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angible Cultural Heritage of Asia and the Pacific

발라폰(문화창조의 악기 발라폰, CCBY 2.0 Jamie Price)

무형유산과 창의성

대부분의 유네스코 활동의 기본은 인간의 창조역량 강화다. 이는 유네스코가 창조성을 현재와 미래 세대를 위한 긍정적이고 혁신적 변화를 가져오는 다면적인 인적자원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창조성은 문화적 표현과 변화를 가능하게 하는 혁신적 힘을 의미한다. 또한 창조성은 인간의 독창성을 이루는 한 부분이며, 발전 과제에 대한 풍부한 상상력과 적절한 대응책을 모색하는 데에 기여한다. 창조적 자산의 활용은 현재는 물론 미래에도 지구화 현상을 더욱 인간적인 것으로 만들어 나갈 수 있는 방법이다. 평화와 지속가능한 발전을 촉진하는 데에도 필수적인 요소이다. 이런 이유로 유네스코는 현재 중기 전략의 전략적 목표에 ‘문화표현의 창조성과 다양성의 증진’을 포함시켰으며, 이러한 목표 아래 프로그램과 활동계획 수립에 있어 무형문화유산 보호를 핵심적 위치에 놓고 있다.

실제로도 창조성은 2003 무형문화유산보호협약의 핵심 개념이다. 2003협약은 무형문화유산을 세대 간 전승을 통해 지속적으로 창조・재창조되는 관습과 표현, 지식, 기술로 파악한다. 또한 협약은 무형문화유산이 ‘공동체와 집단의 환경, 자연과의 상호작용, 역사에 따라 끊임없이 재창조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 따라서 창조성은 분명 무형문화유산의 특성이며, 이는 주변과 단절된 상태에서 생겨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언제나 살아있으며 전승과 보호 과정의 결과로서 변화하는 것이다. 무형문화유산은 과거로부터 온 것이지만 살아있는 유산으로서 현재와 미래에 속하는 것이다. 협약의 서문에는 무형문화유산과 창조성의 밀접한 관련성이 강조되어 있으며, 무형문화유산의 생산, 재창조, 전승과 관련 있는 공동체와 단체는 ‘문화적 다양성과 인류의 창의성에 대한 존중을 증진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는 수많은 구전전통의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다. 구전전통은 해석과 즉흥성에 의해 발전한다. 예를 들면, 레바논의 민속시의 한 형태인 알-자잘(Al-Zajal)을 연행할 때 남성과 여성 연행자들이 삶, 사랑, 향수, 죽음, 정치, 일상생활을 포함한 다양한 주제를 혼자 또는 합동으로 표현해내는데, 그들은 늘 변화하는 관중들의 사회적, 문화적 관심사와 관련된 의미들을 만들어내기 위해 지속적으로 이 시의 내용을 새롭게 창조한다.

사회관습과 의례라는 매우 광범위한 영역 속에서 우리는 탄생, 청소년기, 결혼 그리고 죽음과 관련된 수많은 생애 의례들을 발견할 수 있다. 이러한 삶의 순환과정은 특히 성(性)과 관련된 기준을 포함하여 변화하는 사회적 기준과 조건과의 상호관계 속에서 지속적으로 재창조되어 왔다. 모리셔스(Mauritius)의 기트-가와이(Geet Gawai)는 전통적으로 보지푸리(Bhojpuri)어를 사용하는 인도계 여성들이 결혼 전 의식으로 행하는 것인데, 의식, 기도, 노래, 음악 그리고 춤이 결합된 것이다. 최근에는 기트-가와이가 계급과 카스트 장벽을 깨는데 기여하는 바와 다민족사회 내의 사회적 유대를 강화할 필요성을 고려하여, 공동체는 공공 공연을 통해 이 관습을 확대하고 이웃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였으며, 남성연행자들도 사회화합에 참여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자연과 우주에 관한 지식을 보유한 사람들은 그들을 둘러싼 환경과 변화하는 사회적 상황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자신들의 지식체계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간다. 예를 들어 칼라와야족(Kallawaya)의 안데스 세계관(Andean Cosmovision)에서 약초에 대한 지식체계는 칼라와야족의 치유사들이 확립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이 지식체계는 그들이 다양한 생태계를 돌아다니면서 얻은 지식을 기초로 확립된 것이다.

