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angible Cultural Heritage of Asia and the Pacific

불상 © 담라이 금속공예공방

담라이 금속공예품 : 풍부한 문화유산 이야기

담라이는 방글라데시 금속주조의 중심지로서 수도인 다카에서 북서쪽으로 39km정도 떨어진 곳에 있다. 한산한 시골 마을인 이곳은 한때 아름다운 자연의 소리와 더불어 주조 공장에서 들려오는 금속음의 쨍그랑대는 선율과 리듬이 마을을 찾는 손님들을 맞이하던 곳이다. 인도반도에서 금속공예 역사는 기원전 20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풍부한 예술 전통을 가진 벵골에서도 금속공예는 매우 중요한 분야로 손꼽힌다. 역사에 따르면 이곳의 숙련된 공예가와 조각가들은 다수의 걸출한 금속공예 작품을 제작했다고 한다. 걸작품들은 웅대한 디자인과 고급스러운 세부양식, 장인의 경이로운 솜씨를 뽐냈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미적으로나 예술적으로 뛰어났던 문화유산은 옛 영광을 이어가지 못하고 이제는 얼마 되지 않는 공예가들만 남아 천 년 이상 오래된 예술을 되살리기 위해 애쓰고 있다.

과거 방글라데시에서는 다양한 종교와 문화가 조화를 이루었다. 수천 년 동안 수많은 힌두교도들이 이곳에 모여 살았다. 불교는 지금도 여전히 미얀마 국경 인근 구릉지에 널리 퍼져있다. 1947년 대규모의 힌두교도들이 방글라데시에서 인도로 탈출한 이후, 방글라데시 독립전쟁이 끝난 1971년 후에도 힌두교도들의 탈출이 반복되면서 현재 방글라데시에서 힌두교 공동체는 전체 인구의 10%도 안 되는 소수민족으로 남았다.

전통적으로 다수 힌두교도와 소수 불교도가 모두 금속분야에 종사했다. 그들은 일상 생활용품부터 불교와 힌두교 조각상에 이르기까지 예술공예품을 통해 종교∙사회적 상상력과 신념 그리고 메시지를 형상화했다. 담라이는 뛰어난 품질과 솜씨 그리고 탁월한 미적 감각이 돋보이는 공예품이 탄생했던 곳으로, 수세기 동안 전통 금속공예 활동의 중심지였다. 1950년대 초 담라이시물리아 지역에는 약 30개 마을이 금속공예품을 거래했지만 지금은 겨우 10~12가구만이 역경에 맞서며 전통을 이어가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렇게 된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과거 금속공예품을 즐겨 사용했던 인도반도의 귀족문화가 쇠퇴하면서 시장이 위축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가지 희망적인 사실이 있다면, 현재 필자가 이끌고 있는 NGO단체 담라이 금속주조 보존 계획(Initiative for the Preservation of Dhamrai Metal Casting, 이하 ‘담라이보존계획’)이 담라이에서 금속공예의 옛 영광을 되찾는 임무를 맡고 있다는 점이다. 필자의 조상인 고(故) 랄 모한 바니크가 이 일을 시작했고, 현재까지 200년 간 후손들이 공예품 거래업에 종사하며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담라이의 로트콜라 거리에는 생전에 바니크가 살았던 아름다운 집이 남아있다. 역사가 100년에 이르는 이곳은 방글라데시의 금속공예품을 공급했던 주요 장소이다.

바니크 가문은 방글라데시 독립전쟁 기간에 엄청난 손실을 보았고, 금속공예품 거래업 또한 거의 중단되었다. 그 후 바니크 가문에는 5명의 직원들만 남았다. 필자는 바니크의 후손으로서 공예 거래업을 되살리기 위한 사명감으로 2000년에 침체된 가업을 물려받았으며, 고인이 되신 숙부 샤키 고팔 바니크와 부모님이신 파니 부샨과 타라 라니의 도움으로 ‘수칸타 담라이 금속공예 공방(이하 ’수칸타공방‘)’을 시작했다.

