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angible Cultural Heritage of Asia and the Pacific

전주한옥마을 야경 © 전주시

무형문화유산과 도시재생 : 전주시 사례

전주의 역사와 무형문화

전주는 한국에서 전통문화로 가장 유명한 도시이다. 인간문화재 수 1위, 문화유산 지수 1위, 전통문화예술 공연 지수 1위를 차지할 정도로 한국의 전통문화가 가장 융성한 도시이다. 이러한 배경을 바탕으로 한국 정부는 전주를 전통문화 중심도시로 지정하였으며, 전주의 도시발전 전략에서도 전통문화가 항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이렇게 전주가 풍부한 전통문화를 갖게 된 것은 오랜 역사를 통해 전통문화가 활발하게 성장해왔기 때문이다. 전주는 구석기 고인돌이 출토된 연대를 토대로 볼 때 선사 이전부터 사람들이 거주했으며, 역사서에 처음으로 지명이 나타난 것은 685년이다. 전주는 역사적으로 도 행정중심지였으며, 지금까지 그 역할을 계속 해오고 있다.

전주의 무형문화유산은 고려시대(918-1392)부터 문헌에 나타난다. 전주지방관리였던 이규보(1169-1241)가 쓴 『동국이상국집』에는 전주 주민들이 석가탄신일에 줄지어 경복사에 가는 모습, 덕진연못에서 용왕에 기우제를 지내는 이야기, 단오절 성황제를 지내는 내용이 실려 있다. 이는 당시 불교문화와 토속문화(기우제, 단오제, 성황제, 용왕제)가 활발하였음을 보여준다. 고려시대에는 초파일이나 단오제에 가무백희가 활발하게 이루어졌기 때문에 전주의 초파일이나 단오제에서도 마찬가지였을 것으로 보인다.

유교를 국교로 삼았던 조선(1392-1910)은 건국과 함께 불교를 탄압하였다. 전주에서도 유교가 크게 강성하고 불교문화는 매우 약화되기 시작하였다.

조선을 세운 이성계(1335-1408)가 전주 호족가문 출신임에 따라 전주는 조선왕조의 발상지로 인식되었다. 1410년 조선의 3대왕인 태종(재위 1400-1418)은 전주에 조선의 건국자인 이성계를 모시는 사당인 경기전을 지었다. 경기전에서는 이성계를 모시는 다양한 의례가 열렸고 지금도 행해지고 있다. 또한 1475년에는 9대 왕인 성종 대에 왕들이 하는 말과 행동, 행정을 날마다 기록하여 정리한 실록을 보관하는 사고(史庫)를 경기전에 세웠다. 왕들의 행실을 빠짐없이 사료로 남겨 왕이 더욱 올바르게 국정을 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관찰사들도 각종 일지를 작성하였다. 이는 기록하고 성찰하는 유교문화의 영향 때문이었다.

유교문화는 전주의 향교와 선비를 통해서도 잘 드러난다. 전주한옥마을에 있는 전주향교에서는 공자, 맹자, 증자를 포함하여 중국과 조선의 유학자들을 모시고 있다. 향교는 제례를 통하여 이들의 정신을 이어받고, 이들이 저술한 책을 공부하는 공적인 학교였다. 전주향교에서는 현재까지도 공자를 비롯한 유학자들을 모시는 석전대제를 매년 봄과 가을에 지내고 있다.

조선시대 말, 서양식 학교를 도입한 이후 현재에 이르러서는 전주향교에서 예절과 서예와 유교를 가르치고 있다. 향교 인근에는 여러 선비들이 거주하며 유교사상을 정리하면서 이를 삶에서 몸소 실천하였다. 아직까지도 유교 윤리와 사상이 전주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전주는 조선에서 가장 중요한 지방도시의 하나로서, 감영에서는 여러 가지 문화사업을 펼쳤다. 그 중 하나가 책을 만들어 배포하는 일이다. 목판에 글자를 파서 한지에 찍어 책을 만드는 방식을 통해 유교, 윤리, 농업, 의료 등과 관련된 책을 주로 출간하였다. 전주는 출판지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였는데, 전주 부근의 맑은 물과 좋은 닥나무로 양질의 한지를 만들 수 있었기 때문이다.