전통공예 영역을 보자. 공동체들은 창조과정이 지니는 상징적 의미를 유지하면서도 제작과 유통을 다양화하거나 새로운 전승공간을 찾아냄으로써 자신들의 역량을 혁신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인도네시아 중앙 자바의 북부 해안가에 위치한 항구도시인 페칼롱간(Pekalongan)에서는 전통적으로 바틱(Batik) 제작 기예가 세대 간에 전승되어왔다. 이는 구전과 직접 경험을 통해 이루어지며 종종 가내 전승된다. 그러나 요즘 청소년들은 대부분의 시간을 학교에서 보내고 있기 때문에 교실수업이 연령별 체험활동과 연계되어 있다. 손으로 직접 그리거나 도장을 찍는 바틱을 포함한 공예는 오늘날 도시의 창조분야에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경제발전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지역의 공예 공동체가 기예전승을 중요하게 여기게 되었다.

마찬가지로 코트디브아르의 공동체는 발라폰(Balafon)과 관련된 전문기술을 강화하고 발라폰 문화산업을 촉진하기 위한 프로젝트에 참여하였다. 말리, 부르키나파소 그리고 코트디브아르의 세누포 공동체에게 발라폰 연주와 그에 관련된 문화관습은 중요한 무형문화유산의 일부이다. 이 문화 관습은 축제에서 오락거리를 제공하고, 기도할 때에는 반주를 해주며, 노동에 대한 열의를 북돋우고, 가치체계, 전통, 종교, 관습법 그리고 일상 활동에서 사회와 개인을 통제하는 윤리규칙에 대한 교육적 기능을 한다.

브라질의 바하이(Bahai)카니발은 어떻게 무형문화유산이 활기찬 문화 활동에 중요한 토대를 제공하여 문화산업을 촉진하는지 보여주는 놀라운 사례이다. 6일 동안 90만명가량의 관중이 이 카니발을 보기 위해 모여든다. 모두 12,000여명의 예술가와 200여 개의 단체가 참여하는 이 카니발은 고용을 창출하고 관광객을 끌어들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니발의 상업화는 두 가지 난제에 대해 규제력 있는 대응책을 요구한다. 바로 카니발에 참여하는 보유자와 공동체의 정체성을 위해 축제의 상징적, 문화적 의미를 보호하는 것이며 동시에 수입창출의 잠재력을 활용하는 것이다.

유네스코는 2003 무형문화유산보호협약이 공동체의 복지를 증진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이라는 도전과제에 대한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대안을 마련할 수 있는 강력한 수단임을 인지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최근 열린 협약당사국 총회는 협약의 운영지침서에 포함시킬 ‘국가차원의 무형문화유산보호와 지속가능한 발전’이라는 새 장을 승인하였다. 이 장은 사회적, 환경적 그리고 경제적 측면은 물론 유네스코의 핵심과제인 평화구축에 이르는 광범위한 분야를 모두 담고 있다.

과거의 경험과 미래에 대한 열망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발전과제를 해결하고 개인과 공동의 복지를 촉진하는 데에 있어서 공동체, 단체 및 개인들이 지닌 창의력을 보여주는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예를 들어 교육 분야를 보면 공동체는 지속적으로, 특히 자연과 사회적 환경과 관련하여 그들의 지식, 생활 기술, 능력 등을 창조하고 체계화하여 미래세대에게 전승하기 위한 방법들을 모색해왔다. 수많은 지식과 전통적인 전승 방법은 오늘날에도 활용되고 있으며 공식, 비공식 교육에 이를 통합하여 학습자들의 창의성을 자극할 수 있었다. 마찬가지로 대화, 갈등해결 그리고 화해의 사회적 관습은 세계적으로 모든 사회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이러한 관습들은 수세기에 걸쳐 특정 사회적, 환경적 맥락에 대응하면서 만들어졌고 공동공간과 자연자원에 대한 접근을 규제하고 사람들이 평화적으로 공존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무형문화유산과 위에 언급한 발전분야의 상호 호혜적 관계를 보여주는 다양한 사례들은 유네스코 브로슈어 ‘무형문화유산과 지속가능한 발전(Intangible Cultural Heritage and Sustainable Development)’에 실려 있다. 이들 사례들은 무형문화유산을 보호함으로써 공동의 미래를 함께 하고, 협약 서문에도 나와 있는 것처럼, 문화적 다양성과 인간의 창의성을 풍부하게 하는 전 세계의 공동체와 단체들의 창의력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