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angible Cultural Heritage of Asia and the Pacific

남부 필리핀 타위-타위(Tawi-Tawi) 시탕카이(Sitangkai)섬 해변에 정박해 있는 레파, 1990년대 초 © 제수스 페랄타(Jesus Peralta)

레파(Lepa) : 바다 위 삶의 터전

바다의 집시라 불리는 필리핀의 사마 딜롯(Sama Dilaut)은 바다 위에서 생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동남아시아 사마족의 일부인 그들은 최근 해안가를 따라 영구 정착하기 전까 지 산호초 삼각지대(Coral Triangle)1필리핀, 인도네시아, 파퓨아 섬 북서부를 잇는 지역 : 편집자 주 지역의 섬들을 누비며 살았다.

사마족이 바다 위에서 살게 된 역사는 멀리 마지막 빙하기가 끝난 시점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빙하기가 끝나고 해수면이 상승하면서 그들은 선상가옥을 타고 동태평양을 가로지르게 되었다. 이 오랜 전통이 오늘날 동남아시아인의 일부 조상들의 생활에 영향을 미쳤다.

타위-타위(Tawi-Tawi)와 시탕카이(Sitangkai), 술루(Sulu)섬에서는 선상가옥을 레파(lepa)라고 부르는데, 이는 필리핀에서 가장 아름다운 전통 배들 중 하나로 여겨지고 있다. 레파는 통나무배인 부고(buggoh) 중에서 가장 복잡한 형태이다. 노를 저어 속도를 낼 수 있으며, 어부들이 작살로 물고기를 잡거나 잠수할 장소에 정박시킬 수도 있다. 부고 제작은 이물(munda, 뱃머리)과 고물(boli, 배꼬리)에 나무 판자를 대고 그 끝에 선수주재(stem post) 대신에 받침쇠2투자(tuja), 나사를 끼우거나 문고리를 달 때 그 밑에 대는 쇠판 : 역자 주를 붙인다는 점에서 다른 배의 제작과는 다르다고 할 수 있다

레파는 수심이 얕은 바다를 항해할 수 있도록 고안되었으며 길이가 9-15m, 폭이 1.5-2.2m에 달해 바다에서도 여러 가족들이 생활할 수 있도록 제작되었다. 초기에 레파 제작에 사용된 재료는 풀처럼 보이는 망그로브(Heritiera littoralis Ait, 벽오동과)나무였다.

레파의 각 부분은, 지역에서는 동곤(dongon)나무로 알려진 망그로브의 특정 부분을 이용하여 제작된다. 땅에 쓰러져 닿은 나무의 옆 부분은 선체를 만들 때 이용된다. 판근(板根) 부분은 이물을 만드는 데 쓰이고 나무 꼭대기는 고물을 만드는 데에 사용된다.

얕게 파낸 부분은 타다스(tadas) 또는 루나스(lunas)라고 불리는데, 용골3선박바닥의 중앙을 지지하는 부재로서 선체를 지탱하는 역할을 함 : 역자 주의 기능을 하며 폭은 배의 외판보다 넓다. 가운데는 평평하며 이물과 고물 받침쇠 쪽으로 가면서 수직으로 휘어진다. 선체 윗부분은 나무의 몸통줄기로 만든다. 선체는 양쪽 끝으로 가면서 자연스럽게 좁아지기 때문에 타다스의 이물과 고물 끝은 수평으로 평평해야 한다. 레파가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이러한 초승달 형태의 배 모양 때문이다.

타다스의 바로 옆, 가장자리 끝에 고정된 외판은 팡가하핏(pangahapit)인데, 이는 이물의 받침쇠에 붙어 있다. 고물 끝에는 나무판자가 고물 받침쇠에 붙어 있다. 받침쇠는 링가얏(lingayat, 조각품)이라고 하는데, 그것이 이물의 받침쇠까지 확대되면 두룽 문다(durung munda)라고 하고 고물 받침쇠까지 확대되면 두룽 불리(durung buli)라고 한다.

팡가하핏 옆에 붙어있는 것은 벵콜(bengkol, 나무판자)인데, 옆에 다른 판자를 이어 붙여 고정시킨다. 이것은 마치 긴 팔처럼 이물까지 이어진다. 오킬(okil, 정교한 디자인)은 배의 이물을 아름답게 장식한다. 오킬은 장식적이기도 하지만 해변으로 다가갈 때나 암초를 통과할 때 배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탐부코(tambuko, 돌출부)는 나무판자의 안쪽 부분에 있는 것으로 숭콜(sungkol, thwart)4널빤지를 가로질러 뱃전에 앉을 수 있도록 한 부분 : 역자 주의 지지대 역할을 하는데, 나무 조각을 장부구멍에 꼭 맞게 끼워 넣어 고정할 수 있다. 레파는 선체의 옆 부분을 높게 만들기 위해 널빤지를 추가로 덧붙여 고정시킨다. 송진과 섬유질의 혼합물을 이용해 널빤지 틈새를 메운다. 숭콜 위에는 란타이 사히그(lantay sahig, 탈부착이 가능한 갑판)가 있다. 여기에서 낚시를 하거나 그 위에 물건을 싣는다.

레파는 타다스 안에 움푹 들어간 곳의 앞 갑판(muhang)에 있는 분리식 외돛대를 올려서 운항한다. 지붕을 받치는 중앙 기둥을 지탱하기 위해 돛대의 고물 쪽에 Y자형 말뚝을 박는다. 지붕은 니파야자를 바느질로 이어 붙여 만든다. Y자형 말뚝과 지붕은 항해 중에 떼어 낼 수도 있다. 영구적 형태의 주거구조를 갖춘 몇몇 레파는 선체와 지붕이 연결되어 있다.

다른 레파의 장식물에는 선체의 앞뒤에 위쪽으로 돌출된, 정교하게 장식된 스워트(thwart)뿐만 아니라 기둥을 지탱하기 위해 상부표면에 설치하는 Y자형의 말뚝, 작살, 돛대 그리고 기타 항해용품들이 포함된다.

현재 동남아시아에서는 극소수의 사마 공동체만이 레파에서 거주한다(Abrahamsson & Schagatay, 2014). 사마 딜롯은 수년 전에 레파 제작을 중단하였다. 레파 건조가 정체 상태에 있지만 제작기술 복원이 아주 늦은 것은 아니다. 동남아시아 일부 지역에서는 레파 축제가 열리고 있어 사마 딜롯의 사라져가는 선상가옥 제작기술을 되살릴 수 있는 기회 내지는 자극제가 되고 있다.

참고문헌

Abrahamsson, E. and Schagatay, E. (2014). A Living Based on Breath-Hold
Diving in the Bajau Laut. In Human Evolution, 29(1-3), pp. 171-183.
Peralta, J. Ed. (2001). Prehistoric Links of the Sama Lepa of Tawi-Tawi. In
Reflections on Philippine Culture and Society (Festschrift in Honor of William Henry Scott). Manila: Ateneo de Manila University Press.

Notes   [ + ]

1. 필리핀, 인도네시아, 파퓨아 섬 북서부를 잇는 지역 : 편집자 주
2. 투자(tuja), 나사를 끼우거나 문고리를 달 때 그 밑에 대는 쇠판 : 역자 주
3. 선박바닥의 중앙을 지지하는 부재로서 선체를 지탱하는 역할을 함 : 역자 주
4. 널빤지를 가로질러 뱃전에 앉을 수 있도록 한 부분 : 역자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