICHCAP은 아태지역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정보공유와 네트워킹 권한을 지닌 유네스코 카테고리2 기관으로서 온라인을 통한 상호교류 플랫폼을 제공하고 무형문화유산을 다루는 다양한 전문 NGO, 대학 그리고 문화기관을 하나로 연결할 수 있다. 처음에는 단순하게 시작해서 차차 네트워크를 작동시키고 확대시켜 나가는 것도 가능하다. 그러한 플랫폼은 대학과의 협력을 통해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무형문화유산을 어떻게 다양한 교육과정과 프로그램에 적용할 것인지 보여주고, 무형문화유산과 관련 학문의 연구자들의 학위논문을 제공하고, 국제적인 무형문화유산 연구를 조명하며 WIPO가 다루고 있는 지적재산권의 복잡성을 연구하고 풀어낼 수 있다.

최우선 과제는 대학과의 시너지 효과가 어떻게 하면 인프라, 목록화 방법과 체계, 효과적인 보호계획 및 대책, 그리고 효과적인 2003무형유산협약 체제 참여 등을 강화하는 데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방법을 찾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대학들 역시 정책분석과 개발에 상당한 수준의 역량을 갖추고 있다. 정책분석은 여러 측면, 즉 핵심개념, 공동체 참여, 지속가능한 발전, 무형문화유산관련 분야 취업을 위한 미래세대의 교육 그리고 정부와 다른 이해 당사자들에 대한 자문지원 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또한 무형문화유산 정책결정 체계를 설명하고 다른 관련 정책 체계와 학문 간 참여의 범위를 정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학제 간 씽크탱크는 새롭고 혁신적인 접근법과 다양한 전망을 제공하는 데에도 유용하다.

대학을 통한 무형문화유산 진흥 및 보호 협력은 끝이 없기 때문에 범위를 한정해서 실행해야 한다. 무형문화유산에 대한 인식제고는 핵심적인 문제 중 하나로 미디어언론학과가 담당할 수 있다. 무형문화유산 종목의 역사 연구도 시작해야 한다. 응용교육 전략과 실제에 바탕을 둔 연구는 취업시장에서 대학원생들의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해준다. 우리는 연구, 교육, 정책결정, 관리, 유산 업무 등의 분야에서 대학원 이상의 전문가가 필요하다.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기록과 아카이브는 도서관과 아카이브학과에서 맡을 수 있다. 무형문화유산 보호에 있어서 대학과 협력하는 방법들은 상당히 흥미롭다. 여기서 논의되는 것들은 단지 시작일 뿐이다.

결론적으로 대학들이 2003협약의 한계를 지적하고 문제화하는 것이 협약 이행, 무엇보다 중요하게는 지역단위의 무형문화유산 보호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대학의 교육 프로그램은 심도있는 연구를 통한 무형문화유산 종목의 맥락화, 보유자와 전승자 공동체 간의 공동 교육확대 및 활성화 그리고 관광산업과 문화산업의 급속한 성장에 따른 상업화의 영향 등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이상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