조선 후기에는 민간인들이 다량의 서적을 출간하여 전국에 판매하였다. 또한 주변에서 흔히 자라는 대나무로 부챗살을 만들어 한지를 붙여 만든 합죽선이나 태극선을 왕에게 진상하였다. 좋은 한지를 생산할 수 있는 천혜의 환경 덕분에 한지와 관련된 출판, 서화, 공예가 활발하게 꽃을 피웠다.

조선시대에 전주는 국악이 가장 활발하게 공연되는 지방 도시였다. 감영의 관찰사는 지역사령관도 겸했기 때문에 겨울이 되면 전라도의 모든 군인을 모아 대규모 군사훈련을 하였다. 전주에서는 훈련이 끝나는 날, 광대나 재인들을 불러 군인을 위무하는 대규모 잔치를 열었다. 밤에 대낮처럼 불을 밝히고 각종 음악을 공연하고 연희를 하였다.

전라도에서는 무당굿이 활발하여 무가(巫歌)가 발전하였는데 이 과정에서 신과 관련된 내용이 빠지고 사설을 중심으로 하는 판소리가 발전하였다. 전주부와 전주감영은 조선 최고 소리꾼들을 불러 서로 경쟁을 붙여 놀이를 더욱 흥겹게 만들었다. 조선에서 가장 신명 나는 놀이판이 벌어지자 전국에서 내로라하는 공연자들이 모여들었다. 이곳에서 이긴 소리꾼은 궁궐 혹은 고관대작의 집에 가서 비싼 공연료를 받고 소리를 했다. 왕으로부터는 관직을 받기도 했다. 전주신청(全州神廳)에 속한 광대나 재인 혹은 소리꾼들은 관아의 행사, 사또의 생일잔치, 장원급제 행사, 동제나 당제, 기우제 등에서 공연하고 대신 납세, 병역, 부역을 면제받았다.

민간의 생일잔치, 환갑잔치, 혼인잔치에 불려가서 연주하면 돈이나 곡식을 받았다. 소리꾼이 전주장날에 장터에서 무대를 가설하고 춘향가를 부르면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렸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이러한 이유로 전주는 지방 국악의 중심지가 되었다.

고려시대 기록에도 나오는 전주 단오제는 전국에 명성을 떨치고 있었다. 특히 덕진연못에서 머리를 감고 멱을 감으면 머리에 윤기가 나고 각종 병도 낫거나 걸리지 않는다고 믿어 전라도뿐만 아니라 충청도와 경상도에서도 사람들이 단오제에 덕진연못을 찾아왔다.

덕진연못은 항상 깊고 맑은 물이 넘쳐 모내기가 끝나고 잠시 쉴 때 물맞이하기에 좋은 곳이다. 1938년에는 3만 명에 이르는 부녀자들이 이 곳에서 머리를 감고 몸을 씻었다. 많은 인파가 모이니 다양한 먹거리와 술을 파는 난장이 크게 열렸다. 각종 공연이 이루어지고 씨름과 그네뛰기 같은 놀이가 활발하게 행해졌다.

전주구도심의 재생과 무형문화

한국은 거주자가 적고 주민의 저항이 적은 도시 외곽 지역에 신시가지를 개발하는 방식으로 도시 개발을 추진하였다. 인구가 급속하게 증가할 때는 이러한 방식을 통해 성공리에 도시의 팽창을 도모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인구유입이 감소하면서 새로 개발된 신시가지로 주민, 상가, 공공기관이 이전하자 구도심은 점점 인구가 줄어들고 빈집과 건물이 늘어나면서 점차 게토화되었다.

