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angible Cultural Heritage of Asia and the Pacific

문화행사 장소로 활용되는 유산지구 © 방글라나탁 닷 컴

무형문화유산과 재생사업

문화유산은 과거로부터 물려받은 유산일 뿐만 아니라 현재와 미래의 모습을 만드는 중요한 요소이다. 사회, 정치, 문화 활동을 가진 인간의 생활공간은 거주민들의 정체성과 소속감, 연대의식을 형성하는 유·무형 문화유산에 의해 분명한 특색을 갖게 된다. 무형문화유산은 세대 간 전승이라는 역동적인 과정을 거치며 발전한다. 이러한 과정은 현재와의 지속적인 대화이며, 전통적 가치를 공유하는 유대감을 통해 세대들을 연결한다.

‘재생(regeneration)’이라는 용어는 최근 수십 년 간 도시공간의 변화 추세와 더불어 널리 사용되어 왔다. ‘문화유산과 재생’의 영역에서는 건축유산(built heritage), 물질문화(material culture), 기억(memories) 그리고 표현(representation)에 관한 담론이 우세했다. ‘문화유산의 보존(heritage preservation)’, ‘건물이나 지역에 대한 이용자 친화적 디자인(placemaking)’, 그리고 ‘건물의 재사용(adaptive reuse)’은 건축∙계획∙유산관리정책 및 그 일련의 과정 속에서 중요하게 고려해야 하는 사항이다. 예를 들어 유럽이나 북미의 재생 전략은 쇠퇴한 산업지역의 회생 혹은 활성화와 관련되어 있었다(UNESCO, 2016).

무형문화유산과 재생사업을 되돌아 보면 ‘장소’에서 ‘사람’으로 패러다임이 변화하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문화와 그 속성에 대한 인식 변화는 유네스코 세계문화 및 자연유산 보호협약(이하, ‘세계유산협약’)에서도 명시되어 있다. 1972년 유네스코 세계유산협약은 역사유적지와 자연보존에 초점을 맞추었다. 1972년 협약은 자연과 문화다양성을 보여주는 탁월한 사례들의 보편적 가치에 대해 말했다. 협약에서 정의하는 문화유산 영역은 기념물, 건축물, 그리고 고고학유적지 등이다. 이는 국제사회에 보편적 가치를 인식시키기 위한 하향식의 접근법이었다. 반면 2003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보호협약은 공동체, 단체 그리고 개인이 자신의 문화유산으로 인정하는 관습, 표현, 지식, 기술 및 관련 유물, 물건, 공간에 초점을 맞춘다. 도시와 농촌에서 무형문화유산과 재생사업을 고려할 때, 문화유산에 대한 이해의 초점이 ‘보편성’에서 공동체 및 개인 중심으로 옮겨간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Williams and Humphrys, 2015).

세계화와 디지털로 연결되는 세상 속에서 문화의 전파속도는 훨씬 빨라졌다. 동시에 지배적인 문화 조류와 사라져가는 소수 문화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2005년에 채택된 유네스코 문화다양성협약의 목적은 문화적 표현의 다양성을 보호하고 문화적 창조성을 육성하는 것이다. 이제 인간중심의 정책과 관습 그리고 공동체의 참여로 사고의 중심이 이동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위에 언급한 세 가지 협약은 모두 지속가능한 발전 의제를 다룬다. 1972년 세계유산협약에 따라 채택한 2015 정책문서와 2016년에 채택된 2003 협약의 운영지침은 문화유산과 경제, 사회, 문화적 차원의 지속가능한 발전뿐만 아니라 평화와 안정 사이의 상호의존성을 강조한다. 2015년에 발표된 2005 협약 세계보고서(The 2015 Convention Global Report)에는 부르키나 파소, 말라위, 세르비아, 케냐, 독일 그리고 프랑스와 같은 국가들이 문화가 사회의 지속가능성에 기여하는 바를 어떻게 밝혀냈는지 분석되어 있다. 일부 선진국들은 국제개발원조를 할 때 문화 분야와 창조산업에 우선적으로 지원한다(UNESCO 2015). 유엔지속가능발전목표 중 11번째 항목인 ‘지속가능한 도시와 공동체 건설’은 세계문화 및 자연유산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설정되었다. 이러한 상황 변화 속에서 무형문화유산과 도시재생의 중요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실제로 ‘재생’은 다양한 상황에서 다양한 의미를 지닌 메타포(metaphor)로 등장했다. 무형문화유산은 창조성의 원천이며 끊임없이 재창조되고 있다. 이에 바탕한 혁신을 통해 새로운 미래를 건설할 수 있다. 세계적으로 새로운 세대의 문화기업이 등장하고 있다. 무형문화유산에 기반한 문화산업과 창조기업은 소득과 고용창출 기회를 제공한다. 경제적 자율성이 높아지면서 삶의 질과 보편적 복지 또한 향상되었다. 문화유산 유적지와 기념물을 중심으로 하여 지역 전통, 음식, 예술, 공예를 홍보하는 문화관광은 많은 방문객을 끌어들인다. 경제적 측면에서 보면 도시재생은 빈곤에 시달리는 지역에서 최우선적인 선택이 될 수 있다. 재생 지향의 도시 디자인이 추구하는 목표는 새로운 방문객 층, 새로운 유통문화 그리고 창조적 참여를 위한 공간 중심의 사업을 통해 신규 투자를 유치하는 것이다.