금속공예는 공예품과 골동품을 찾아 담라이에 자주 왔던 외교 커뮤니티를 비롯한 외국인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인도와 미국, 유럽에는 동양의 금속공예품, 특히 종교적 이미지를 담은 공예품을 거래하는 큰 시장이 형성되어 있다. 필자는 이러한 네트워크를 통해 미국 국제개발기구의 국제 보건 자문관 매튜 S. 프리드만을 만났다. 그는 전통예술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매튜 프리드만과의 인연으로 NGO 담라이보존계획은 2002년  미국 대사 문화보존기금(AFCP)으로부터 14,300 USD를 지원받을 수 있었다. 담라이보존계획은 이 자금으로 공예품 제작과정을 영상으로 제작했고, 2007년 스위스 상영전에서는 찬사를 들었다. 또한 네팔과 기술교류 프로그램을 통해 공예가를 훈련시켰다. 담라이에서는 훈련 워크숍과 더불어 200명의 어린 학생들과 함께 문화유산 인식제고 워크숍도 개최했다. 벵골미술관에서 열린 공예 전시회는 국내외 수많은 예술애호가들의 주목을 받았다.

현재 담라이 금속공예 예술가들이 주로 사용하는 방식은 오랫동안 전해 내려오는 납형 주물법 전통으로, 밀납을 파라핀과 혼합하여 조각상 등을 제작할 때 사용하는 방법이다. 장인들은 탁월한 예술성을 지닌 금속제품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기술들을 사용한다. 장인들은 주로 다섯 가지 전통 주조기술을 사용하는데, 납형 주물법, 점토 주물법, 모래 주물법, 숟가락 주조법, 연판 주조법이 그것이다. 제작 과정에는 전통적으로 구리, 주석, 철, 수은, 납, 금, 은과 같은 기본 재료가 활용되지만 이 곳에서는 보통 황동, 종청동(bell-metal) 혹은 백동, 청동의 3가지 합금이 쓰인다.

담라이는 잊혀진 기술이었던 밀랍 주조 방식을 복원해서 사용하고 있다. 천연밀랍에 파라핀을 섞어 조각상이나 입체적인 그림을 만드는 방식이다. 우선, 밀랍으로 기본적인 형상을 만들고 장식을 한다. 그 다음 형상에 세 겹으로 진흙을 바른다. 붓으로 형상에 아주 고운 흙을 바르는 것이 첫 번째 층이다. 두 번째 층은 접착력을 높이기 위해 삼베와 모래를 섞은 진흙을 발라서 만든다. 마지막 세 번째 층은 왕겨를 섞어 만든다. 이 작업이 끝나면, 실온에서 며칠 간 말린다. 다음 단계에서는 금속주조용 주형틀을 만든다. 금속 물질을 도가니 속에 넣고, 형상과 도가니에 각각 화력을 가한다. 타버린 형상은 밀랍이 녹아 증발하면서 안쪽이 비게 되는 사이에 겉면이 조가비처럼 단단해진다. 도가니 안의 금속이 녹아 쇳물이 되면, 만들어진 주형틀에 따라 부어 원하는 형태로 굳힌다. 마지막으로 주형틀이 식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틀을 깨고, 그 속에서 형태를 갖추고 있는 금속을 꺼내어 마무리 손질을 한다.

수칸타공방의 작품은 다양성과 디자인, 마감 처리, 품질에서 탁월하다. 필자는 전통 방식대로 공예품을 만들면서, 동시에 다양한 문화가 융합된 현대풍의 조각도 소개하고 있다. 정교하고 훌륭한 제품은 창조적인 생각과 뛰어난 기술, 고도의 정확성, 열정, 헌신, 제작시간에 비례하며, 때로는 한 작품을 완성하는 데에 여러 달이 걸리기도 한다. 이렇게 탄생한 조각상에는 관능과 영성(靈性), 아름다움이 깃들어 있다. 마치 영원과 불멸을 위해 창조된 듯한 작품들은 고대 문화의 신비와 황홀경을 반영한다.

