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angible Cultural Heritage of Asia and the Pacific

화장의식'을 위해 켄레의 하위장르인 바지르리를 연행하는 켄레 오부수들 © 안유, 슈씨

누오수 공동체의 설전과 서사시 경연

누오수는 중국 남서부에 거주하는 이족에 속하는 소수민족으로 세대로 이어지고, 지속적으로 변화해온 설전전통을 오늘 날까지 보존해오고 있다. 설전은 이족의 말로 켄레라고 불리며 ‘입의 움직임’이라는 뜻이다. 이 전통은 역사기록으로 남아 있을 뿐만 아니라 쓰촨성 양산 이족자치주 산악 마을의 계몽과 여흥을 위해 그리고 명예와 정체성 확인을 위해 오늘 날에도 지속적으로 개최되는 생활지식경연대회이다. 설전을 통해 남녀노소 관객들에게 문화적 정체성을 불어넣어주고, 대화와 협력을 강화하며, 누오수 공동체와 이웃 이족 지역에 대한 존경심을 증진한다.

최근의 현지 조사에 따르면 설전은 흐뉴오 서사시 경연의 핵심적인 장치로 인식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설전은 남성들만 참여할 수 있는 것으로 ‘결혼식’, ‘화장의식’, ‘죽은 사람을 조상의 세계로 보내주는 의식’ 등 세 가지 의례가 열릴 때 공공장소에서 이루어진다. 이다. 말의 칼이 난무하는 일대일 대결인 설전은 두 가문의 주인과 손님 사이에서 그리고 결혼으로 맺어진 대가족의 인척간에 전반과 후반으로 나뉘어 벌어진다. 즉흥적인 설전은 전반부에, 서사시 경연은 후반부에 이루어지며 그 사이에 관중의 흥을 돋우는 음악이 연주된다.

전반부의 ‘전투’는 우호적이나 도전적인 인사말로 시작된다. 이어서 전통적으로 예외 없이 시 형태로 진행되는 말싸움으로 옮겨간다. 세 판의 말싸움이 벌어지는데 첫 번째는 그 자리에서 보고 듣는 모든 것, 예를 들면 ‘하늘을 날아가는 새’, ‘촌장이 들고 있는 술잔’, ‘그 해 수확량’, ‘갓 태어난 아이’ 등에 대한 논쟁이다. 두 번째는 ‘세계창조에 관한 기원설화’ 설전으로 ‘하늘과 땅의 탄생’, ‘천둥의 기원’, ‘불의 기원’ 등이 주제가 된다. 세 번째는 누오수 사회의 문명을 드러내는 창조와 지식에 관한 퀴즈인데, 예를 들어 ‘조상 최초의 발명가들과 그들의 발명품’, ‘최초의 문자 발명가에 관한 이야기’, ‘최초의 예술가’, ‘최초의 대장장이’, ‘최초의 칠기공예가’ 등이다.

전반부 종료 이후 여흥 시간이 끝나면 경쟁자들은 후반부로 넘어가 흐뉴오를 주고받는 공개적인 콘테스트를 통해 설전의 끝장을 보게 된다. 남성 참가자들은 ‘생명의 나무’ 이야기를 계보화한 전통적인 서사적 줄거리를 계속해서 이어 나가야 한다. 이 설전은 흐뉴오의 ‘나뭇가지 근원’까지 거슬러 올라가 서사시 전통의 기원에서부터 말을 시작한다. 공공장소에서 경연을 할 때는 서로 번갈아가며 서사이야기의 19번째 ‘나뭇가지-파생’까지 하도록 엄격하게 규정되어 있다. 결혼식에서는 12개의 흰색 에피소드, 화장의식에서는 7개의 검은색 에피소드 그리고 죽은 자를 조상의 세계로 보내는 의식에서는 19개의 흰색과 검은색 에피소드를 말해야 한다. 마지막 흐뉴오 설전 ‘나뭇잎’에서는 수백세대에 걸친 계보를 이야기한다.

켄레 오부수라 불리는 유명한 말싸움꾼들은 10대에서 중년에 이르는 남성들이다.(대중 앞에서 과시하려는 60세 이상의 남성들에게는 맞지 않다.) 켄레 오부수는 항상 말, 지식, 위트, 웅변, 유머로 승부를 겨룬다. 참가자는 최종 심사자인 관객과 소통하기 위해 시를 활용한다.

수많은 종류의 설전기술(과시, 변조, 응수 등)과 20여 가지 이상의 수사 전략(병렬, 대칭, 연절 등)을 구사하는 켄레 설전은 다양한 구전 장르를 보여준다. 여기에는 누오수의 창조신화, 기원설화, 조상의 이야기, 역사적 전설 그리고 제의노래를 비롯해 속담, 수수께끼 등 여타 장르의 공연예술이 모두 포함된다. 경연은 지식 경쟁으로서 설전의 정신을 드러내고 연령과 성별을 넘어 관객도 일부 참여시킨다. 특히 폭풍처럼 몰아치는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전투”같은 설전 속에 포함되어 있는 서사시 경연은 언어 예술의 상호작용과 상호교차를 보여준다. 이는 무형문화유산이 정체되거나 고정된 것이 아니라 역동적이고 유동적인 것임을 보여주는 증거이다.

이족의 켄레 설전은 2008년 국가무형문화유산대표목록에 등재되었다. 이후 양산 이족연구학회와 양산 무형문화유산보호센터는 전통 보유자 및 연행자들과 공동으로 지방·국가 당국의 지원과 연구기관들의 협조를 받아 일련의 보호대책을 제안하여 시행하였다. 여기에는 인식제고활동, 설전 연행자들의 인증 및 보조금 지급, 설전 레퍼토리의 기록 및 출판, 훈련 및 연구 프로그램 그리고 경연을 통한 교류 등이 포함되어 있다. 특히 지방정부 및 민족문학연구소와 중국사회과학원 간의 긴밀한 협력 하에 켄레 설전 현지조사본부가 모구지역에 설립되었는데, 이 지역은 산악 지대와 도시 지역 모두에서 설전이 집중적으로 연행되는 곳이다. 하지만 지역 산악 공동체에 일어난 급격한 사회변화 이후 켄레 설전의 생명력 확보와 세대 간 전승을 위해서는 아직도 가야할 길이 멀다.