재생과정에서 무형문화유산은 생산성 향상과 함께 더 많은 방문객을 끌어들이는 예술 영역을 개발한다는 면에서 큰 역할을 해 왔다. 그러나 특정 물리적 공간 혹은 지역성을 중심에 두는 재생은 지나친 상업화, 젠트리피케이션1구도심이 번성하면서 임대료가 오르고 원주민이 내쫓기는 현상, 진정성과 본질적 가치의 상실과 같은 부정적 결과를 낳았다. 또한 관광객의 증가는 상업화와 표면적인 단순화를 가져왔다. 아시아의 일부 문화기반 재생도시에서는 소득이 낮은 사람들이 밀려나는 젠트리피케이션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유네스코 2016).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계획을 수립하고 결정하는 과정에서 공동체의 호응과 참여가 필수적이다. 지역공동체는 도시의 문화자원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중요한 정보원이자 재생을 위한 아이디어의 원천일 뿐만 아니라 그들의 참여와 소유권은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도 필수적인 조건이다. 계획수립 단계부터 이행까지 지역공동체가 참여함으로써 재생과정이 더욱 강화될 수 있다.

원주민공동체는 특히 근대화와 세계화의 영향력으로부터 취약하기 때문에 무형문화유산은 지역의 요구를 직접적으로 반영하는 재생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살아있는 문화유산은 공동체의 정체성과 자부심 그리고 소속감을 강화하며 결과적으로 사회재생과 지역발전에 지역민의 참여를 유도하는 역할을 한다. 사회의 역동성을 위해 공동체가 주도하는 축제는 매우 권장할만한 방법이다. 도시에서 문화는 소속감을 기르는 데 좋은 수단으로 활용된다. 인종분리정책과 같은 식민지 잔재에 뿌리를 둔 불평등이 여전히 남아있는 아프리카 도시에는 포괄적이고 접근 가능한 다목적 문화공간, 축제를 기획하는 문화산업과 공동체, 예술가 그리고 지역정부 간의 협력관계를 보여주는 모범사례가 많이 있다(유네스코 2016).

오늘날의 세계에서 소속감을 기르는 것은 아마도 정체성을 강화하는 것보다 더 중요할지 모른다. 후자는 일부 문화요소와 외형, 그리고 특정 표현을 우선시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과거 십 여 년 동안 진행된 대규모 인구이동으로 인해 세계는 초다양성 시대에 직면했다. 이는 브랜드와 정체성 창출을 목표로 하는 문화기반 재생에 새로운 문제를 던져준다. 따라서 문화기반 재생과정에 있어서 관리자, 소유자, 이해당사자 그리고 모든 문화유산의 보호자들을 확인하고 인정하며, 그들과 협력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문화적 다양성과 형평성에 기초하여 결정하는 과정 또한 중요하다. 이렇게 해야 비로소 문화적 다양성이 문화기반 재생지역의 자산이 될 수 있다. 오늘날 공동체 활동에 참여하는 것은 새로운 공동체가 이주해옴으로써 영향을 받거나 갈등상황을 겪은 지역에서 사회적 연대감을 강화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미술과 공예 활성화를 통해 카불의 구시가지를 재건한 경우부터 스리랑카에서 수십 년 동안 전쟁을 했던 소수민족들이 친선을 다지기 위해 춤과 연극을 활용한 경우까지 매우 다양한 사례가 이를 반증한다. 초다양성 사회의 성장은 새로운 형태의 편견과 대립을 가져왔다. 하지만 동시에 새로운 국제적 문화관습, 사회공간의 공유 그리고 포괄적인 사회운동도 불러왔다. 무형문화유산은 초다양성 시대를 맞아 서로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공동의 토대를 만들어가는 데에 유용한 수단이다. 미술, 음악, 연극 그리고 스토리텔링은 서로 다른 종교, 언어, 민족을 잇는 가교가 된다. 문화적 추진동력은 문화공간과 축제이다. 여기서 행해지는 예술적 협력과 교류는 우정과 화합을 촉진한다(ICHCAP 2017, UNESCO 2016).