방글라데시 독립 이전의 벵골의 역사는 초기 불교도와 힌두교도들이 정착하여 번성했던 팔라 왕조 시대(A.D. 800~1,000)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담라이에서 제작된 금속공예품은 이러한 긴 역사를 뚜렷하게 반영한다. 현재 수칸타공방은 팔라 왕조 시대부터 발전하였지만 유행이 지나버린, 복잡하고 정교한 형식의 팔라 예술을 되살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풍부한 문화유산을 향유하는 것은 현 세대에게 자부심을 심어주며, 세대를 통해 전해 내려온 전통을 보호하고, 예술과 공연을 향한 감사의 마음을 배가시킨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방글라데시의 빼놓을 수 없는 문화유산이자 수백 년 간 이어온 예술적 전통인 담라이의 금속공예는 이제 영원히 사라질 운명에 처해 있다. 벵골의 중요한 문화유산이며, 인도 주변부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이 풍부한 예술을 되살리고 활성화하는 것은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경제적 측면에서 볼 때에도 담라이 금속공예를 활성화하는 것은 국제시장에서 상당한 가치를 지닌다. 비 전통 수출품목에 금속공예를 추가하여 수출품의 확대로 인한 부가가치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담라이의 금속 제품들은 오늘날 기계로 대량생산하는 획일적인 제품과 달리 순수하게 수작업으로 만든다. 전통 방식으로 제작한 새롭고 다양한 주형틀을 사용하기 때문에 모든 작품들이 매우 독특하다. 복잡한 디자인과 각 작품에 깃들어 있는 정신적 가치는 공예가들의 지식과 창조적인 예술적 능력이 결합된 결과이다. 또한 담라이 금속 제품은 애호가들의 눈과 마음을 만족시키는 창조물로서 뛰어난 미적 가치를 담고 있다.

담라이의 금속공예 공방 중에서 수칸타공방은 다양성과 디자인, 마감처리, 품질에서 우월한 위상을 인정받고 있다. 우리는 금속조각상을 통해 종교인이나 세속인, 혹은 관광객의 종교적 열망을 조화롭게 담아 낸다. 사람들의 눈길을 끄는 정교한 작품들은 창조적인 생각, 탁월한 기술, 고도의 정확성, 열정, 헌신 그리고 제작에 들인 시간을 통해 비로소 빛을 발한다. 방글라데시가 현재에도 고대의 전통이 잘 보존된 몇 안 되는 나라 가운데 하나가 된 것은 수칸타공방의 끊임없는 노력 덕분이다.

이제 미래세대가 이 위대한 예술품의 미적 가치를 확인하고 감상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예술품의 복원과 보존 작업을 서둘러 시행해야 한다. 전통을 잃어버리는 것은 인류에게 커다란 손실이기 때문에, 지역유산을 세월이 흘러도 변치 않게 보존하고 보호하는 일은 필수적인 임무이다. 지역 단위의 계획과는 별도로 유네스코와 같은 국제기구는 이러한 유산을 보존하고 유지하는 일을 지원할 수 있다. 하지만 공예예술을 보존하고 전승하는 데에는 몇 가지 장애가 있다. 자본의 부족, 원료 공급과 가격의 불안정성, 시장 진출을 경시하는 시선, 금융기관의 무능한 지원책, 번거롭고 관료적인 수출 정책 등이 그것이다. 금속공예와 같은 인류의 전통문화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예술 분야에 대한 후원, 공예가들의 훈련과 홍보를 통한 사회적 인식 제고, 원료의 안정적 확보, 국내외 전시회 개최, 제품의 다양화, 제품의 기준 준수와 품질 유지 같은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여러 시대를 걸친 예술품들은 소유자에게 유산의 일부가 되며, 자손대대로 전해진다. 담라이 금속공예는 거의 사라질 위기에 처하였지만, 이 훌륭한 방글라데시의 유산을 복원할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 오랜 역사를 지닌 공예품에는 과거의 문화, 종교 그리고 사회구조를 반영하는 많은 이야기가 녹아있다. 이런 이야기들은 전통 금속주조 공예가의 사회적 배경을 연구하는 사회과학자와 고고학자들에게 매우 흥미로운 주제가 될 수 있다. 또한 공예품은 종교적, 사회적, 민족적 가치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민족고고학의 연구 주제가 될 수 있다. 끝으로 이 지역사회의 현대 문화 연구에서 물질문화 생산의 기초가 되는 관계들을 이해하고, 지역사회의 발전에서 금속공예가 어떠한 역할을 했는지 밝히는 데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