전주시의 경우에도 1980년대 외곽 지역에 대규모 신시가지를 개발해 도시를 확장하는데 성공했지만 1990년대 들어 인구유입이 감소하면서 신시가지 개발은 오히려 도심의 인구, 상가, 공공기관을 감소시켰다. 특히 고소득층이나 젊은 세대가 대거 아파트 단지로 이사 나가고, 전북도청, 전북지방경찰청, 전북도교육청 등 대형 공공기관이 신시가지로 이전하면서 구도심은 급속히 쇠퇴했으며, 노인들이 주로 남게 되었다. 이들은 상대적으로 거주환경이 열악한 오래된 한옥주택에 살았다. 가난한 주거지로 바뀐 구도심은 점차 빈집도 늘어나고 환경도 더 나빠졌다.

전주시는 이 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 2002년 한∙일 월드컵 축구경기가 전주에서 개최될 때 월드컵 관람객들에게 전통문화 볼거리와 체험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쇠락한 구도심 지역의 한옥을 활용하는 구도심(전주한옥마을) 활성화 계획을 세웠다.

전주시는 볼거리와 체험거리의 핵심이 되는 영감을 전통문화에서 찾았다. 판소리, 국악과 같은 전통음악을 듣고 배우고, 한지와 부채와 공예품을 만드는 전통문화를 체험하고, 한복을 입고 전통적인 예절이나 전통문화를 배우고, 그리고 한옥에서 숙박을 하며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전주음식을 직접 만들어 보거나 먹도록 하는 것을 핵심 프로그램으로 개발했다.

또한 전주단오제(풍남제로 명칭이 변경되었음), 전주세계소리축제와 같이 전통문화를 중심으로 하는 축제를 구도심에서 개최했다. 동시에 전통문화공연장을 만들어 계속해서 공연을 열었으며, 주말에는 길거리에서도 전통공연이나 이벤트를 진행했다.

이를 위해 문화재 보호를 명목으로 폐쇄했던 경기전과 향교를 개방하였고 전통문화 프로그램을 대폭 확대했다. 한옥마을 곳곳에서 다양한 전통문화 행사를 하도록 촉진하였으며, 전주시와 민간 자본이 협력해 한옥생활체험관, 공예품전시관, 전통문화센터(전통공연장, 전통결혼식장, 전통음식관), 어진박물관, 공방촌, 최명희문학관, 전통한지원(한지제작 체험), 한지공예관, 소리문화관, 소리청(전통음악공연장), 한방체험관, 김치문화관, 전통술박물관, 부채문화관, 전통문화연수원, 전주완판본문화관과 같은 시설을 설립하여 다양한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도심공간으로 만들었다. 또한 이러한 전통문화를 듣고 보면서 걸을 수 있도록 도로와 골목을 개선하였다.

전통문화의 이미지를 강화하기 위해 전통문화축제와 프로그램을 한옥마을에 집중시켰으며, 민간인들이 새로운 전통문화 프로그램을 한옥마을에서 진행하도록 지원하였다. 한옥을 지으면 5000만원까지 보조하였고, 한옥 이외의 건물은 짓지 못하게 했으며, 다양한 한옥시설물을 건축하였다. 한옥마을 간선도로 이름을 경기로에서 태조로로 바꿨고, 각각의 역사적 또는 문화적 장소에 해당 장소의 역사와 문화를 설명하는 안내판을 만들었다. 중심도로에 전통적인 정원과 정자와 물길을 설치하였고, 문화관광 해설사를 두어 한옥마을 곳곳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설명을 들으면서 돌아볼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이렇게 전통문화를 부각시키고 활성화시키자, 전주한옥마을은 한국에서 전통문화를 가장 풍부하게 제공하는 공간이 되었다. 이를 바탕으로 전주시는 중앙정부에 발전계획을 지원해달라고 요청했고, 중앙정부는 전주시를 전통문화중심도시로 지정하여 전통문화를 활성화하기 위한 각종 노력을 지원하였다.