무형문화유산과 재생은 인간과 자연 간에 파괴와 갈등으로 점철된 세계 속에서 새로운 길을 찾는다. 유형유산과 무형유산 그리고 자연 사이에는 밀접한 관계가 형성되어 있다. 재생은 바로 이러한 상호관계를 강화하고 촉진할 때에 가능하다. 1972년 세계유산협약은 자연이 인간사회와 생활공간에 사회적·문화적·경제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주는 문화경관 보호의 중요성을 인정했다. 문화경관 보호는 지속가능한 근대적 토지활용법 발전에 기여하고 경관에서 차지하는 자연의 가치를 지키고 강화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세계 곳곳에서 지속적, 전통적 토지 활용을 통해 생물 다양성을 지켜내고 있다. 필리핀 코르딜레라스 산악지대에 위치한 계단식 논은 이푸가오 공동체가 여러 세대를 거치면서 헌신적인 노력을 통해 이어온 유산이다. 계단식 논이 부적절한 개발로 파괴되자 유네스코는 이 곳을 2001년 긴급보호목록에 등재하였다. 농사와 관개에 관한 전통지식 역시 생물다양성 보존에 크게 기여한다. 국내외적으로 전통 벼농사 체계를 강화하려는 노력이 이어졌고 그 결과 2012년, 이 종목은 긴급보호목록에서 해제되었다(IUCN 2017). 현재 국제농업개발기금에서는 공동체의 생계, 삶의 질 그리고 생태계 복원력을 향상시키기는 데에 문화와 자연에 관한 풍부한 지식을 활용하도록 지원하기 위해 원주민 공동체와 함께 시범사업을 수행하고 있다(IFAD 2016). 무형문화유산을 통한 재생은 모든 것을 포함하는 거대한 작업으로 자원관리를 개선하고 사회적 통합과 연대감을 통해 새로운 미래와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길을 닦는 일이다.

참고문헌

ICHCAP.2017. Contribution of Intangible Cultural Heritage to Sustainable Development in South Asia. Republic of Korea: ICHCAP

Larwood Jonathan, Sarah France, and Chris Mahon (Eds). 2017. Culturally Natural or Naturally Cultural? Exploring the Relationship between Nature and Culture Through World Heritage. United Kingdom: IUCN National Committee UK

Lawson, L., A.Kears. 2010. “Community Engagement in Regeneration: Are We Getting the Point?” Journal of Housing and Built Environment. 25: 19–36

IFAD. 2016. The Traditional Knowledge Advantage: Indigenous People’s Knowledge in Climate Change Adaptation and Mitigation Strategies.IFAD

Turquoise Mountain. Last accessed on June 15 2018. http://turquoisemountain.org/afghanistan

UNESCO. 2015. Re Shaping Cultural Policies—A Decade Promoting the Diversity of Cultural Expressions for Development. 2005 Convention GlobalReport. France: UNESCO

UNESCO. 2016. The Global Report on Culture for Sustainable Urban Development. France: UNESCO

Williams,Michael and Graham Humphrys.2015. “From Universal to Regional: Theoretical Perspectives on Regeneration and Heritage.”London Journal of Canadian Studies.30: 6–16

Notes   [ + ]

1. 구도심이 번성하면서 임대료가 오르고 원주민이 내쫓기는 현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