이 과정에서 인근에 국립무형유산원, 한국전통문화전당이 설립되었고, 이 곳을 통해서 방문객들에게 다양한 전통문화 공연과 공예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이밖에 중앙정부의 지원을 받아 달빛 아래에서 전통문화를 관람하고 체험하는 야간 프로그램과 같은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런 노력을 바탕으로 전주는 유네스코음식창의도시, 슬로우시티로 지정되었고, 유수의 해외 언론과 미디어가 선정한 아시아에서 꼭 방문해야 할 도시로 꼽히기도 하였다.

전주한옥마을은 2000년대 이후 개발된 한국 관광지 중에서 한국의 전통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최고의 관광지로 성장하였다. 하지만 관광객이 크게 증가하면서 전통과 현대 또는 한국과 외국의 문화가 혼성된 공연이나 퓨전음식도 동시에 늘어나고 있어 전주한옥마을이 한국의 전통무형문화를 배우고 체험하고 즐길 수 있는 전통문화중심지로서의 특성을 상실하는 것이 아닐까하는 걱정도 커지고 있다. 혼성문화가 확산되면서 한국 전통의 무형문화만이 간직한 진정성을 제대로 유지하지 못할 경우 관광지로서 매력이 떨어지고, 이는 결국 방문객 감소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고민이 계속되고 있다.

무형문화유산을 바탕으로 하는 전주의 정체성과 미래

조선왕조의 출향지로서 태조 이성계의 어진과 전주 이씨의 사당이 있는 전주는 조선 건국 중심지로서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풍부한 출판문화와 유교정신에 대한 자긍심 또한 높다.

더불어 조선시대부터 대사습놀이를 통하여 대한민국 최고 명창들의 공연이 활발하게 열리면서 국보급 명인명창들을 다수 배출하였고 또한 전국 최고의 귀명창들이 사는 도시로서 명성을 이어왔다. 이러한 전통이 바로 전주를 전국에서 무형문화유산이 가장 활성화된 도시로 만들었다.

전주는 전국에서 가장 높은 전통문화 향유율을 자랑하며, 사람들의 생활 곳곳에 전통문화가 자연스럽게 배어 있다. 전주 사람이라면 판소리를 잘 듣는 귀명창을 뛰어 넘어 소리 한마디쯤 해야 행세를 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스스로 전통문화에 매우 익숙한 것으로 생각하며 이를 긍지로 여긴다.

외부에서도 전주를 한국의 전통문화가 시민들의 생활 속에서 가장 잘 구현되는 도시로 생각한다. 지역 안팎에서 모두가 ‘전주’ 하면 바로 전통문화를 떠올린다. 따라서 도시발전 전략에서도 전통문화가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전주는 이미 쇠락했던 구도심을 전통문화를 체험하는 전국적인 도시관광지로 성장시키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전통문화를 바탕으로 하는 도시발전이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했다. 전통생활문화의 전승과 생활화가 과거에 얽매이는 것이 아니라 미래로 가는 길이라는 생각도 심어주었다.

전주시는 이러한 성과를 더욱 확장하여 한층 다양한 문화를 배경으로 전주를 세계적인 문화도시로 발전시키려고 한다. ‘전국 최고의 문화예술 도시브랜드 강화’, ‘가장 한국적인 미래관광 중심도시 전주’, ‘과거와 미래가 공존하는 전통문화유산도시 조성’, ‘지속가능한 명품 한옥마을 조성’을 통하여 전주 도심 전체를 전통과 근대 문화예술을 동시에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자 하고 있다. 전주의 풍부한 무형문화유산을 박제된 무형문화가 아니라, 전통의 진정성을 담아내면서도 동시에 현대성을 반영하는 방식으로 확장시키고자 한다.

전주시는 문화예술이 일상생활에서 자연스럽게 활성화되도록 적극적으로 문화의집을 비롯한 생활문화센터와 문화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시민들이 스스로 참여하는 문화예술 활동을 더욱 활성화시켜서 관광과 산업 발전을 더욱 촉진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